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 비용' 마케팅서 '고정 비용' 기술 투자로···유통업, 장치 산업 변모'인지 부하' 해방과 '선택권 양도' 사이···알고리즘 편향 리스크도 숙제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쇼핑 비서' 도입을 확대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저가와 물량 공세로 대표되던 기존 유통 공식이 소비자의 쇼핑 시간을 줄이고 선택을 대신해주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소비자의 '시간'과 '결정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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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 AI 기반 쇼핑 비서 도입 경쟁 가속화
최저가·물량 경쟁에서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
소비자 시간·결정권 선점이 주요 전략으로 부상
현대백화점, MS 애저 오픈AI 기반 '헤이디' 도입 후 이용 9배 증가
신세계, 오픈AI에서 리플렉션AI로 파트너 교체하며 데이터 주권 확보 시도
롯데, 계열사별 맞춤형 AI 비서로 서비스 확장
AI 도입 통해 고객 탐색 피로 줄이고 추천 정확도 강화
현대백화점 '헤이디' 월평균 이용 건수 9000건 → 8만 건으로 9배 증가
AI 비서 도입 후 플랫폼 방문 대기 대신 카카오톡 등 일상 환경에서 추천 제공
유통 경쟁 본질이 판매자 효율성에서 소비자 편의성으로 이동
정확한 맥락 읽기와 추천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
AI 도입은 고정비 투자로 구조 변화, 유통업이 기술 중심 장치 산업으로 전환
AI 추천, 소비자의 '선택권' 플랫폼에 양도하는 심리적 변화 동반
필터 버블, 편향 추천, 프라이버시 침해 등 윤리·정책적 리스크 대두
소비 데이터와 결정권 확보가 미래 유통 경쟁력의 핵심
현대·롯데·신세계, 글로벌 빅테크 협업과 전략적 선회 병행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를 기반으로 한 쇼핑 큐레이션 서비스 '헤이디(HEYDI)'를 운영 중이다. 도입 이후 월평균 이용 건수는 기존 9000건에서 8만 건으로 약 9배 증가했다. 특히 카카오톡과 연동해 별도 애플리케이션 실행 없이 대화창에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이용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이 플랫폼을 방문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일상적인 소통 환경에 AI를 배치해 탐색 피로를 줄인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AI 전략 파트너를 전격 교체하며 대응 속도를 높였다. 이달 초 오픈AI와 협업을 발표했지만 열흘 만에 이를 중단하고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 손잡았다. 리테일 특화 모델 구축과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으로 평가하면서도, 파트너십 지속성과 데이터 보안 측면은 향후 변수로 지목한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 맞춤형 AI 비서를 통해 전방위 확장에 나섰다.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패션 AI'를 도입해 취향 기반 추천을 강화했고, 롯데하이마트는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Habi)'를 시험 운영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대화형 인터페이스 안에서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기능을 구현하며 고객 접점 전반에 AI를 배치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AI 경쟁은 결국 소비자의 '시간'을 누가 더 많이 점유하느냐의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흐려지고 가격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진 환경에서, 빠르고 정확한 추천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경쟁의 본질이 판매자 중심 효율성에서 소비자 중심 편의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상품을 보유했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고객 맥락을 읽어 선택을 돕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에서 '장치 산업'으로···유통업의 본질적 구조 변화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의 구조 자체도 바꾸고 있다. 과거 가격 경쟁은 할인과 쿠폰 등 마케팅 비용이라는 '가변 비용' 투입 구조였다면 AI 에이전트 구축은 데이터와 인프라에 대한 '고정 비용' 투자 성격이 강하다. 일단 모델을 구축하면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유통업이 전통적인 소매업을 넘어 기술력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장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신세계가 '한국형 AI 팩토리' 구축을 언급한 대목은 데이터 주권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국내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신선식품 유통 주기 등은 현지 데이터 축적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인프라를 활용하더라도, 소비 데이터를 누가 확보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지 부하' 해방과 '선택권 양도' 사이···알고리즘 편향 리스크
AI가 대신 선택해준다는 것은 편리함의 이면에 '선택권의 양도'라는 심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소비자가 수십 가지 대안을 비교할 때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 역할을 하지만, AI 비서가 특정 상품을 추천할 때 플랫폼은 사실상의 '결정권자' 지위를 갖게 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나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혼란을 덜어준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소비자를 너무 특정 취향이라는 틀 안에 가두는 '가두리' 효과가 우려된다"며 "때로는 평소 하지 않던 선택을 통해 취향을 확장해야 하는데, AI가 분석한 틀 속에 갇혀 소비자의 선택지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갇히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나 플랫폼 설계에 따른 편향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이 추천 리스트 상단에 자사 PB 상품이나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을 우선 배치할 경우, 소비자는 이를 객관적 추천으로 신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잘 안다'는 믿음이 특정 상품 밀어주기를 위한 의도된 추천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점은 향후 AI 쇼핑 시대의 정책적·윤리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구매 이력이 개인의 은밀한 프라이버시와 직결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소비 패턴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이자 존엄성과 연결된 정보"라며 "배우자나 부모도 모르는 개인만의 구매 정보가 AI를 통해 데이터화되고, 만약 이것이 유출될 경우 개인의 약점을 잡는 협박이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 심각한 사회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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