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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플랜B 넘어 전면 쇄신 필요”···이동걸 산은 회장 ‘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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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무산]플랜B 공개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EU 등 해외 경쟁당국에 발목 잡혔지만
‘정부 주도 산업재편’ 연이은 불발 우려
아시아나 등 아우르는 해결책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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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무산되자 이를 주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EU의 불승인에서 비롯된 ‘참사’이나 정부 주도의 인위적 산업재편 작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 차원에서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이동걸 회장을 포함한 산업은행 전반의 고심이 깊어졌다.

이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매각에 합의한 이래 지난 3년간 이어온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게 돼서다. 1999년부터 장장 23년에 걸친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점도 실망감을 안기는 요인이다. 덧붙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유독 EU만 반대했다는 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산업은행은 조만간 이 회장이 직접 견해를 밝히는 자리를 만들고자 일정과 내용을 정리 중이다. 그간 이 회장이 스스럼없이 현안 설명에 나섰던 터라 명확한 배경 설명과 함께 스스로 내세운 ‘플랜B’ 관련 발언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일단 산업은행은 EU 집행위 발표 직후 배포한 정부 부처 합동 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선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산업은행(대주주) 중심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EU 반대 아쉽지만 ‘매각’이 정답”=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산업은행의 입장은 ‘멈출 수 없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즉, 대우조선을 위해선 매각이 정답이라는 의미다. 산업은행이 지금처럼 대우조선을 끌어안고 있으면 조선업과 기업 자체의 발전은 물론, 혁신 생태계 육성이란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덩치가 큰 구조조정을 기업에 매각해 스타트업 지원 여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이도 하다.

이 회장은 이미 여러 자리를 빌어 이 같은 철학을 내비친 바 있다. 작년 10월 국감에선 여전히 매각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국회의 질의에 “사업을 재편해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가급적 빨리 시장으로 내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또 9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매각에 반대하는 지역사회와 노조를 향해서도 “산업은행 품에 남아 대우조선의 영원한 국유화와 직원의 공무원화를 바라는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노딜 선언으로 표류하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항공이란 새 주인을 찾아준 것처럼 산업은행이 조속히 시장에서 원매자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벌써부터 선박용 후판을 만드는 포스코, 방위산업 분야에 집중하는 한화그룹, 효성그룹, SM그룹 등을 후보로 지목하는 시선도 있다. 물론 대우조선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2조원을 웃돌아 윤곽이 드러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합병 실패가 산업은행만의 책임?=먼저 분명히 할 부분은 이번 비극이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해외 경쟁당국의 이기적 판단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조선소 합병 불발의 모든 책임을 산업은행으로 떠넘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통합 조선소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지배적 위치를 형성하면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대형 조선소의 탄생으로 선박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격이다.

안타깝게도 대우조선 노조는 이미 대대적인 공세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실패 3년의 시간은 대우조선을 생사기로에 서게 했다”면서 “무리한 매각을 추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노조의 주장은 다소 지나치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비록 무산됐지만 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던 만큼 두 조선소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연스럽게 지주사 체제 전환이란 부수적 목표를 달성했고, 대우조선 역시 현대중공업과의 교류를 통해 기업 운영 방식이나 기술력 등을 보강할 수 있었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가운데도 수주는 꺾이지 않았다. 글로벌 시황 개선과 맞물려 업계에 슈퍼사이클이 찾아오면서 두 조선소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228억달러(226척), 대우조선은 108억달러(60)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합병 불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조선업을 향한 기대를 접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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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산업은행 주도 ‘빅딜’ 연이은 실패…전략 바꿔야=그럼에도 산업은행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데는 업계 내 이견이 없다. 야심차게 시도한 대형 인수합병(M&A) 작업에서 연거푸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놓고도 산업은행은 쓴잔을 들이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고 운수권을 재배분하라는 ‘조건부 승인’ 방침을 받아들면서다. 이 건의 경우 미국과 EU 등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우리 경쟁당국부터 이런 결론을 낸 이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앞선다.

결국 산업은행으로서는 국내 최대 정책금융기관이면서도 해외 경쟁당국은 물론 가까이 있는 공정위조차 설득하지 못한 셈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굵직한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 작업에서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KDB생명과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우건설 등의 M&A를 진행해왔지만, 그 중 거래를 완벽하게 매듭지은 곳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일하다. KDB생명은 우여곡절 끝에 JC파트너스로 넘어가는 듯 했으나,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주주 칸서스자산운용 측이 법원에 매각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거취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이 산업은행의 ‘지나친 성급함’ 그리고 투자금 회수에만 집착하는 일종의 ‘엑시트 우선주의’에 있다고 지적한다. 혁신 생태계 육성 재원을 마련한다는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대비 없이 대형 구조조정 기업을 무작정 떼어내려다 보니 악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대우조선 관리 방향을 제시할 이 회장의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 합병을 가로막은 EU의 몽니를 탓할 게 아니라 현실을 타개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이 M&A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것쯤을 처음부터 예상했음에도 산업은행이 이를 돌파하지 못했다는 데 아쉽다”면서 “이 회장으로서는 ‘대우조선 플랜B’는 물론 다른 M&A 완수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dori@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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