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순환출자 역사 속으로···5년새 99.9% 해소

등록 2018.04.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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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8758개 → 41개 고리로 급감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85% 감소롯데 9만5000개·삼성 2500개 해소“소유지배구조의 구조적 변화 긍정”

자료= 공정위 제공

재벌들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비판 받아 온 순환출자가 최근 큰 폭으로 감소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4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변동 현황’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총 6개 집단, 41개 고리만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가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파악했던 2013년 당시 순환출자 고리가 18개 집단 9만8758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99.9%가 끊긴 것이다.

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 자발 해소 유도를 골자로 하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2014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1년 사이 241개(85%)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지정일 기준으로 57개 집단 중 10개 집단이 282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순환출자가 가장 극적으로 해소된 대기업집단은 롯데그룹이다. 법 시행 전인 2013년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무려 9만5033개였다. 이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2014년 483개로 급감했고 지난해 67개까지 줄었다.

올 들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남아있던 순환출자 고리도 일거에 해소했다.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 4개 상장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합병하고 사업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후 잔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대홍기획 등 6개 비상장 계열회사 간 분할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는 비로소 모두 해소됐다. 롯데는 이러한 방식으로 과세 이연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 외에 농협(2개), 현대백화점(3개), 대림(1개) 등도 올 들어 지주회사 전환, 지분매각 등을 통해 남아있던 순환출자 고리를 전부 끊었다. 농협은 순환출자 고리 안에 있는 계열회사 소유지분을 제3자에 매각해 계열 제외하는 방법으로 남아 있던 순환출자 고리 2개를 모두 해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회사 간 출자 주식을 사들여 남은 3개 고리를 모두 없앴다. 아직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는 기업 대부분도 자발적으로 모두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림도 남은 1개 고리 해소를 위해 순환출자 고리 안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이 같은 고리에서 자신에게 출자하는 다른 계열회사인 오라관광의 보유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법을 썼다.

이날 현재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는 기업집단은 삼성(4개)과 현대차(4개), 현대중공업(1개), 영풍(1개), 현대산업개발(4개), SM(27개) 등이다.

2103년 순환출자 고리가 무려 2555개였던 삼성도 올해 4개까지 줄였다. 삼성은 2015년 9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순환출자 고리가 1개 새로 형성되고 2개가 강화됐다. 신규 고리는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삼성은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904만주를 매각해 일단 이 3개의 고리를 해소했다. 삼성은 나머지 4개 순환출자 고리를 조만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차의 경우 현재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지만 최근 지배구조 개편 방안 발표를 통해 연내에 모두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모비스가 기업집단의 지배회사가 되는 체제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현재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총수일가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1개 새로 형성됐는데, 고리 내 출자 지분을 제3자에게 전량 매각해 이를 해소했다. 현대중공업은 남은 1개 고리도 올해 안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했다.

순환출자 고리가 7개였던 영풍은 공익재단 증여와 지분매각 등으로 6개를 해소했지만 '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로 이어지는 견고한 고리 1개가 남은 상태다. SM의 경우도 185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했지만 여전히 27개 고리가 남았다.

순환출자 해소 사유별로 보면 최근 1년간 자발적으로 해소한 곳은 롯데그룹과 농협,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SM 등 6곳이다. 법적 의무에 따라 해소한 곳은 삼성과 현대중공업 등 2곳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순환출자가 해소됐다고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공익법인, 지주회사, 금산분리, 사익편취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부분의 총수 일가는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지만 이사 등기를 하지 않는 등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 소유·지배구조는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