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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따로 개발하는 진짜 이유

산업 자동차

현대차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따로 개발하는 진짜 이유

등록 2024.01.18 08:35

박경보

  기자

이달 첨단차플랫폼(AVP)본부 신설···송창현 사장 '원톱'스마트폰 만들 듯 SW·HW 분리해 연구개발 속도 높여그룹 SDV 개발 방향성 유지···송 사장 영향력 확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첨단차플랫폼(AVP)본부를 신설해 흩어져 있던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 조직을 하나로 합친다. 일각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개발 체계 구축을 위해선 스마트폰 만들 듯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1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달 말 AVP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SDV본부를 폐지한다. AVP본부는 전통적인 차량 개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혁신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 내에서 차세대 플랫폼 혁신 제품 개발을 담당하던 메타(META)담당과 차량 소프트웨어 담당 등이 AVP본부에 흡수된다. 초대 AVP본부장은 기존 SDV본부장이었던 송창현 사장이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 현대차·기아 내 조직인 CTO, GSO(글로벌 전략 오피스), SDV본부 등이 각각 협업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조직 분산 및 리더십 이원화로 인해 연구개발 속도가 늦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기대와 달리 소프트웨어 담당 조직과 하드웨어 담당 조직은 별개로 운영될 예정이다. AVP본부로 넘어가는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을 제외한 기존 CTO 산하 조직은 하드웨어 중심의 R&D 본부체제로 전환한다. 새로운 R&D본부장은 기존 양산차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양희원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대차‧기아의 R&D 조직개편을 놓고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해온 R&D 조직 통합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기술 개발을 총괄했던 김용화 전 CTO 사장을 불과 6개월 만에 고문으로 위촉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차를 개발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각각 다르게 둬야한다는 입장이다. 표준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각자 빠르게 개발하자는 게 현대차그룹의 SDV 방향성이다.

송창현 사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개발 방식을 차량개발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SDV 아키텍처 안에서 각 영역이 서로 종속되지 않아야 개발속도를 높이고 검증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송 사장은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 가전‧IT전시회)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사장은 "우리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미래 고객은 고급 운전자 지원, 자율주행 등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옵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길 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DV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바꾸지 않더라도 업데이트만으로 항상 최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송 사장은 진정한 SDV 전환을 위해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디커플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의 개발 방식으로는 스마트폰에서와 같은 최신의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송 사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완성차업체들이 SDV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종속된 영역으로만 여기고 자동차 개발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주행성능과 편의기능, 안전기능, 브랜드 정체성까지 규정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직개편 이후 송 사장의 사내 입지와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송 사장을 앞세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송 사장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은 경영자로,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네이버랩스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간 시너지 통해 SDV 등 미래차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고자 연구개발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 체제를 통해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상품성 강화, 신사업 발굴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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