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종류와 품성에 따라 달라져야할 포다법(泡茶法;차 우리기)

[고려다원 하서룡의 차 칼럼] 차의 종류와 품성에 따라 달라져야할 포다법(泡茶法;차 우리기)

등록 2011.04.17 21:48

▲ 고려다원 하서룡씨

(하동=뉴스웨이 경남취재본부 편집국) “60도씨의 물로 우려낸 찻물에 들어있는 유효성분은 100도씨의 그것에 비하여 45~65%밖에 되지 않는다.”(<중국다경>, 상해문화출판사, 1995년판, 585쪽)

위의 말은 여태껏 제가 차를 함께 마시거나 권하면서 마르고 닿도록 했던 말 가운데 하나이다. 왜냐하면, 우리 차계에 만연해 있는 ‘70도씨 이하 식힌 물로 차를 우려내는 표준(?) 차 우리기’로는 제가 만든 덖어서 익히고(초청살청(炒靑殺靑) 덖어서 말린(초청건조(炒靑乾燥)) 정통 덖음차의 향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새로운 포다법이 득세하게 되었는데, ‘우려내는 찻그릇의 용적 대비 2% 중량의 차를 100도씨 물로 5분 동안 우려내는’ 포다법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 포다법은 음다(飮茶)를 위한 것이 아니라 품다(品茶; 차의 품질감정. 평다(評茶)라고도 함)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포다법으로 우려낸 찻물은 잘 훈련된 평다사(評茶士)가 그 차의 장단점을 효율적으로 가려내기에 적합할 뿐이다. 그렇게 우려낸 찻물은 맛있게 마시기에는 비교적 농도가 짙는 편이고, 특히 녹차를 비롯한 경발효차는, 향미가 옅은 저급차가 아니라면, 고삽미(苦澁味; 쓰고 떫은 맛)가 너무 강하다.

차의 오미(五味; 신(辛), 산(酸), 고(苦), 삽(澁), 감(甘))와 사기(四奇; 색(色), 향(香), 미(味), 기(氣))는 다류(茶類; 녹차, 홍차, 청차, 백차, 흑차, 황차 등)와 성상(成狀; 잎차, 덩이차, 가루차 등) 그리고 등급(等級) 등에 따라 그 특성(特性)과 우열(優劣)이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어떤 차의 장점을 북돋우고 단점을 감싸려면 천편일률(千篇一律)의 포다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1. 백인백색(百人百色)이듯, 그 차에는 그 차에 알맞는 포다법(泡茶法; 차 우리는 방법)이 있다. 한 통 차에는 그 차 고유의 이력이 있는데, 다시 말해 산지(産地)와 개별 다원(茶園)의 입지에 따라 표고, 지형, 토질, 방위, 온도, 습도, ... 등의 생육환경이 다르고, 그밖에도 품종, 재배 방식, 채취 시기 및 방식, 제다법, ... 등에 의하여 완성차의 품성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완성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향미와 성질이 달라지고, 마시는 이의 기호와 상태에 따라서도 최적(最適)의 포다법은 달라져야 한다.

2. 차 우리기의 세 요소(要素)
차 우리기의 세 요소는 차의 양과 물의 양의 비율, 물의 온도, 우려내는 시간이다. 그밖에도 수질(水質), 그릇의 크기와 재질, 채광(採光), ... 등이 찻물의 향미에 영향을 미친다.

위의 세 요소를 잘 융합시켜야 하는데, 통상적으로는 차의 양이 많거나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우려내는 시간은 짧게 한다.

3. 차 우리기의 두 경향
다시 말해 차는 그 품성과 특성에 따라 양과 온도와 시간을 잘 결합시켜야 하는데, 이 세 요소의 비례 또는 반비례 관계가 언제나 같지는 않다. 차를 우리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얼르고 달래는 방식이 있고 다음으론 힘차게 뽑아내는 방식이 있다. 적고 낮고 짧은 것을 앞의 경향으로 많고 높고 긴 것을 뒤의 경향으로 크게 나눈다.

4. 적용(適用)
차를 우릴 때에는 먼저 그 차의 품성과 특성을 잘 살펴야 하는데, 이 글에서는 차의 종류에 따른 생숙(生熟; 익은 정도)에 관하여 주로 다루어 보겠다.

차의 익은 정도는 발효도(醱酵度), 화입량(火入量), 숙성도(熟成度) 등에 의해 정해지는데, 그 정도가 높을수록 차의 향미는 순화감윤(醇和甘潤)하고 낮은 차는 신선쾌활(新鮮快活)하다. 때문에 발효차는 녹차에 비하여 높은 온도에서 우려내어야만 그 온화(溫和)한 향미를 만끽할 수 있다.

