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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HMM 지분 단계적 매각 공식화...최상의 민영화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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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정부 지분 단계적 줄여 민간 매각 유리한 구조 만들 것"
80% 정부 지분...HMM 민영화 작업 최대 걸림돌 지목
산은 지분만 일차적 매각 방안 가능성... 민간 부담 50% 감소
대기업 집단 및 중소 상선 인수전 참여 확대 기대
대기업 투자 계획 이미 마무리...글로벌 경기 둔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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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HMM(옛 현대상선) 민영화를 공식화했다. 새 정부에서 HMM에 대한 민영화 구상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건 아니지만, 공공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한다는 큰 틀은 제시했다. HMM 민영화의 최대 걸림돌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막대한 지분율인 데 이를 점진 매각하겠다는 점에서 HMM의 민영화 작업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HMM의 경영권 중장기 이양을 위한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며"경쟁 선사보다 턱없이 부족한 항만터미널 등 물류 자산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우고, 정부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민간 매각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반기 매출만 10조원에 달하고, 계속해서 흑자를 내는 기업의 지분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쥐고가는 것은 HMM이나 해운산업 발전에 도움되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적 개선을 통해 독자생존 토대가 마련된 만큼 정부 주도의 재건을 벗어나 시장 주도의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은 HMM의 민영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막대한 정부 지분율은 HMM 민영화에 부담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현재 HMM 주식은 산업은행(20.69%·CB 포함시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19.96%·CB 포함시 48.29%), 신용보증기금(5.02%) 등 범(凡) 정부 기관들이 45.6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2조 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고려하면, 이들 지분율은 80%를 넘어선다. 12일 종가(2만 4400원) 기준으로 보면 민간이 HMM 34~35% 지분을 확보하려해도 10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민영화'를 위해선 정부 지분을 최대한 털어야 하는데 막대한 지분율에 어느덧 시총 12조원까지 불어난 HMM 몸값을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더 이상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익 기회가 있음에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에 해당되는 만큼, 추가 전환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은 원매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낮춰 M&A(인수합병) 자체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업계에선 산은, 즉 최대주주 지분을 먼저 매각하거나, 산은과 해진공이 지분을 일부 먼저 넘겨, 2대·3대 주주로 내려가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전자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란 평가다. 전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제안한 방안으로, 새 정부 역시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민간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2대주주 해진공 지분을 차차 매각하는 수순이다. 이 경우 민영화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산은·해진공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했을 때보다 매각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 민간의 부담이 덜하다. 10조원까지 내다봤던 매각 가격을 대략 5조원 정도로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HMM에 대한 인수 매력도가 올라가면서 인수 후보군 또한 넓어질 수 있다. HMM 민영화가 처음 제기될 당시 원매자 후보로 물망에 오른 몇몇 대기업 집단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그간 엄두도 내지 못한 중견기업의 접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대기업 집단에선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HMM을 사고도 남을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데다 사업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M&A 실탄이 넉넉한 현대중공업그룹, CJ대한통운을 앞세워 글로벌 물류 회사를 꿈꾸는 CJ그룹도 손꼽히는 인수 후보다.

다만 이들 대부분 장단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미 마무리한 점,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움직임은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 6곳(현대차·기아·모비스·제철·글로비스·로템)의 합산 현금성 자산만 해도 60조원에 달해 포스코그룹 보다 인수 여력이 훨씬 높다.

또한 과거 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여전히 염두하고 있다면 HMM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당장의 순환출자 압박에서 벗어난 만큼 당장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글로비스 기업가치 상승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룹 차원에서 이미 2025년까지 현재 현금 곳간 수준을 넘어서는 7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추가 투자 계획을 세우기엔 부담스런 상황이다.

포스코그룹의 상반기 기준 현금 유동성은 18조원으로, HMM 인수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물류 사업에 내심 욕심을 가지고 있는 점도 HMM의 인수전 참전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이미 53조 투자 계획을 마친 데다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국내 컨테이너선 생태계를 독식하는 구조가 돼 중소 상선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나서서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포스코그룹으로 매각을 밀어부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기업 인수가 힘들 경우 중소선사나 해외선사로의 매각을 타진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HMM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이는 중견 선사 SM그룹과 노르웨이 해운사 왈레니우스윌헴슨과 현대차·기아 등이 출자한 합작사 유코카캐리어스 등이 차선책으로 언급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를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은 국가적 손해인 데다 중견 선사로 인수된 후 '승자의 저주' 우려라도 불거지면 산은·해진공 및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국내 대기업 집단에 매각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이승연 기자 l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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