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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각 세우는 KDI의 변신

문재인 정부에 각 세우는 KDI의 변신

등록 2017.11.29 06:33

수정 2017.11.29 08:04

주혜린

  기자

KDI, 보수 정권 때 보다 현 정부 비판 자유로워‘이례적이다’ vs ‘당연하다’···평가·반응 엇갈려국회에선 KDI ‘중립성’ 놓고 예산삭감 논쟁도

김준경 한국개발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한국개발원(KDI) 업무보고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제공=연합김준경 한국개발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한국개발원(KDI) 업무보고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제공=연합

최근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에 날을 세우며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국책연구소가 현 정부의 정책에 있어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이례적이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정부의 정책에 있어 조언과 제언을 하는 것 또한 본래 기능 중 하나라며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KDI는 문재인 정부의 확대 재정 정책에 대해 ‘국가 부채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KDI는 이날 ‘재정 여력에 대한 평가와 국가 부채 관리 노력 점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재정지출과 경제성장률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국가 부채 비율 최대치는 265% 수준이지만, 저성장과 고령화 변수를 감안하면 80~220%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기구들이 한국에 ‘재정여력이 충분한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라’는 권고를 정면 반박하며, 일자리와 복지를 중심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공언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태클을 거는 주장이다. 특히 KDI는 지난 정부에선 국가 부채 관리 노력을 많이 했다고 평가한 반면 현 정부 들어선 각종 재정 확대 정책 때문에 관리 노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KDI는 지난 15일 ‘2017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노동시장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준경 KDI 원장은 이날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 저출산, 청년 실업, 약화한 사회 이동성과 응집력 등의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는 경직된 노동시장,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장은 “대담하고 적극적인 정책이 실행돼야한다”며 “근로자의 고용과 해고가 쉽게 이뤄지도록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 등 여러 곳에서 노동개혁 부문에서 노동유연성 문제에 있어 경고한 것에 KDI가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 중 안전성만 강조해 균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9월, ‘일반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해,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차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KDI는 지난 1일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경제 성장 패러다임인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거론되는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가구의 소득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2010년 이후 노동소득분배율과 소득불평등도의 추이를 보면 노동소득분배율 상승과 동시에 소득불평등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노동소득분배율과 소득분배 사이의 단순 연관성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자영업 등 최저임금에 민감한 노동시장에 국한할 때 고용 탄력성이 클 수 있다”며 고용 감소 가능성을 시사한 뒤 “과거 연구에 나타난 최저임금 근로자의 가구소득계층별 분포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빈곤가구 소득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한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KDI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줄줄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KDI가 야당의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박근혜정부 당시 KDI 출신들이 고위직에 임명되면서 KDI의 위상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KDI를 이끄는 김준경 원장은 박 정부 때 연임에 성공하며 5년을 함께 했다.

박 정부 시절 성장동력의 하나로 추진하던 의료산업 민영화 정책에 있어, 그 당시 총대를 매고 지지 논리를 펼쳤던 것도 KDI였다. 당시 김주훈 KDI 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장은 한 매체 기고를 통해 “의료산업이 성장동력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면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성장 한계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면서 의료 민영화 정책에 적극 동조를 했다.

반면 야당과 일각에서는 국책연구소가 경제정책 방향의 근거를 제시하고 마련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에 있어 일침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도 경제멘토로서 경제정책에 있어 많은 조언을 해 왔다는 주장이다. 작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에 대원칙과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한편 지난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KDI을 대상으로 진행한 예산안조정소위 회의에서는 KDI가 청와대 용역으로 작성한 ‘일자리 보고서’의 중립성 문제가 불똥이 돼 여야간 논쟁이 벌어지는 일이 있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KDI가 일자리정책 관련해 청와대 용역을 받고 연구를 했는데 청와대에서 대변인 발표를 한 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거부했다”며 “상임위(정무위원회)에서 연구용역 5억원을 깎는 걸로 합의봤다. 이것은 KDI ‘중립성 훼손’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KDI가 수행하는 연구보고서의 공정성 부족 문제, 청와대 요청으로 수행한 연구보고서의 미제출 문제 등을 고려해 5억원을 감액하기로 결정하고 국회 예결위에 결과보고서를 넘겼다. 사실상 ‘미운털’이 박힌 징벌적 예산 감액이었다.

이에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DI가 어느 정권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수립을 하는데 선도적·긴급 과제를 수행하면서 정책에 대한 안내·지침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그 기능을 수행한 것을 마치 미제출이라든지 이런 이유로 기능을 위축하는 건 여야를 넘어서 국가운영발전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옹호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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