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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LH의 혁신안 마지막 편이 되길

전문가 칼럼 권대중 권대중의 부동산 산책

LH의 혁신안 마지막 편이 되길

등록 2023.12.19 07:08

수정 2023.12.19 10:05

LH의 혁신안 마지막 편이 되길 기사의 사진

LH 혁신안이 또 나왔다.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21년 3월 이른바 LH 투기사태 이후 정부는 2021년 6월과 2023년 1월 두 차례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두 차례 혁신 방안을 내놓으며 해체 수준으로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구호가 무색하게도 지난 4월 인천 검단 주차장 붕괴, 7월과 9월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사태가 연이어 터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혁신안의 속편 제작에 들어갔고, 앞서 내놓은 두 번의 혁신안이 내부 통제강화와 조직 감축에 집중한 나머지 LH의 높은 시장 영향력에 따른 이권 개입 해소 등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 번째 혁신안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일단은 전편보다는 나은 속편이다. 1, 2차 LH 혁신 방안은 직원에 대한 부동산거래 정기조사나 조사 대상 확대 등 내부 통제강화와, 지역본부·사업단 축소나 정원 감축 등 기능과 조직 개편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LH가 갖고 있는 막대한 시장 영향력에 따른 이권 해소 내용이 크게 미흡했다는 여론이었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LH의 발주 시스템과 건설 과정 전반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1, 2차 혁신안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한 3차 혁신안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LH의 독점적 지위 타파. 둘째, 전관 카르텔로 인한 문제점 보완. 셋째, 붕괴된 감리시스템의 강화다. 방향성은 맞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본적 해결책이란 정부의 구호에도 세 번째 혁신안 역시 후속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먼저 이번 혁신안은 LH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공공주택건설에 경쟁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공공주택사업은 LH가 시행 주체가 되는 LH직접시행과 민간과 LH가 공동사업자로 나서는 민간 참여 공동 시행이 있다. 여기에 민간 시행 유형을 새로 만들어 민간 건설사업자가 공공주택공급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주택에도 유명브랜드 아파트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LH와 민간의 경쟁체계 도입으로 품질개선과 저렴한 공공주택이라는 순기능이 예상되나 간과해서 안 될 것이 있다.

과거 공공기관인 LH가 택지를 공급하고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구조하에서도 투기나 비리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공공주택사업자가 민간으로 넘어간다면 사업의 비밀 유지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기나 비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기나 비리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LH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서 공동주택 안전 품질검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지금껏 LH는 주택건설의 모든 과정에서 설계·감리 용역과 시공업체를 직접 선정해 왔다. 철근을 누락한 순살아파트 단지에도 전관 업체가 감리로 참여한 것이 밝혀졌다. 혁신안에는 이러한 업체 선정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 이권 개입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즉, 설계와 시공업체는 조달청이, 감리업체는 국토안전관리원이 선정하도록 해 LH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 선정 권한이 LH에서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될지는 의문이다. 전관은 LH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로비의 대상만 바뀌는 것 아닌가 한다.

정말로 혁신하고 권한을 대폭 축소하려면 설계·감리부터 정부가 선정할 게 아니라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모 방식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입찰 방식도 중요하다. 입찰은 자유 경쟁입찰에 최저가 입찰이 아닌 적정가 입찰 방식을 택해야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최저가 입찰은 기업들의 덤핑 입찰로 이어지기 쉬워 적정가 입찰제로 바꿔야 한다. 덤핑 입찰은 필연적으로 관리의 부실로 이어지고, 관리의 부실은 설계마저 엉망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시장가격과 괴리가 있는 입찰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정가 입찰 방식은 필요조건이다. 설계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도 필요해 보인다.

무너진 아파트 공사 현장과 순살아파트로 인해 국민 불안과 사회적 불안을 초래했는데도 엉터리 설계를 해 놓은 설계업자는 처벌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책임준공확약서를 작성하고 어떻게든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하는 책임준공과 같이 설계 단계에서도 책임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또 책임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지키지 않아 부실 설계가 발생할 경우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비사업이나 민간아파트 건설사업에도 CM(건설사업 관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CM은 건설공사에 관한 기획·타당성 조사·분석·설계·조달·계약·시공관리·감리·평가·사후관리 등 전반적인 사업관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에선 이미 건설사업수행체계를 도입해 단계별로 전문 분야별 관리를 통해 부실시공을 막고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건설사업까지 CM제도를 도입해 초기 단계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공정별로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각 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일부라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정부의 세 번째 LH혁신안이 지루한 후속편을 끝없이 내보내며 시청자 속 터지게 하는 드라마처럼 4탄, 5탄으로 이어지길 원하지 않는다. 붕괴 위험이 있는 주차장, 철근 없는 아파트에서 불안함을 안고 살기는 더더욱 원치 않는다. 비록 혁신안 1탄과 2탄은 부족했지만 이번 정부의 3탄은 성공으로 앞선 실패를 만회하고 LH 혁신안 시리즈를 3부작으로 잘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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