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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야놀자와 특허권 전쟁 승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여기어때, 야놀자와 특허권 전쟁 승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등록 2021.07.13 15:27

김다이

  기자

특허권 소송서 패소 야놀자, ‘마이룸’ 특허 무효화사모펀드 인수 여기어때, 소극적 투자로 더딘 성장 야놀자, 적극적 투자로 외형확장 ‘데카콘’ 인정 눈앞

여기어때, 야놀자와 특허권 전쟁 승소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여기어때가 3년간 이어져 온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특허권 소송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분쟁이 진행되는 사이 두 기업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조단위 투자를 받으며 ‘데카콘(기업 가치 10조)’ 기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사모펀드에 인수된 여기어때는 경쟁사 대비 소극적 투자활동으로 내실경영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외형성장세가 크게 뒤쳐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1부(서승렬 부장판사)는 야놀자가 낸 야놀자의 ‘마이룸’ 서비스의 특허 무효 심판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야놀자는 2015년 11월 ‘마이룸’ 서비스를 선보였고, 이듬해 8월 해당 서비스의 특허를 출원했다. ‘마이룸’은 객실 예약을 한 고객에게 재방문을 유도하며 ‘반값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여기어때도 2016년 9월 마이룸과 비슷한 서비스인 ‘페이백’을 내놨다. 야놀자는 여기어때의 ‘페이백’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2019년 6월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기어때는 해당 서비스는 쉽게 발명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반격했다.

특허심판원은 여기어때의 손을 들어줬다. 2020년 2월 마이룸 특허를 무효한다는 심결이 나온 것이다. 이에 야놀자는 특허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허법원에서 마이룸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를 결합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특허등록이 무효화돼야 한다고 봤다. 이후 야놀자는 특허 무효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정청구를 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허권 소송은 여기어때의 승리로 일단락 됐지만, 두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은 여기어때 서비스가 시작되던 때부터 이어져 왔다. 2005년 모텔 예약 서비스로 시작한 야놀자는 2011년 앱을 출시하며, 숙박 앱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4년 여기어때가 숙박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어때가 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 2015년부터 본격적인 야놀자와 여기어때 사이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야놀자는 오프라인 서비스 향상에 초점을 맞췄고, 여기어때는 고객 편의성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 후발주자인 여기어때는 초기 광고료를 받지 않으며 가맹점 수를 대폭 확대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2017년에는 여기어때가 야놀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제휴점포 수와 월간 앱 실이용자 수 1위 자리를 두고 싸우던 두 업체의 경쟁은 특허권 소송 등 법적공방으로 번졌다. 2016년 여기어때는 제휴점 확보 경쟁 과정에서 야놀자 직원이 ‘마케팅 스티커’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야놀자에 내용 증명서를 발송했다. 또한, 양 사는 악성 댓글과 크롤링(분산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 의혹으로 서로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야놀자 전·현직 임원이 2017년 바이럴 대행사를 고용해 여기어때 비방 게시물과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수사를 받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던 두 기업은 최근 몇 년 새 야놀자의 성장으로 체급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어때는 론칭 이후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뤘다. 마케팅비용 출혈로 적자를 이어왔으나 2019년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야놀자의 공격적인 상승세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2017년 1위 야놀자와 2위 여기어때의 매출 차이는 2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둘의 차이는 633억원까지 벌어졌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때, 여기어때의 모기업에서는 소극적 투자를 일관하면서 두 기업의 매출 격차는 점점 커졌다. 여기어때는 2019년 영국계 사모펀드(PEF) CVC캐피탈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당시 CVC캐피탈은 여기어때에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약속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CVC캐피탈이 여기어때에 투자한 금액은 기존에 약속한 금액의 10% 수준인 100억원이 전부다. 여기어때는 모기업의 보수적인 투자와 경영 탓에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고, 더딘 성장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야놀자는 사업을 세분화해 전문 경영인을 세우고, 이수진 대표는 총괄대표에 오르면서 회사를 키워갔다.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약 2200억원 가량의 투자 유치를 해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후 클라우드 객실관리시스템(PMS) 업체를 인수하는 등 스타트업을 대거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2019년 호텔예약 스타트업 ‘데일리호텔’ 인수전에서도 여기어때는 비싼 가격을 이유로 인수 검토를 중단했지만, 야놀자는 통큰 결단으로 데일리호텔의 주인이 됐다.

과감한 결단력과 공격적인 투자로 최근 3년 사이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고공 상승했다. 최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에서 1조원의 투자까지 유치하면서 야놀자는 기업가치는 10조원 이상인 ‘데카콘’ 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어때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5~6년 전만 해도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업계에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해오면서 경쟁구도가 이어져왔다”며 “최근 야놀자는 대규모 투자 유치로 몸집이 커졌고, 플랫폼 사업보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힘을 주면서 여기어때와 경쟁자로 거론되는 것조차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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