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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무비게이션]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등록 2014.07.25 18:17

김재범

  기자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사실 몇 년 전부터 그랬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등장할 때마다 무거운 주제의식을 담아 내 관객들에게 ‘제작비(돈)의 무게감’을 과시하려고만 했다. 실제 지금까지 ‘한국형 블록버스터’ 혹은 ‘1000만 돌파’ 한국 영화 대부분이 무거움만을 강조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새털처럼 가벼움을 강조하는 역발상 전법을 택한다. ‘가볍다’란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 의미보단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이 ‘크게’ 강조됐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재미에 의한’ ‘재미를 위한’ ‘재미의’ 영화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다.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 영화 ‘빅4’ 가운데 ‘해적’은 가장 상업적인 측면에 포인트를 주고 출발한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해적’이란 소재는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과 맞닿아 있다. 그 느낌만 쫓았다면 동어 반복과 별다를 바 없다. ‘해적’은 바다와 산에서 벌어지는 도적떼의 ‘활극’으로 얘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부제가 ‘바다로 간 산적’이다.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올해 개봉한 사극 장르 블록버스터들이 대부분 너무 많은 얘기를 하려다 보니 바다에서 산으로 가는 얘기의 흐름을 이끌어 냈다. 멀티 캐스팅의 장점과 스타 감독의 이름값으로 초반 흥행에 대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해적’은 이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며 출발한다. 우선 스토리가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조선 건국을 앞두고 대신 한상질(오달수)이 명나라 황제에게 조선의 국새를 받아온다. 하지만 조선으로 돌아오던 중 고래의 습격을 받아 배가 난파되고 그 고래가 국새를 먹어 버린다. 조선 조정은 국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고 그 앞에 해적과 산적이 앞장선다.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곳곳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클리셰’라고 불러도 과함이 없을 정도로 눈에 익다. 하지만 ‘해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이 가장 장점이다. ‘재미’에 방점을 찍고 ‘활극’이자 ‘어드벤처’란 장르적 특성을 따라가는 점에선 익숙함 그리고 낯익음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순간의 기대감을 전해 준다. “자, 이제 이 부분에서 웃음이 터진다”는 예고음 뒤 여지없이 ‘빵’ 터지는 폭탄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사실 이 점은 ‘해적’이 제작단계부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코미디를 살려야 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게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하는 지점이 포인트였다. 넘치면 ‘유치’하고, 모자라면 ‘어설퍼’지는 것이 코미디아닌가. 그 점에서 전작 ‘댄싱퀸’ ‘두 얼굴의 여친’ ‘방과 후 옥상’을 만든 이석훈 감독의 합류는 ‘신의 한 수’ 급이다. 남발되는 애드리브를 절제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결’의 웃음을 살릴 줄 아는 그의 세밀한 연출력은 상업적 코드의 ‘어드벤처 활극물’에선 ‘득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을 듣기에 충분하다.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벽란도’에서 벌어지는 여월(손예진)과 장사정(김남길)의 추격 액션 장면에서 드러난 속도감과 곳곳에서 숨은 유머 코드를 찾아본다면 이 감독의 코믹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워터파크 ‘후룸라이드’를 타고 떨어지는 여월의 액션, 여기에 슬랩스틱에 가까운 장사정의 몸 개그, 이 두 가지 다른 흐름을 거대한 물레방아가 벽란도 항구를 초토화 시키는 시퀀스에 녹여낸 리듬감은 절묘한 임팩트를 준다. 사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스케일을 담당하는 몇안되는 시퀀스 가운데 한 묶음이다. 굳이 이 부분을 들추는 것은 ‘해적’의 리듬감이 이석훈 감독의 조율에 어떤식으로 표현됐는지를 설명하는 좋은 부분이라 거론했다.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하지만 ‘해적’의 진짜 묘미는 바다는 구경조차 못해봤고, 상어와 고래도 구분 못하는 산적과 국새를 찾기 위한 해적단 그리고 권력 유지를 위한 개국 세력의 삼각 대결 구도가 핵심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 ‘상어’의 ‘이수’처럼 어둡고 강렬한 남성미를 발산했던 김남길은 스스로가 “실제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할 정도의 산적단 두목 ‘송악산 미친 호랑이’ 장사정을 절묘하게 소화한다. ‘나사가 빠진 듯한’ 그의 겉모습과 달리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트라우마, 여기에 때때로 불거지는 카리스마는 김남길의 매력과 더해져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캐리비안의 해적’ 주인공 ‘잭 스패로우’에 버금간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진짜 ‘해적’의 웃음 코드는 충무로 발군의 코믹 파워 유해진의 몫이다. 배멀미를 하는 해적에서 모자란 산적으로 변신, 두 집단을 오가며 맛깔스런 코믹 레시피를 쏟아내는 그의 수다 파워는 ‘해적’ 자체의 정체성 그 자체다. SNL출신의 김원해가 선보이는 이른바 ‘공간 비집기 애드리브’는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이석훈 감독조차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고.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해적’의 또 다른 재미가 담겨 있다.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산적단에 비해 해적단은 액션이 주전공이다. 해적단 여두목 ‘여월’로 등장하는 손예진은 청순과 섹시미의 대명사에서 카리스마 액션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국내 여배우에게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한다. 데뷔 첫 액션 연기 도전임에도 그는 와이어는 물론 검술 고난도 격투술도 소화한다. 영화 속 잔인한 해적단 두목인 소마역의 이경영과 벌이는 격투 장면은 최근 흥행에 성공한 ‘신의 한 수’ 속 정우성의 얼음 창고 액션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선보인다. 놀라운 점은 손예진이 대부분의 액션신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는 점이다.

이밖에 산적단과 해적단 그리고 개국세력에 속한 조연급 배우들의 폭발력 여기에 CG로 탄생된 고래의 실체는 영화 ‘해적’을 재미에 방점을 찍은 상업영화에서 볼거리까지 차고 넘치게 갖춘 ‘엔터 버스터’로서 격상시킨다.

 ‘해적’, 바다로 가도 산으로 가도 재미만 넘친다 기사의 사진

영화 ‘해적’은 조선 건국 초기, 10여 년간 국새가 없었다는 실제 역사적 팩트에 근거를 두고 창작의 살을 붙인 영화다. 올 여름 극장가를 장악할 ‘군도’ ‘명량’ 역시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영화들이다. 세 편의 영화가 소재와 해석 그리고 조리법 등이 모두 다른 레시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적’이 가장 대중적인 입맛에 들어 맞을 것이란 점이다. ‘블록버스터’의 분야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확실하게 ‘엔터 버스터’에 최적화된 영화다. 개봉은 다음 달 6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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