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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카카오 블랙아웃 1년···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IT 인터넷·플랫폼 NW리포트

카카오 블랙아웃 1년···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23.10.18 10:50

임재덕

,  

강준혁

  기자

먹통 사태로 대한민국 마비, 이중화 미비로 복구에만 닷새지목된 원인 모두 개선···업계 "블랙아웃 재현 가능성 상존"독과점 여전한 탓···"정부, 블록체인 플랫폼 등 대안 찾아야"

지난해 10월 15일, 카카오가 입점한 데이터센터 한 곳에 불이 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멈췄다. 지인과의 실시간 소통은 단절됐고, 온라인 쇼핑업과 운수업, 서비스업 전반에서 혼란만 커졌다.

플랫폼 초연결사회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 후 1년, 카카오는 제2의 먹통사태를 방지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크고 작은 전조증상(장애)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사이버공격과 같은 예상치 못한 재난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해외처럼 플랫폼 독과점 해소라는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장기간 먹통이 됐다. 카카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대한민국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지난해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장기간 먹통이 됐다. 카카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대한민국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소상공인 발 동동, 카카오의 6가지 해법
전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3시20분경 지하 3층 배터리실에서 시작됐다. 불은 그날 23시45분에 완전 진화됐으나, 입주사인 카카오 서비스 장애는 닷새를 넘긴 같은 달 20일 23시경까지 이어졌다. 당일 서비스를 복구한 네이버와는 대처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사이 대한민국 온라인 세상은 마비됐다.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약속 장소로 향하던 이들은 갈피를 잃었고, 카카오뱅크로 돈을 송금하려던 고객은 발만 동동 굴렀다.

특히 소상공인의 피해가 컸다. 카카오페이 결제 불가에 따라 외식업이 타격을 입었고, 카카오맵을 쓰는 배달업자들은 일찍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또 카카오톡 채널로 물건을 판매하던 법인들도 주문을 받지 못했다. 이런 피해를 호소한 소상공인만 2000여곳이 넘을 정도였다. 이런 혼란을 야기한 배경엔 안일한 카카오의 재난대응이 있었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카카오 원인조사 소위원회에 따르면, 원인은 크게 6가지였다. 우선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가 미흡했다. 일부 시스템이 판교 데이터센터 내에서만 이중화돼 복구가 늦어졌다. 또 복구를 위한 운영관리 도구의 이중화가 부족했고, 이중화 전환 후 가용자원의 부족도 서비스 정상화 시기를 늦추는 데 영향을 줬다.

미흡한 위기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장애 복구를 위한 인력과 자원이 부족했고, 재해 초반 공동체 협업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대처가 늦었다. 또 카카오톡과 카카오워크 등 자체 서비스로만 커뮤니케이션 한 데서 온 혼선도 초기대응을 지연시킨 원인이 됐다.

카카오 먹통사태가 1년가량 지난 가운데, 회사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왔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카카오 먹통사태가 1년가량 지난 가운데, 회사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왔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카카오는 이 조사 결과를 받아든 후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즉시 문제된 지점의 이중화, 더 나아가 삼중화까지 구조를 고도화했다. 데이터센터 장애가 재현했을 때를 대비한 기술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또 대표이사(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 위원회는 물론 BCP(업무연속성계획) 종합상황실도 만들어, 전사적으로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구성했다.

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늘렸다. 카카오는 정보보호투자액을 2023년 기준 209억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약 48.8%, 정보보호전담 인력 또한 61명에서 103명으로 68.9% 늘렸다. 커뮤니케이션 채널 혼선과 관련해선 보조소통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과거 카카오톡을 주로 쓰되 카카오워크·아지트톡을 일부 활용했다면, 카카오워크·아지트톡과 전화·화상회의 활용 빈도를 늘려 대응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재난 가능성 여전···"카카오 의존증 벗어나야"
카카오의 전방위적인 재난대응에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새로운 방패에는 그를 뚫을 수 있는 창이 등장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고도화하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ICT 산업이 고도화함에 따라 앞으로는 이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디지털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새로운 보안 위협들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인 대책은 '카카오 의존증'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카카오와 같은 일부 대기업들이 대부분 업종의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화재 한 번에 대한민국이 블랙아웃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각심을 느낀 우리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찾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그 전부터 논의는 있었다. 우리 정부는 플랫폼 독과점 규제 필요성을 인식, 지난 2020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입법 논의를 이어왔다. 올해 초에는 관련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민간 주도 자율 규제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포함해 갈수록 플랫폼 시장의 경쟁은 격화되고 있는데, 규제가 늘면 자칫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시장 영향력에 대해 국민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렇듯 극심한 독과점 양상에도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간 자율규제를 통한 기술 성장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지만,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국내에 대다수 포진한 만큼 국가에서 이렇게까지 방치할 실효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카카오를 대신할 민간 솔루션에 별도 이익을 줄 순 없는 상황이라, 지금 당장은 카카오와 협력해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다만, 이 또한 영구적인 대안은 될 수 없으니 정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 같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이나 '스팀잇'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네트워크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 카카오식(式) P2P(Peer to Peer·컴퓨터끼리 직접 통신하는 방식) 서비스는 자연히 시장에서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새로운 인프라 형성을 유도하고 경쟁을 높이는 것을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이 문제의 해법을 찾아왔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하원에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중 플랫폼 독점 종식법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공급하는 경우 이해충돌로 규정하고 당국이 강제 매각을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유럽은 기존에 있던 '유럽연합 기능에 관한 조약'(TFEU)에 따른 사후 규제만으로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 제한을 효과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디지털 시장법(DMA) ▲디지털 서비스법(DSA) 등 사전 규제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은 광범위한 이용자를 확보해 일정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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