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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AFC코리아는 왜 국내 투자자와 접촉했나?

[(주)STX 매각 막전막후②]중국계 AFC코리아는 왜 국내 투자자와 접촉했나?

등록 2018.04.18 12:43

차재서

  기자

국내 업체와 비밀리 접촉해 협상 벌였지만계약 직전 연이은 투자철회에 자금 ‘초기화’“중국 자본 배제하라” 産銀 요구가 결정적 악화된 한중관계 감안한듯···‘STX 상표권’도

중국계 AFC코리아는 왜 국내 투자자와 접촉했나? 기사의 사진

(주)STX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AFC코리아는 잘 알려진대로 중국계 사모펀드(PEF) AFC의 한국 운용사다. 그래서 이 회사가 하림 등 국내 기업을 제치고 인수전에서 승리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의 모회사격인 AFC베이징이 중국 국영기업과 은행의 출자로 설립된 3조원대 PEF인 만큼 인프라를 공유한다면 STX를 충분히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그런 AFC코리아가 정작 STX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중국 측 도움 없이 한국 자본만으로 펀드를 꾸리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는 당초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700억원대 인수자금을 모았다는 AFC코리아 측 주장과 상반된 증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AFC코리아는 외부의 예상과 달리 STX 인수전 참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러 국내 투자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AFC코리아는 시작부터 줄곧 한국 자본을 중심으로 펀드 구성을 시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TCL이 200억원대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적도 있지만 사실상 펀드를 주도했던 쪽은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국내 업체였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이에 중견기업 A사(300억원)와 B사(400억원) 등은 이 과정에 꾸준히 등장하는 반면 중국 AFC 등과 관련된 인물이나 투자 내역은 처음부터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AFC코리아와 국내 기업의 결속력이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입찰 직전 TCL이 발을 빼 국내 자본만 남겨진 이들의 특수목적펀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A사와 B사 마저 투자를 철회하면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AFC코리아 측이 특정인을 STX 대표이사로 밀어붙인다거나 계약서 내용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게 불만을 샀다는 후문이다.

결국 홍라정 대표는 막판에 중국과 홍콩에서 투자금을 끌어오면서 주식매매계약(SPA) 하루 전 금융감독원에 펀드 설립신고를 하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얼마의 자금을 확보했는진 알려지지 않았다. 단,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STX 인수가격인 685억원을 모두 채우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국내 투자자 만으로 STX를 인수하려 했던 초기 전략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중국계 사모펀드로 소개된 AFC코리아가 한국 자본을 고집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먼저 새로 설립한 AFC코리아를 키우기 위함이었다는 게 첫 번째 가설이다.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더 이익이라는 판단하에 국내 자금을 모았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당장은 중국 자본의 도움으로 STX를 인수하더라도 계약 종료 후에는 국내 자본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라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다른 한편에서는 산은의 요구가 결정적이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매각을 추진할 때만 해도 사드 후폭풍으로 한중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던터라 산은 측이 중국 자본의 개입을 꺼렸다는 것이다. 당시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하려다 실패해 한바탕 곤욕을 치른 산은으로서는 국내 회사를 다시 중국으로 넘긴다는 데 강한 부담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은 측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걸림돌이 된 상표권 문제가 STX에서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중공업과 STX조선, STX엔진 등 옛 STX그룹 계열사가 사용하는 ‘STX 상표권’을 (주)STX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매년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대신 이익금 중 일부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STX 상표를 사용 중인데 만일 STX의 최대주주가 중국인으로 바뀌면 지불 방식 등을 둘러싼 분쟁이 생겨날 수 있다. 이 경우 짐은 해당 업체의 채권단으로 소속돼 있는 산은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애초에 무리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AFC코리아가 2016년에 설립된 신생법인이라 인지도가 부족한데다 마땅한 투자 이력도 없어 국내 기업들이 선뜻 자금을 내어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가운데도 AFC코리아 측은 STX 인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라정 AFC코리아 대표는 “인수자금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왔고 일부 한국 자본도 포함돼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 업체 등과 접촉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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