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억대 금품 수수 다반사조합도 예산 부정사용 등 빈번 “투명한 선정 과정 대책 절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과거 위법 사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현장점검은 올해 재건축 수주전에 나선 건설사가 경쟁사를 겨냥, 금품 향응 신고를 받았다며 공식적으로 폭로하면서 부터다. 앞서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는 거액의 이사비 지원 논란과 용역업체를 통해 수십만 원짜리 굴비세트나 고급 호텔 코스요리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강남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고액 이사비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대납 등 전례 없던 파격 사업조건을 제시한 것은 물론 최근 있었던 재건축 사업 수주과정에서 시공사와 조합원들은 호텔 접대와 고가 명품백 등 선물부터 현금 살포까지 노골적인 불법 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억대 금품 수수한 조합장과 임원들
조합은 강남 재건축에서 최고의 ‘갑(甲)’이다. 시공사 수주 선정 총회에서 건설사가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은 막대한 권한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대표인 조합장의 경우 재건축 비리의 핵심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서울 송파구 J 단지 조합장이 사업자 선정의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작년에도 송파구 K단지 조합장도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K단지 조합장 김모씨(57)에게 1심과 같이 징역 5년에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1억1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측근인 브로커 한모씨로부터 협력업체 선정 청탁과 함께 총 1억1600만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P건설은 검찰 압수수색을 받고, 부장급 직원이 체포됐다. 지난 5월 잠실 또다른 J아파트 재건축 조합 임원 비리와 관련 시공 건설사의 혐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8개 조합 뒤져더니 120여건 부적절 사례 적발
지난 2월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결과 비리 의심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부는 강남권 재건축 조합 8곳에 대한 현장 점검결과 총 124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해 수사 의뢰와 조합장 교체 등을 했다고 지난 2월 16일 밝혔다.
주로 예산 회계 부문이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용역계약 29건, 조합행정 29건, 정보공개 9건 순이었다. 이 중 6건은 수사의뢰(조합장 교체 권고 병행), 26건은 시정명령, 15건은 환수조치, 75건은 행정지도, 2건은 기관통보 등의 조치를 했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정비법상 처벌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위반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조합 3곳을 수사의뢰했다. 이들 조합은 공통으로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체결 시 총회 의결 없이 계약했으며 그중 일부는 내부 감사보고서 등 중요서류에 대해 정보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의뢰 대상 조합에 대해서는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해 조합장에 대한 교체 등 개선권고 조치를, 도시정비법령 대상 조합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구체적으로 세무회계 용역 계약 시 수수료가 과다하게 나오도록 수수료 산정방법을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게 책정하거나 설계용역 계약 후 14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급해 이미 용역비를 지급한 부분까지도 인상하기로 대의원회에서 의결한 행위가 적발됐다. 또 기존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총회와 구청장이 각각 1개씩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해야 함에도 2개 업체 모두 총회에서 선정해 상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한 사례도 있었다.
그 밖에도 조합은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의 전화번호는 다른 조합원의 정보공개 요청 시 공개해야 하지만, 조합원들에게 ‘전화번호 공개 금지 동의서’를 받는 행위와 총회 참석자에게 서면결의서와 중복해 수당을 지급하는 행위 등 도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조합에서 조합원들의 개인 연락처를 동의 없이 참여 시공사의 영업사원에게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배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공사 선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돼야
이런 조합의 끊이지 않은 불법 행위는 음지에서 은밀하게 일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특성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진행하는 신고센터와 솜방방이 처벌로는 실질적으로 모든 사업장을 일일이 감시하고 현장점검 하는 등 조합장에게 벌금만 부여되는 일시적인 제재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사업에 대한 진행사항이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조합원의 접근이나 참여가 쉽지 않다”면서 “조합간부나 시행사 및 시공사가 결탁하면 손쉽게 부정한 행위를 펼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조합의 투명성 확보가 어려워 실체를 밝히는게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한 행위를 통해 조합장이나 간부가 처벌을 받게 되면 새로운 조합이 구성돼 비리가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비리·부패에 연루된 시공사도 여러가지 법적 제재를 통해 재건축 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의 도를 넘는 요구에 건설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특정 업체를 협력업체로만 쓰라고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게 관행 처럼 됐다"며 "조합 임원과 대의원들 야유회에 협찬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를 방지하고자 주관부처인 국토부는 재건축 조합들을 현장점검 하는 등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일반경쟁 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합장 등 임원이 용역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비리를 사전에 차단 한다는 것이다.
조합총회에 참석해도 업체 선정 등 중요 안건 처리도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통과시켜버리는 등 조합원들이 조합의 사업 전반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투명하게 사업이 추진되는지, 조합의 빚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따로 위원회를 만들어 공정하게 선정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조합을 감시할 수 있는 제재가 실효성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투명하게 시공사를 입찰하고 선정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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