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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가스공사 - 자원개발 묻지마 투자에 부채 눈덩이

[에너지공기업 해부]①가스공사 - 자원개발 묻지마 투자에 부채 눈덩이

등록 2017.11.22 06:30

수정 2018.05.15 15:18

주현철

  기자

무리한 해외사업으로 누적손실 ‘눈덩이’부채비율 300% 넘어, 재무건전성 악화이라크 가스 개발사업 등 재개 확률 희박자원개발사업 회수율 18%까지 급감

자료= 금융감독원 제공자료= 금융감독원 제공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성적표가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실적은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재무건전성도 엉망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에 발목이 잡혀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무건전성 ‘엉망’···빚 갈수록 늘어도 ‘나 몰라라’=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올해 3분기 매출(K-IFRS 연결기준)은 3조8642억5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지만, 영업적자가 2110억7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6%나 확대됐다.

누적 실적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가스공사의 1~3분기 총 매출은 15조6082억5500만원으로 지난해(14조9295억6600만원)보다 4.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7% 감소한 5813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매출액은 유가 상승에 따른 판매 단가 상승으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총괄원가 배분 비율이 감소하면서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가스공사의 부진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연도별 매출을 살펴보면 2013년 38조627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재무상태가 온전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영업이익은 9176억3400만원으로 2015년(1조78억1200만원)보다 8.94% 하락했다.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같은 기간 동안 지난해 이자비용은 8407억8300만원으로 전년(7764억 46000만원) 대비 8.28% 증가했다. 영업실적은 떨어지고 이자 부담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빌린 차입금이 8월까지 13조1963억원으로 향후 만기시까지 지불해야 할 이자만 2조70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의 최근 5년 간 부채비율을 보면 2013년 388.83%를 기록한 이후 2014년도에 380.98%, 2015년도에 321.45%, 2016년도에 325.38%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지만 여전히 300%대로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스공사의 매출은 지난 1994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1조1000억원으로 20배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 이자 비용과 비유동자산 손상 차손 등을 제외한 지난해 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누적순이익은 3조4000억원이었으나 매출원천자산 등 목적사업 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20조4000억원이고 비목적 사업에 따른 손실도 28조원에 달했다. 부족한 현금은 차입금 25조1000억원으로 충당하는 방식을 취했다.

자료= 송기헌 의원실 제공자료= 송기헌 의원실 제공

◇MB 시절 해외자원사업 실패 여파 ‘쭉’= 가스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순손실 규모가 커진 이유는 해외 사업 손실과 종속기업 대여금 손상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들이 남긴 흔적이다.

가스공사는 2010년 호주 퀸즈랜드 내륙의 석탄층메탄가스전을 개발하는 호주 GLNG프로젝트, 2012년 이탈리아의 에너지기업 ENI와 함께 사이프러스 해상광구개발사업 등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자원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손상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로 인해 누적손실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투자금 회수는 안 되는 실정이다. 극적인 상황 반전이 없으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매년 대규모 손상 차손을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 누적투자액과 회수율은 2007년 기준 각각 3억4500만달러, 134%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년간 해외자원개발 투자한 결과는 2012년 말 기준 누적투자액 54억7500만달러로 16배 급증했지만, 회수율은 2007년 대비 6분의 1 수준인 18%까지 급감했다.

특히 가스공사는 지난해 4분기 호주 GLNG사업에서 4204억원, 이라크 아카스 가스사업에서 3335억 원 등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8000억원 대의 대규모 손상 차손을 인식했다.

올해도 상황은 별다르지 않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에만 5억2000만달러 추가손실이 발생하게 돼 회수가능액 전망도 29억9000만달러로 떨어진다”며 “누적 손상 차손이 11억달러, 우리 돈 약 1조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누적 손상 차손 1조2000억원은 투자비 4조5000원(39억7000만달러)의 약 28%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이 가스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호주 GLNG사업을 시작할 당시 투자비는 3조원(26억3000만달러)이었으나 공사비 증가와 공정지연 등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4조5000억원(39억7000만달러)이 투자됐다. 하지만 회수예상액은 당초 이 사업에 투자할 때 9조4000억원(83억2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추정액(올해 1/4분기 기준) 3조5000억원(31억3000만달러)으로 6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가스공사 제공사진= 가스공사 제공

◇해외사업 전망 ‘흐림’···종속기업 대여금 문제도 심각
향후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라크 아카스·만수리아 사업은 4억1000만 달러가 투자됐지만, IS 사태 이후 안전 문제 등으로 재개 확률이 희박하다. 또 호주 동남부 지역의 가스수급 불안으로 인한 호주 정부의 LNG 수출 제한 정책과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확대로 손실 규모가 더 커지며 사업 정상화의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속기업 대여금 손상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해외 사업을 위해 관계기업과 종속회사들을 가지고 있는데, 종속기업 대여금 4조8000억원 중 8000억원 가량을 손실처리했고 현재 매년 4000억원 가량의 대여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고정자산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 2008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부터는 관계사의 지분투자와 종속기업 대여금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최근 차입금이 29조원까지 불어났다. 차입으로 조달한 현금 중 11조원은 관계사 지분투자와 대여금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을 살펴보면 지난 1995년에는 14%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말에는 3.0%에 불과했다. 이는 차입금 평균 금리인 3.72%에 미달하는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 가스공사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공사의 2018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3.0% 증가한 1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요금기저와 적정세후투자 보수율 상승으로 국내사업 이익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이익 또한 유가 상승으로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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