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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슬로우 비디오’ 김영탁 감독, 코미디 못하지만 색깔 확실해”

[인터뷰] 차태현 “‘슬로우 비디오’ 김영탁 감독, 코미디 못하지만 색깔 확실해”

등록 2014.10.06 13:51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2000년 안방극장에 방송된 SBS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를 연출한 오종록 감독은 당시 신출내기였던 차태현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네가 하면 아무리 나쁜 사람도 착하게 보이는 힘이 있다. 그러니 좀 오버를 해도 될 것 같다”라고. 차태현의 연기를 보면 오 감독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여 지게 된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예능감을 뽐내고, 여러 작품에서 코미디 이상의 페이소스를 만들어 내는 차태현의 마력은 사실 텍스트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힘을 담고 있다. 그 마력의 진짜 힘은 차태현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차태현이 연기를 하면 아무리 웃기고 아무리 나쁜 인물이고 아무리 착한 인물이라도 동정심을 갖게 만든다. 불쌍한 동정심이라기 보단 어떤 동의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최근 극장에 개봉한 ‘슬로우 비디오’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차태현의 힘이 그것을 풀어내는 마법을 발휘했다.

우선 차태현이 선택하는 영화는 대거 예측이 가능한 스토리가 많다. 반전이 키포인트인 스릴러도, 화려한 액션으로 꾸며진 대작 영화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 그게 차태현의 한계라는 말은 아니다. 이상하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차태현이 그런 장르와 안 어울린 다기 보단, 대중들이 차태현을 그런 장르에 집어넣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 더 옳은 것 같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제 생각도 비슷해요. 차태현이 나온다면 뭔가 원하시는 부분은 확실하게 있어요. 굳이 제가 제 입으로 설명안해도 아시는 그런 점 있잖아요. 하하하. 기본적으로 제가 만약에 스릴러의 범인으로 출연한다고 해보세요. 이건 누가 봐도 제가 범인이잖아. 요(웃음). 그럼 그런 영화는 만들면 안되죠. 솔직히 저도 하고는 싶은 데 확 와 닿지가 않아요. 비슷한 코미디 장르라고 해도 그 안에 결을 찾아보면 다른 차태현을 찾아 볼 수 있었죠.”

그는 유쾌한 기운을 갇고 있으면서도 작품에 대한 꼼꼼함은 정평이 나 있는 배우다. 워낙 장난이 심하고 편안한 배우라 오해를 낳기도 하지만 그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차태현의 진중함에 놀라기도 한다. ‘슬로우 비디오’에 함께 출연한 남상미도 “너무 카리스마가 넘쳐서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하하하. 제가 뭐 웃긴 놈도 아니고 마냥 웃기도 헤헤 거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진중하고 막 무게 잡고 그러지도 않아요. 상미가 좀 오버한 건데, 그냥 카메라 돌아가면 집중하고, 감독님 컷 소리나면 웃고 떠들고 하는 거죠. 내가 무슨 이 나이에 무게 잡고 분위기 잡을 군번인가요. 하하하. 절대 안 그래요. 단 집중과 풀어짐의 구분은 확실하게 해요. 그게 좀 좋게 보였나.(웃음)”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의 말처럼 차태현은 집중과 쉼표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발군의 예능감을 적재적소에 펼쳐 내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1박 2일’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것도 차태현의 능력 중 하나다. 결국 차태현과 웃음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한 몸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번 ‘슬로우 비디오’ 출연은 사실 좀 의외였을 수도 있다. 배우로서 가장 위험한 소모적인 부분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끝내고 나서부터 인가였어요. 아니 그 전인가. 좀 더 가족적인 영화를 하고 싶다. 혹은 해야겠다는 느낌이 자꾸 왔었죠. 기본적으로 그런 작품들이 제가 또 많이도 오구요. 글쎄요. 참 어려운 질문 같기도 한데, 타이밍 상 딱 지금 순간에 ‘슬로우 비디오’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집에서 요즘 애들 돌보면서 드라마를 보니깐 멜로가 좀 많이 땡기기는 했어요. 그렇다고 내가 정통 멜로를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하하하. 어느 날 김영탁 감독이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집 앞에서 봤는데, 준비하는 게 있다. 그런데 멜로다. 이러길래 함 보자 했죠. 그래서 나온 거에요. 하하하.”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김영탁 감독과는 전작 ‘헬로우 고스트’를 통해 만난 사이다. 워낙 막역한 사이다. 아니 차태현의 친화력에 김 감독이 동화됐다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차태현은 김 감독을 향해 스스럼 없이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물론 그만의 친화적이 표현이다. “대체 차태현과 오달수를 대리고 이렇게 영화를 찍어도 되냐”며 하소연이다. 당연히 농담이었다.

