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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역’ 가난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영화리뷰]‘수색역’ 가난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등록 2016.03.22 16:39

이이슬

  기자

사진=영화 '수색역' 포스터 사진=영화 '수색역' 포스터


‘수색역’

쓰레기매립장이 있던 서울의 한 동네. 지금은 월드컵경기장이 상암동에 들어서면서 모습을 달리했지만, 90년대 수색동은 퀴퀴하고 후미졌다. 서울인 듯 아닌 듯 외진 동네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그 곳에도 청춘은 있었다.

영화는 서울 북쪽 끝자락 수색동에 카메라를 비춘다.

수색동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가 바로 옆에 있어 가난했던 동네 수색동 주변에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다.

‘수색역’에 등장하는 네 청년 상우(공명), 윤석(맹세창), 원선(이태환), 호영(이진성)은 청춘을 함께한다.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한 네 사람은 좋은 대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계라는 숙제를 받아든 네 청춘은 팬 대신 기계를 잡아야 했다. 눈앞에 닥친 가난은 미완성된 이들의 청춘을 앗아갔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청춘 앞에 낙이라곤 술과 담배일 뿐.

어느 날, 원선은 월드컵을 앞두고 들이닥친 재개발 업자들과 일하게 된다. 상우는 부친을 도와 고철을 수집하지만 원선을 부러워한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두 청년의 인생은 꼬여간다.

사진=영화 '수색역' 스틸컷사진=영화 '수색역' 스틸컷


가난을 색다른 시선을 바라본 영화는 매력적이다. 현실과 밀착된 가난의 민낯과 미완성된 청춘에게 내려앉은 가난의 또 다른 얼굴은 이내 관객을 빨아들인다. 영화는 현실 속 가난 그 자체를 품는다. 가난이라는 억압된 굴레와 결핍이 주는 아픔은 잔인하다.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배우들이다. 공명의 재발견이었다. 그는 잃을 것 없는 청춘을 잘 입었다. 채 아물지 못한 청춘의 분노와 아픔, 가난 앞에 몰락하는 모습을 잘 연기했다. 자신의 한계를 깨부순, 잘 한 도전이었다 평하고 싶다.

이태환 역시 영화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원선을 무리 없이 표현하는데, 어쩌지 못하는 미완의 청춘을 가장 잘 안고 있는 중요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불안한 눈빛은 두말할 것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맹세창은 차분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받친다. 차분하게 바라보는 맹세창의 시점과 내레이션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자 역할을 하는데 맹세창은 본인만의 매력으로 잘 이끌었다.

가난은 인간을 어디까지 비참하고 참혹하게 만드는가. 왜 미완성된 청춘은 닥쳐온 가난 앞에 시름해야 하는가. '수색역'은 관객에게 묻는다. 영화를 보면 이 불편한 질문을 외면하지 못해 답답함 마저 밀려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 우수상, '영화진흥위원회', '경기콘텐츠진흥원', 'SBA서울산업진흥원' 등의 독립영화제작지원을 받은 영화다. 오는 3월 31일 개봉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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