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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업은행의 미온적 태도가 ‘대우조선 비극’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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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은·현대重, 이해관계자 설득에 소극적”
“구조조정서 같은 실수 되풀이···전문성 결여?”
“매각은 필요···해운·철강·방산 등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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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든 산업은행이든 조선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에 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도 아쉽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합병 불발 사태와 관련해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비록 통합 조선소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EU(유럽연합)였지만, 정부와 산업은행 역시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거래를 완수하지 못한 만큼 정부 주도 구조조정 프로세스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양승훈 교수는 17일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이 무산되기까진 정부 뿐 아니라 산업은행, 현대중공업도 실기한 부분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선업의 특성을 간과한 산업은행, EU와 지역사회를 끌어안지 못한 정부, 막판에 한 발 물러선 현대중공업 모두 매각 불발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통합 조선소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지배적 위치를 형성하면서 선박과 에너지 시장 경쟁을 저해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EU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전세계에서 발주된 83척의 LNG선 중 47척을 수주(시장 점유율 56.6%)한 것을 근거로 들며 합병 승인을 원한다면 한 회사의 LNG선 사업부문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일부를 팔아 시장 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라는 의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산업은행이 장장 3년을 끌어온 대우조선 민영화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을 비롯한 6개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EU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산업은행·현대重, 모두 뒷짐만…”= 양승훈 교수가 지목한 첫 번째 패인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소극적인 태도다.

양 교수는 “정부와 산업은행 그리고 현대중공업이 EU의 요구나 지역사회·노조의 반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시종일관 미온적이었고, 현대중공업도 막판에 EU와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미적거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결합심사 불발 우려는 인수합병을 선언할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합병 시 LNG선 점유율 등도 사전에 충분히 계산할 수 있었던 문제”라면서 “이런 이슈를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지역사회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는 것도 꼬집었다. 2019년 M&A 선언 후 노조부터 지역자치단체까지 반대 목소리가 확산됐고, 노조가 EU를 찾아가는 촌극까지 빚어졌음에도 정부가 이를 조율하려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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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페이스북 캡처

◇“산업은행, ‘업(業) 전문성’에 의구심…거버넌스 체계 구축해야”=또 양 교수는 구조조정 전담 기관으로서 산업은행이 지닌 전문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수십년간 기업 구조조정을 맡아 진행해왔음에도 매번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이유에서다.

양 교수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은 빠르게 부실을 정리하고 제 짝을 찾아주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관리단’을 파견해 기업을 관리하다보니 무리한 인적·물적 구조조정으로 기울고 부실을 떨어내려다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양 교수가 바라보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프로세스는 오랜 세월과 관행으로 굳어진 결과물이다. 풀어보면 이렇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기업의 부실이 커지면 출자전환으로 계속 자금을 쏟아부은 뒤 주채권자에서 대주주의 지위를 얻었다. 이어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경영관리단’을 만들어 기업에 파견하기도 했다.

다만 이 작업이 늘 순조롭진 않았다. 악화되는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자 정부까지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나, 끝내 매각이 무산되면서 원소유주에게 경영권이 돌아가거나 기업 자체가 사라지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대우조선은 그 사이에 놓여있는 셈이다.

양 교수는 “40~50년간 같은 일을 해온 만큼 전문성을 확보할 만한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산업은행이 매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면서 “구조조정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의사결정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매번 기업 관리단을 만드는 데 은행 내부 인력으로만 구성하지 말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일종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보다 산업에 가까운 관점으로 구조조정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각은 정답…적절한 원매자 나타나길”=그렇다고 양 교수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사실상의 국영기업으로 남는 것도 나쁘진 않으나, 그 역시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대우조선이 시장으로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시장에서 조속히 대우조선의 새 주인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선박용 후판을 만드는 포스코, 방위산업 분야에 집중하는 한화그룹, 효성그룹, SM그룹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양 교수는 “조선의 경우 제작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EU의 요구처럼 LNG선 사업부문을 완벽히 떼어내긴 어렵다”면서 “따라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같은 경쟁 업체로의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운·철강·방산 등 전후방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의 규모와 대선정국이 변수겠지만, 조속히 대우조선의 새 주인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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