“김 감독이랑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멜로다. 그런데 좀 오글거린다. 이러길래 ‘이 양반이 또’ 속으로 이랬죠(웃음). 그런데 들어보니 ‘어 좀 뭔가 있네’ 그래서 선택했는데, 사실 주변에선 좀 반대가 많았어요. 우선 와이프가 보더니 반대했죠. 좀 지루하다고. 주변에서도 대부분 그랬어요. 김 감독이 사실 코미디를 되게 못만드는 사람이에요. 하하하. 조금만 더 나가면 더 웃긴데 거기서 꼭 끊어요. 근데 그게 자기 색깔이 확실하단 점이라고 보여요. 개봉하고 나니 반응 나쁘지 않잖아요. 정말 희한해요. 김영탁 감독 영화는. 안 그래요. 하하하.”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차태현의 그런 김 감독의 영화의 두 편째 출연을 결정하면서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을 맘먹었단다. 우선 전작 ‘헬로우 고스트’에선 귀신을 보는 청년 그리고 1인 다역에 가까운 연기로 육체적 한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이번에는 전작보단 잔잔하지만 한 가지 걱정 거리가 있었다고.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야 했다. 배우가 눈을 감추고 연기를 하자니 정말 고역이었단다.

“우선 내가 힘들기 보단 상대역들이 더 힘들었을 거에요. 생각을 해보세요. 선글라스 낀 상대와 얼굴 맞대고 대화를 나누면 편안한지. 상대방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얘기를 하는지 가늠이 안되요. 나도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 얘기의 뜻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은 됐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영화 후반부쯤에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이 딱 한 장면 있어요. 그 장면을 찍고 나니깐 감독님이 그렇게 선글라스를 고집한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임팩트가 팍 오는 거 있죠. 하하하.”

차태현은 매번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 질문을 공통되게 받는다. 악역에 대한 욕심과 도전 의욕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차태현은 이미지적 ‘선함’으로 인해 데뷔 후 악역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자의던 타의던 그랬다. 하지만 배우라면 ‘악역’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갖고 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난 그 부분에 걱정 하나도 안하는 데 기자님들이 되게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웃음). 글쎄요. 언젠간 하지 않을까요. 죽기 전에는 하겠죠. 하하하. 그냥 그래요. 숙제를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까. 그냥 하면 되죠. 하지만 그게 지금 순간에서 공감을 얻을까요. 잘하고 싶어요. 결국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거죠. 나도 20대에 맞는 연기를 했고, 30대가 되선 그에 맞는 연기를 하고 있고, 또 아버지가 되선 아버지 연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한테도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을까요. 코미디와 웃긴 연기에만 특화된 배우가 아닌 다른 장르도 섭렵 가능한. 시간이 지나면 다 되겠죠.”

3년 째 출연 중인 ‘1박 2일’을 하면서 중간 중간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어느새 세 아이의 아빠가 돼 있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다른 또 다른 압박감을 느낄 것 도 같았다. 어느 순간에는 ‘1박 2일’을 떠나야 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한 번은 기획성으로 나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휘재형이 멤버 체인지를 하자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어요. 성사 단계까지 왔는데 글쎄 우리 아이가 절대 안하겠다지 뭐에요. 어쩔 수 있나. 무산됐죠. 하하하. 이제 ‘1박 2일’도 3년째가 다 됐고 처음에 시작할 때도 그 정도만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조만간 그만 둔다고 해볼까요. 하하하. 유호진 PD 기겁하겠다. 하하하.”

인터뷰 시간이 지난 뒤에도 차태현과의 얘기는 한 참이 더 흘렀다. 아이들에 대한 육아와 좋은 아빠 되는 비법 등을 전수 받았다. 연예계 대표 ‘좋은 아빠’로 소문난 그에게 많은 비법을 전수 받았다.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뜨는 그의 얼굴에서 기분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결론은 ‘이래서 차태현이구나’를 느낀 시간이었다. 잘 되는 배우들은 뭐가 있어도 있나보다. 솔직히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태현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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