녹차의 익히는 방식에는 찌기와 덖기가 있고, 말리는 방식은 초건(炒乾; 초청건조(炒靑乾燥)의 줄임말. 높은 온도로 덖어 말리기)과 홍건(烘乾; 홍청건조(烘靑乾燥)의 줄임말. 낮은 온도로 길게 말리기)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그 방식에 따라 화입량과 숙성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쪄서 익히고 열풍으로 말린 차는 반드시 낮은 온도에서 우려내어야 덜 익은 생삽미(生澁味)를 피할 수 있다.

같은 오룡차 가운데서도 발효정도가 낮은 대만포종(臺灣包種)이나 청향(淸香)을 살려 만든 오룡차는 신선청쾌(新鮮淸快)한 향미가 자랑이다. 때문에 양은 늘리고 온도를 약간 낮추어서 짧게 우려내어 그 장점을 살려내어야 한다.

백차와 황차는 같은 약발효(弱醱酵; 발효도가 10~30% 안팎) 차에 속하지만 그 제법이 서로 다르다. 즉, 백차는 익히기 전의 시들리기(위조(萎凋))를 주로 하여 만들고, 황차는 가볍게 익히고 비비고 말린 뒤에 가볍게 띄우기(민황(悶黃); 흑차의 쌓아 띄우기(악퇴(渥堆))에 비하여 경미한 후발효 공정)를 하여 만든다.

백차의 청량(淸凉)한 느낌을 살리려면 양을 줄여서 길게 우려내어야 하며, 황차는 중발효 청차(中醱酵 靑茶; 발효도 30~40% 안팎인 오룡차)인 무이암차나 철관음 등에 준하여 우려내어야만 그 온화(溫和)한 기운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중발효 청차(重醱酵 靑茶; 발효도가 60% 안팎인 오룡차)인 대만오룡(백호오룡, 동방미인, 팽풍차 등으로 부름)이나 봉황수선은 더욱 뜨겁고 길게 우려내어야 한다.

홍차나 흑차는 둘 다 강발효차(强醱酵茶; 발효도가 70% 이상인 차)에 속하나, 홍차는 전발효(前醱酵; 차잎을 익히기 전에 비벼서 발효시키는 공정) 차이고, 흑차는 차잎을 익히고 비벼서 말린 뒤에 두껍게 쌓아서 후발효(後醱酵; 미생물에 의한)시키거나 쪄서 덩이지은 다음 오래도록 쌓아두어 묵힌 차이다. 때문에 홍차는 적은 량을 길게 우려내어야 그 농염(濃艶)함을 잘 드러나고, 흑차는 작은 그릇에 많은 양을 넣고 연거푸 짙게 우려내어야 그 잘 익은 부드러움을 알 수 있다.

흑차 가운데 보이차의 경우, 진기(陳期)가 오래된 차일수록 잘 숙성되어 작은 그릇으로 짙게 우려내어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나, 미숙보이청병(未熟普洱靑餠; 여기서의 청병은 쇄청녹차(曬靑綠茶)를 악퇴(渥堆; 쌓아 띄우기)하지 아니하고 둥근 시루떡 모양으로 뭉쳐 만든 운남산(産) 덩이차(긴압차(緊壓茶), 괴차(塊茶) 등으로 부름)를 이르며, 미숙(未熟)하다는 것은 진기(陳期; 묵힌 기간)가 오래되지 않아 후발효가 충분치 않은 상태를 가르킴)은 생랭(生冷)한 성질(야생성(野生性))이 강하므로 큰 주전자에 끓여서 마시거나 소젖이나 양젖에 타서 마셔야 할 것이다.

5. 마치면서...
이제까지 육대다류(六大茶類; 녹차(綠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를 생숙(生熟)의 정도에 따라 제대로 우려내는 방법을 짚어 보았다. 그러나 실제 차 생활에 있어서는 같은 종류의 같은 성상의 같은 등급의 차라고 하더라도 그 품질과 특성과 우열이 다르다.

비료기가 많은 차는 무겁고, 제 때에 따지 않은 차는 텁텁하며, 제대로 익히지 못한 차는 어지럽고, 제대로 비비지 못한 차는 싱거우며, 제대로 말리지 못한 차는 거슬린다. 세심히 살피고 정성껏 달래어서 맑고 상쾌하며 부드럽고 깊으면서도 짙은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향기롭고 멋스러운 차 생활이 되시기 바란다.

<지리산 화개동 고려다원(www.hadongtea.com) 하서룡>

/뉴스웨이 경남취재본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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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려다원 하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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