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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볼륨2’, 오르가즘 꼭 숨겨야만 하나?

[무비게이션] ‘님포매니악 볼륨2’, 오르가즘 꼭 숨겨야만 하나?

등록 2014.06.26 18:03

김재범

  기자

 ‘님포매니악 볼륨2’, 오르가즘 꼭 숨겨야만 하나? 기사의 사진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라스폰 트리에는 비유와 상징적인 의미로서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테크니컬 장인’ 혹은 ‘마에스트로’라고 불린다. 그의 영화는 사실 어둡고 독선적이며 때론 상징성으로 뒤덮여 관객들을 ‘난해’(難解) 바다 속에 빠트린다. ‘님포매니악’ 역시 비슷하다. 총 8장 구조의 영화는 ‘섹스’란 원초적인 행위를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적인 기법으로 풀어나간다. 8장이 마무리 될 때 쯤 라스폰 트리에가 말하는 ‘섹스’의 이유와 결과 그리고 해법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고 그리고 강렬한 ‘폭음’으로 스크린에 터져 울린다.

영화 ‘님포매니악’은 ‘볼륨1’과 ‘볼륨2’로 나뉘어 전 세계에 공개됐다. 국내에는 지난 18일 ‘볼륨1’이 먼저 공개됐다. 8장 구조 가운데 5장까지의 얘기가 담긴 ‘볼륨1’은 여자 주인공 ‘조’의 유아기부터 20대 시절까지의 ‘섹스’ 판타지에 대한 ‘천일야화’다. 두 살 때 자기 성기를 통해 ‘오르가즘’(영화에선 센세이션으로 표현)을 느낀 조는 ‘질풍노도’처럼 섹스에 탐닉한다. ‘낚시대전’ ‘제롬’ ‘미세스H’ ‘섬망’ ‘오르간 학파’ 등 언뜻 의미를 알 수 없는 챕터의 제목은 황당할 정도로 ‘섹스’란 원초적 행위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트리에 감독은 ‘섹스’란 행위 하나에 온갖 해석과 주석 그리고 의미와 상징성을 구겨 넣어 상상을 초월하는 ‘섹스 교과서’를 완성해 냈다.

 ‘님포매니악 볼륨2’, 오르가즘 꼭 숨겨야만 하나? 기사의 사진

6장부터 시작하는 ‘볼륨2’는 ‘볼륨1’에 비해 좀 더 가학적이고 피학적이며 변태적이고 폭력적인 수위로 묘사된다. 사실 ‘볼륨1’의 유쾌하고 경박스러우면서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해석력은 트리에 감독의 본질과는 맞닿아 있지 않다. 전작 ‘안티크라이스트’에서 보여준 ‘파괴력’은 ‘신성모독’으로까지 불리며 트리에 감독에게 강렬함을 선사했다. 그 강렬함의 기준점으로 보자면 ‘볼륨2’가 ‘메인디쉬’로 표현될 만큼 ‘섹스’의 본질 자체에 더욱 집중돼 있다.

6장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그리고 침묵의 오리’는 1000년 전 분파된 카톨릭과 동방정교의 교리 차이에서 오는 죄의식과 고통 그리고 환희와 기쁨을 ‘섹스’로 오르가즘까지 다가오는 행위적 방식의 의미에 방점을 찍는다. 이번 챕터부터 등장하는 라스폰 트리에의 뮤즈 ‘사를로뜨 갱스부르’는 20대의 ‘조’를 연기한 스테이시 마틴과는 분리된 자아로서의 본질에 더욱 접근한다. 마치 동서양 종교 분리를 통해 다른 인물로 태어났음을 역설적으로 감독은 관객들에게 주장한다. 챕터 마지막 즈음에 등장하는 ‘침묵의 오리’는 관객들에게 ‘님포매니악’의 정체성인 ‘충격의 19금’ 실체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임팩트다. 황당하게도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7장 ‘거울’은 ‘조’의 자기 고백적 커밍아웃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섹스 중독자 모임에 나가 “난 섹스 중독자가 아닌 님포매니악(색정광)이다. 난 그런 나를 사랑하고, 내 더럽고 추한 욕정을 사랑한다”고 외친다. 세상이 자신을 보는 본질과 자신 스스로가 느끼는 본질의 차이점을 스스로 깨닫고 자신을 찾기 위한 몸부림의 행위적 ‘섹스’가 ‘거울’이란 단어를 통해 표현된다.

 ‘님포매니악 볼륨2’, 오르가즘 꼭 숨겨야만 하나? 기사의 사진

마지막 8장 ‘총’에서는 슬라이드 방식의 권총 월터PPK가 등장한다. ‘조’의 얘기를 듣던 셀리그먼은 “탄창에 총알이 들어있지만 슬라이드를 제끼지 않으면 발사가 안 되는 총이다”며 특성을 설명한다. ‘색정광’이지만 ‘섹스’ 자체로서 감정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본능을 결코 감정을 앞설 수 없다는 비유와 은유적 표현의 방식인 셈이다. 이 챕터는 1장의 첫 시작과 맞닿아 있다.

시작과 끝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님포매니악’은 1장 ‘낚시대전’부터 마지막 8장 ‘총’에 이르기까지 ‘섹스’에 대한 찬사와 본질 그리고 본능적 행위에 대한 완벽한 ‘헌사’다. 1장의 ‘낚시’에서 시작한 ‘섹스’는 8장의 ‘총’에서 제어 가능한 본질로서의 마무리 해석으로 마침표를 찍지만 뜻하지 않은 구석에서 결국 트리에 감독의 강력한 신념이 폭발하며 거대한 ‘님포매니악’의 ‘천일야화’ 종결을 선언한다.

극단적인 성기 클로즈업(국내 개봉작에선 ‘블러’처리), ‘2대 1 섹스’, 마스터베이션, 새디즘, 마조히즘 등 ‘비정상적’ 섹스가 무려 4시간에 걸쳐 스크린을 뒤덮는다. 누군가는 분명 ‘불쾌함’의 극치를 맛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쾌감의 꼭지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공통점은 있다. ‘섹스’의 행위 자체가 갖는 텍스트적 오르가즘이란 새로운 개념이 온 몸을 자극시킨단 사실이다.

 ‘님포매니악 볼륨2’, 오르가즘 꼭 숨겨야만 하나? 기사의 사진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분명 극단적 ‘님포매니악’ 이거나 백지에 가까운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일 것 같다. 그래야만 4시간에 걸친 ‘님포매니악’의 여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님포매니악 볼륨1’이 ‘유쾌함의 오르가즘’이라면 ‘볼륨2’는 ‘텍스트의 오르가즘’이다. ‘오르가즘’이 혼자만 느끼고 숨겨야 할 신체의 언어인가. 라스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에 그 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볼륨1’은 지난 18일 개봉했으며, ‘볼륨2’는 다음 달 3일 개봉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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