유통 AI가 색 고르고 생산까지···K-뷰티 ODM 혁신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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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색 고르고 생산까지···K-뷰티 ODM 혁신 어디까지

등록 2026.05.14 17:11

양미정

  기자

상품 기획에서 생산까지, 데이터 기반 체계 도입인디 브랜드 협업 통한 맞춤형 신제품 런칭국내외 ODM 실적 역대 최고치 경신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K뷰티 산업의 주도권이 빠르게 제조업체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K뷰티 수요가 확대되고 SNS 기반 인디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느냐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은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글로벌 뷰티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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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ODM 업체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코스맥스 매출 6820억원, 영업이익 530억원

한국콜마 매출 7820억원, 영업이익 789억원

엔에프씨 매출 222억원(196.3%↑), 영업이익 40억원(286.2%↑)

코스메카코리아 매출 1851억원(56.4%↑), 영업이익 219억원(78%↑)

배경은

K뷰티 수출 구조가 중화권 중심에서 미국·유럽·동남아로 재편

중화권 비중 62%→26%대로 감소, 미국 비중 18% 수준 확대

미국 수출 증가율 39.9%, 유럽 76.2% 기록, 중화권은 역성장

AI 접목 가속화

ODM 산업이 데이터·기술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

AI가 상품 기획, 생산 공정, 품질 관리 등 전 과정에 도입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AI 활용 확대

AI로 상품 기획 시간 30초 수준, 생산성 40% 증가 사례 등장

주목해야 할 것

ODM 경쟁력이 생산 능력에서 처방 기술·속도로 이동

인디 브랜드 성장과 빠른 시장 대응이 핵심 동력

글로벌 자본, ODM·패키징 등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 확대

K뷰티 제조업체가 시장 흐름 설계자로 진화 중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K뷰티 ODM 산업은 단순 제조업에서 데이터와 기술 기반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상품 기획과 처방 개발, 생산 공정 전반에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ODM 업체들의 역할도 제조를 넘어 브랜드 기획과 시장 대응 전략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ODM 업체들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코스맥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820억원, 영업이익 53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한국 법인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미국·중국 법인도 동반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콜마 역시 매출 7820억원, 영업이익 78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선케어와 스킨케어 주문 확대, 인디 브랜드 수출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중소형 ODM 업체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엔에프씨는 1분기 매출 222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96.3%, 286.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8.1%에 달했다. 회사가 생산한 주요 제품들이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 채널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1분기 매출 1851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56.4%, 78% 성장했다. 순이익은 196억원으로 112.8% 늘었다.

ODM 업체들의 호실적은 단순한 업황 회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K뷰티 산업은 중국 소비 회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됐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화장품 수출 구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1년 62%에 달했던 중화권 비중은 올해 26%대까지 낮아진 반면 미국 비중은 18% 수준으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 미국 수출 증가율은 39.9%, 유럽은 76.2%를 기록했지만 중화권은 역성장했다.

특히 미국 시장 확대는 ODM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에이피알(APR)의 1분기 해외 매출은 5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9%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약 42%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달바글로벌도 북미·유럽 중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미주 매출이 처음으로 중화권 매출을 넘어섰다.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인디 브랜드가 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 메디큐브의 APR, 달바글로벌 등은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기반 바이럴 마케팅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구조를 갖췄고, 그 배경에는 국내 ODM 업체들의 빠른 처방 개발과 생산 대응 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ODM 산업의 경쟁력도 단순 생산 능력보다 '처방 기술'과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OEM과 달리 ODM은 제조사가 직접 제형과 레시피를 개발·보유한다. 화장품은 제형과 사용감, 색감 차이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크게 갈리기 때문에 히트 제품일수록 브랜드사가 제조사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업계에서 ODM 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는 이런 경쟁 구도를 더욱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 연구인력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던 상품 기획과 색상 개발, 생산 공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뷰티 특유의 빠른 제품 출시 주기가 AI 활용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신제품 출시 주기는 평균 3개월 수준까지 짧아졌다.

한국콜마는 생산 공정부터 연구개발(R&D)까지 AI 기술을 접목하는 전사적 AI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AI 팩토리 얼라이언스' 사업에도 화장품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주관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생산계획부터 제조·품질관리·포장까지 전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해 생산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관계사 라우드랩스가 선보인 AI 기반 상품 기획 플랫폼은 업계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브랜드사가 키워드만 입력하면 AI가 상품 콘셉트와 색상, 제형, 용기 유형까지 포함한 기획안을 자동으로 제안한다. 기존 1~3개월 걸리던 상품 기획 시간이 30초 수준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코스맥스는 색조 화장품 제조 핵심 공정인 조색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AI가 색 원료 초기 투입량을 자동 설정하는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반복 조색 횟수를 크게 줄였다. 고객사의 "부드럽고 깊은 브라운" 같은 추상적 요구를 실제 제품 색상으로 구현하는 시간도 단축됐다.

또 AI와 로봇팔을 결합한 맞춤형 자동 제조 시스템도 구축했다. 현재 에센스 3500종, 헤어 제품 1만여종, 리퀴드 립 333색 등을 조합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운영 중이다. 평택 2공장은 전체 생산 라인의 절반에 로봇을 적용해 생산성을 기존보다 40% 끌어올렸다.

코스메카코리아 역시 AI·IoT 기반 스마트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시간 생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량률과 생산 시간을 줄이고, 제품 레시피를 제안하는 AI 모델도 자체 개발했다. 회사 측은 AI 도입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시장 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DM 경쟁은 소재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엔에프씨는 천연 세라마이드와 유산균 PDRN 등 고기능성 원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발효 기술 기반 유산균 PDRN 소재는 피부 친화성을 강점으로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회사는 해당 소재를 적용한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자본도 K뷰티 제조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들은 개별 브랜드를 넘어 ODM·패키징·용기 제조 등 밸류체인 전반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씨앤씨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데 이어 용기 업체 삼화는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매각됐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단순 유행 산업을 넘어 제조·소재·패키징·유통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울타 뷰티(ULTA Beauty)와 세포라(Sephora) 등 글로벌 오프라인 채널 입점이 확대될 경우 초도 물량과 안전재고 확보를 위한 대규모 생산 수요가 ODM 업체들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ODM 경쟁력이 생산 단가와 납기 대응에 있었다면 지금은 상품 기획 속도와 처방 기술, 글로벌 공급 안정성까지 함께 요구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AI가 상품 기획과 생산 공정까지 들어오면서 ODM 업체들이 단순 제조사를 넘어 K뷰티 시장 흐름 자체를 설계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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