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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한미약품 이사회, 박재현 대표 체제 유지···'사면초가' 놓인 임종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한미약품 이사회, 박재현 대표 체제 유지···'사면초가' 놓인 임종윤

등록 2024.09.02 16:02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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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미약품 이사회서 임종윤 상정 안건 모두 부결···임종윤 중도 퇴장대주주 연합 3인 한미약품 장악력 강화···초유의 자회사 독립경영 현실화

[DB 한미약품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DB 한미약품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한미약품 이사회가 박재현 대표 체제 유지를 선택하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사내이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미약품은 2일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임종윤 사내이사의 단독 대표이사 선임 안건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교체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임종윤 이사의 소집 요청에 따라 이날 10시 30분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임종윤 이사와 박 대표를 비롯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10명이 모두 참석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비롯한 이사 2명은 전화 회의 방식으로 비대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임 이사 측근인 임해룡 북경한미 총경리를 북경한미 대표로 임명하는 건과 박재현 대표를 해임하고 임종윤 이사를 단독 대표로 선임하는 건이 차례로 상정됐다. 첫 번째 안건은 반대 6명, 찬성 4명으로 부결됐다고 알려졌다.

임 이사 측은 첫 번째 안건 부결 후 이사회 진행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반발하며 중도 퇴장했다. 이사회는 임 이사를 포함한 2명이 빠진 채 8명으로 계속됐고, 두 번째 안건인 임 이사 단독대표 선임 건 역시 부결됐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포함해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이른바 '대주주 연합' 3명에 우호적인 이사진 수가 7명으로,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3명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번 이사회 결과는 이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앞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달 28일 박 대표가 한미약품 자체 인사·법무 조직을 신설한 것에 대한 경질성 조치로 박 대표를 전무로 강등 조치했다. 한미약품이 다음날 '독자 경영'을 선언하자 임 대표는 한미약품 독자 경영 선언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박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독자 경영 의지를 확고히 했다.

임 이사는 해당 건과 더불어 박 대표가 이사회 결의 없이 본인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에 독단적으로 임명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이번 이사회 안건이 모두 부결되며 박 대표는 한미약품 대표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이 무산되며 임종윤 이사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당초 임 이사는 지난 6월 18일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신동국 회장, 남병호 이사, 동생인 임종훈 대표와 더불어 한미약품 사내이사직 진입에 성공했으나,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한미약품 대표이사에는 오르지 못했다. 임시주총에 이어 곧장 이사회가 개최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당시 1차 경영권 분쟁이 끝나고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대표 교체 시기를 늦췄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이때 함께 이사회에 진입한 신 회장까지 모녀 측으로 돌아선 현 이사회 구성에서 임 이사의 대표 취임은 한층 더 어렵게 됐다.

임 이사는 현재 임주현 부회장이 지난 3월 제기한 266억원 반환 소송에 따라 지난 7월 말부로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부동산 등 국내 자산 일부가 가압류된 상태다. 가압류된 주식을 제외한 다른 주식도 상당 부분 금융기관 대출 담보로 묶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이 틀어 막히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7월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 간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내부감사를 시작했다. 감사 대상은 북경한미 생산 의약품에 대한 중국 유통을 코리그룹 산하 기업이 담당하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것으로, 홍콩 코리그룹은 임종윤 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다.

임 이사 측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한미약품 측에서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실제로 임 이사가 이번 이사회를 소집한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것이 부당 내부거래 의혹과 관련해 한미약품의 내부감사 착수 사실을 조사에 앞서 외부에 공개해 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주고 신인도를 해쳤다는 것이었다.

임종윤 이사는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소집해 이사진을 교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기가 남은 이사를 해임하는 등 교체하기 위해서는 주총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한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41.42%를 갖고 있고 그 외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국민연금(9.27%)과 신동국 회장(7.72%)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 9명 가운데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가 5명으로 3자 연합 측 4명에 앞서 형제 측이 한미약품과 관련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진을 교체할 수 있을 것으로 임 이사는 전망했다.

다만 대주주 3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확대 재편을 요구하는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의안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1호 의안과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 비상무이사 1인)을 선임하는 2호 의안으로, 지주사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임시 주총은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 달여 뒤 개최되지만 임 대표가 개최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개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주주 연합은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낼 것이라 전해졌다.

한미약품 이사회 멤버이자 감사위원장인 김태윤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미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경영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임직원 모두 세계 최고의 R&D 중심 제약회사를 지향하는 한미약품이 안정적 경영을 이루고 거버넌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오늘 이사회 결의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를 성원해 주고 계신 주주님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본연의 사업에 매진하겠다"며 "창업 회장님 타계 이후 벌어지는 여러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대주주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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