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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된 전경련 회장

[위기의 전경련]‘독이 든 성배’ 된 전경련 회장

등록 2016.10.11 08:24

수정 2016.10.11 08:39

차재서

  기자

기피 대상 ‘1호’···후임 물색 난항장기 불황에 회사 챙기기 주력‘잦은 구설’은 과거 위상도 실종

전경련 회장단 만찬 간담회-황교안 국무총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전경련 회장단 만찬 간담회-황교안 국무총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은 이미 재계에서 기피 대상이 된지 오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이 자리는 ‘재계의 수장’이라는 역할 만큼이나 높은 위상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떠맡기를 원치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재계에 따르면 제35대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어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조석래 효성 회장으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은 뒤 이미 세 차례나 연임한 바 있다. 이에 외부에서는 허 회장이 내년에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전경련은 회장단 정기총회를 거쳐 임기 2년의 회장을 선출한다. 리더십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 경영능력 등을 종합 평가해 전경련 원로와 중진회원이 후보를 추천하고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특히 전경련은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범한 이래 1개 그룹에서 1명만 회장단에 가입할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지금까지 등재된 기업총수는 75명, 허창수 회장을 포함한 역대 회장은 14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과거에는 전경련 회장 후보에 오른다는 것 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졌다. 초대 회장직을 맡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을 비롯해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13~17대), 구자경 LG 명예회장(18대), 고 최종현 SK 회장(21~23대), 김우중 전 대우 회장(24~25대) 등 한국 경제계의 거물급 인사가 모두 이 자리를 거쳤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그 위상이 꺾이기 시작했다. ‘개인일정’에 ‘건강문제’, ‘구속수감’ 등 사연은 많았지만 이면에는 경기 불황과 잦은 구설수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각 기업이 경영환경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외부 일정이 많은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다면 회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

허창수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2015년 당시에도 외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가 전경련의 수장을 맡은 4년 동안 GS그룹 지주사인 ㈜GS의 영업이익이 지속 하락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허 회장 역시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할 마음이 없다는 의사를 수차례 표시했지만 후임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자리를 이어가게 됐다. 허 회장에 앞서 전경련 회장직을 세 번 이상 연임한 인물은 고 정주영 회장(5연임), 고 김용완 회장(4연임), 고 홍재선 회장(3연임), 고 최종현 회장(3연임) 등 단 4명이었다.

이와 함께 재계 수장으로서 정부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내놓는 과정에서 정부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정권의 정치자금 모집에 앞장섰다는 비판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버이연합 자금지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흘러나오며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경련에 대한 해체 여론이 거세지면서 회장직을 고사하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며 “전경련으로서도 적절한 후임자를 찾아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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