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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맞은 삼성의 경영 화두 ‘과거와의 화해’

이재용 시대 맞은 삼성의 경영 화두 ‘과거와의 화해’

등록 2015.08.19 16:49

수정 2015.08.19 16:50

정백현

  기자

“해묵은 갈등 씻고 새 시대 좇자” 연이은 화해 행보 눈길애플·LG와 법정 공방 종식···‘옛 한지붕’ CJ와도 해빙무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삼성그룹의 대내외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면 유독 돋보이는 화두가 있다. 바로 ‘과거와의 화해’다. 과거 삼성과 대척점에 있었던 여러 기업, 단체들과의 앙금을 풀고 새로운 기반에서 더 큰 발전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과 크고 작은 앙금이 있던 곳은 크게 세 곳이다. 아이폰의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던 미국 애플, 대한민국 전자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전자 라이벌’ LG그룹, 한때 같은 집안이었지만 감정싸움이 격해졌던 CJ그룹 등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 곳과 삼성의 사이는 ‘견원지간’이었다. 애플과의 법정 공방은 국내외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LG와는 1969년 삼성의 전자 사업 진출 논란부터 시작해 지난해 해외 가전 전시회에 전시된 세탁기를 고의 파손했다는 의혹까지 합해 40여년을 싸워왔다.

더불어 이건희 삼성 회장과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 형제 사이의 유산 싸움이 벌어지자 삼성과 CJ의 사이도 멀어졌다. 두 그룹은 지난 2012년 고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추모제 당시 선영 출입문 통과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었고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인 1인자로 부상하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싸움보다는 대화, 분쟁보다는 화해를 택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이 대부분의 사안에서 직·간접적으로 ‘화해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에 열렸던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 현장에서 팀 쿡 애플 CEO와 만나 경영 현안을 직접 의논했다. 그리고 그 해 8월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제기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취하키로 합의했다. 오랜 법정 싸움의 끝이었다.

LG와의 ‘47년 숙적’ 관계는 올해 3월 해소됐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모든 법적 분쟁을 끝내고 앞으로의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대화로 풀겠다”는 상호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 부회장은 LG와의 화해만큼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화해 합의서에 ‘최고 경영진의 대승적 결정에 따른 합의’라는 표현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과 구본무 회장-구본준 부회장 형제가 물밑에서 직접 화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애플·LG와의 화해는 사업 간 갈등의 해소였다. 그러나 CJ와의 화해는 초점이 달랐다. 오너 2세 형제 간 감정이 그룹 간 갈등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너 3세에서 대신 앙금을 풀면 그룹 실무진으로도 화해 무드가 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예측은 적중했다. 이 명예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지난 17일 밤 이재용 부회장과 가족들이 빈소를 찾았고 이튿날인 18일 오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겸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최고위 경영진이 신속히 조문하면서 그룹 간의 화해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이 이처럼 과거 숙적과의 적대관계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키운 ‘2세대 삼성’의 과오를 하루빨리 씻어내고 미래의 삼성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미래 발전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형성된 적대관계 청산이 시급한 만큼 빠른 대응을 통해 이재용 시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도 과거의 앙금을 오랫동안 끌고 가기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이재용 시대를 맞은 삼성이 빠른 의사결정과 대응을 모토로 삼고 있는 만큼 일련의 일들도 이같은 기조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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