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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의결권 자문사' 의견 두고도 갈등 격화···한미 '모자의 난' 향배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의결권 자문사' 의견 두고도 갈등 격화···한미 '모자의 난' 향배는

등록 2024.03.22 11:30

유수인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 오너일가간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측이 제시한 미래 비전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데 이어, 오는 28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가 형제측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서도 "납득 불가"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앞서 형체측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그룹 내 계열사간 사업부서 통합 또는 이전 등의 리스트럭처링, 바이오의약품 위주 위탁개발(CDO) 사업 확장 등을 통해 순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에 한미측은 "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한미측은 "형제측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하면서도 대안으로 제시한 예가 '순이익 증가를 위한 부서 매각'이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 사장은 '450개의 화학약품을 만들어 본 경험을 토대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겠다'고 했는데,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한미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 방식의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 기지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생산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를 단순화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역량으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비전은 공허한 느낌마저 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미생물 CMO(위탁생산) 설비를 주축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가 되진 않는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생물 배양 방식으로 만드는 의약품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DNA 및 mRNA 백신 등이 있는데, 아직 연구개발이 진전되거나 상용화된 제품이 많지 않아 시장이 형성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CMO, CDO 모두 고객사의 니즈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은 동물세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미측은 "임성기 선대 회장이 왜 장남 임종윤 사장을 한미그룹의 확고한 승계자로 낙점하지 않고, 아내인 송영숙 회장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는지 임 사장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시총 200조 티어 기업 달성' 같은 포부를 밝히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전략도 함께 내놓고 주주들께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또 '임성기 평전'과 '한미약품 50년사' 출간에 깊이 관여한 한 직원의 글을 언급하며 "선대회장은 '알맹이'가 없는 업무나 보고, 미사여구로 가득한 보고서, '일을 위한 일'을 하는 임직원은 신뢰하지 않았다. 큰 꿈을 품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감각과 냉철한 자기 분석,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찾기 위한 처절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측은 한국ESG기준원(KCGS)이 임종윤·종훈 형제가 주주제안한 안건 4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점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지적했다.

앞서 형제측은 최근 한국ESG기준원이 한미측이 제안한 이사진 6명의 선임안에 대해 '불행사'를 권고하고, 임종윤·종훈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한 2건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은 찬성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결권 자문사는 기업 등 특정 단체와 이해관계 없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객관적인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기업의 주요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고 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으로 운용되는 패시브 펀드들이 이들의 의견을 참고한다.

한미측은 "KCGS 자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도 부합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 '찬성'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아직 가처분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객관적 사실 관계도 무시한 채 한미와 OCI그룹간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을 전제로 낸 의견이란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막기 위해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로,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는 "KCGS의 이사 후보 결격사유 가이드라인에는 '직전 임기 동안 이사회 참석률이 75% 미만인 경우, '주주가 고려해야 할 주요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감춘 경우' 등이 명시돼 있다"면서 "임종윤 후보자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사내이사로 등기된 한미약품의 이사회 참석률은 23년 기준 12.5%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합에 대한 시각이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KCGS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논리를 근거로 한미와 OCI그룹간 통합 시너지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며 "게다가 현재 아무런 결정과 논의도 돼 있지 않은 부광약품의 한미사이언스 편입 가능성, OCI그룹의 충분한 현금창출 능력을 간과한 시설투자에 따른 재무 여력 부족 등을 서술하면서 향후 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근거 없이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표대결을 앞두고 있으므로, 의결권 자문사들도 형평성 있는 객관적 의견을 표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한편, 임 형제측은 표대결의 주요 의결권자인 국민연금공단에게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국민연금공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가지고 있어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국민연금공단, 그리고 소액주주 등의 표심이 표 대결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형제측은 경영권 확보 및 미래 전략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추가로 지분 매입을 계속하겠단 계획도 밝힌 상태다. 임종윤 사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제가 실패한다면 책임지고 자리를 내려놓겠다"라면서도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원 확보에 실패한다하더라도 지분 매각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형제가 약속한 게 있다. 선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만큼은 보유하겠다는 것으로, 총 67% 지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분을 팔지 않고 더 매집할 예정이다. 정기 주총 이후 임시 주총도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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