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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본 韓상사 인수 첫 사례 그리고 ‘절반의 진실’

[(주)STX 매각 막전막후①]中자본 韓상사 인수 첫 사례 그리고 ‘절반의 진실’

등록 2018.04.17 10:16

수정 2018.04.17 10:21

차재서

  기자

AFC코리아, 산업은행과 685억원에 SPA체결中 자본 국내 무역상사 인수 첫 사례라는 데계약 체결 일주일 전까지도 자금 마련 못해산은 들어가기 하루 전 금감원에 펀드 신고국내서 LP 모집 실패후 투자자 모집에 난항일단 中 자본 만으로 투자확약서 마련한 듯

중국계 사모펀드(PEF) AFC코리아가 옛 STX그룹 지주사였던 ㈜STX 인수의 8부능선을 넘었다. 거래가 온전히 마무리되면 중국 자본이 국내 무역상사를 거머쥐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펀드 구성에 난항을 빚은 AFC코리아 측이 막판까지 인수대금 확보에 허덕이는 것으로 감지되면서 산업은행의 STX 매각 작업에 또다시 짙은 먹구름이 깔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2일 STX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AFC코리아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STX 보통주식 1523만7051주와 전환주식 127만1000주(전환주 포함 지분율 86.28%)로 가격은 약 685억원이다. AFC코리아는 이달말까지 대금을 모두 납입해 거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中자본 韓상사 인수 첫 사례 그리고 ‘절반의 진실’ 기사의 사진

우선협상대상자인 AFC코리아는 중국 베이징과 홍콩·서울에 법인을 둔 사모펀드 AFC의 한국 운용사다. 2016년 홍라정 대표가 설립해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진행된 STX 매각 본입찰에서 하림그룹 팬오션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한국·중국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는 점과 700억원 수준의 인수대금, STX의 차입금에 대한 조건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모회사인 AFC베이징이 중국 국영기업과 은행이 투자자로 참여한 3조원 규모의 PEF라 AFC코리아가 인수전에서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더욱이 STX가 한때 재계 서열 12위까지 올랐던 STX그룹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터라 아쉬움 만큼이나 기대도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AFC코리아가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STX를 인수한다는 것은 외부에 공개된 얘기일뿐 실제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소문과 달리 AFC코리아는 국내 투자자업체를 대상으로 LP(투자금융)을 모집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진 AFC코리아는 STX 인수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국내 투자자를 접촉해왔다. 이는 당시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금호타이어 중국 매각 실패와 사드 이슈 등을 고려한 산은 측이 애초에 중국 자본 대신 한국 자본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AFC코리아는 국내 중견기업 A사로부터 약속받은 투자금 300억원을 미끼로 투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여러 투자가와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마땅히 나서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B기업으로부터 400억원대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 우선협상대상자까지는 선정됐지만 B기업이 주식매매계약을 목전에 놓고 돌연 발을 빼면서 인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내 기업이 잇따라 투자를 거부한 배경을 놓고는 다양한 말이 쏟아져 나오는데 여기에는 AFC코리아가 제시한 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투자자의 의견을 배제한채 특정인을 STX 대표이사로 밀어붙인다거나 계약서 내용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게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3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는 A사 역시 ‘이름만 빌려준’ 것이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사자간의 불신은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며 STX 인수에 최대 위기를 맞은 홍라정 AFC코리아 대표는 중국과 홍콩을 찾아 막바지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으나 짧은 시간 내 700억원을 조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단 SPA 체결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 펀드 설립신고를 하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펀드 규모를 어떻게 구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금융권 주변에서는 SPA를 체결했음에도 AFC코리아가 아직 인수 대금을 실제로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중국 자본이 STX를 인수한다’는 AFC코리아와 산은 측의 앞선 주장은 ‘절반’만 맞아 떨어진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는 중국 자본이 큰 비중을 차지한 모양새가 됐지만 이면에는 전혀 다른 여정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AFC코리아가 자금 확보에 실패하게 되면 STX 매각 작업은 다시한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AFC코리아와 산업은행 등은 STX 매각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수전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필요한 돈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는 홍라정 대표는 “채권단 일정에 맞춰 예정되고 진행되고 있다”면서 “자금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은 근거없는 얘기”라며 말을 아꼈다.

산업은행 측도 “SPA를 체결한 것은 AFC코리아 측의 계획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제와서 STX 매각이 무산될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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