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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유한양행에 쏠리는 관심···'렉라자'로 새 시대 열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유한양행에 쏠리는 관심···'렉라자'로 새 시대 열까

등록 2023.10.09 07:00

유수인

  기자

12일 약평위서 급여 확대 논의, 건보 등재 두번째 관문 '타그리소'와 동시 등재 가능성도···EAP로 시장 안착 유리글로벌 임상3상 탑라인 긍정적, 23일 세부 데이터 공개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이다. 이미지=유한양행 제공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이다. 이미지=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3세대 EGFR TKI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빅파마가 주도하던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오는 12일 열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 안건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약평위는 항암제가 국내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두 번째 관문이다. 이날 1차 치료제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는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급여목록에 오르게 된다.

앞서 렉라자는 지난 6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지 두 달 만인 지난 8월 건보 적용 1차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했다. 통상 식품의약처의 허가를 받아 급여 등재되기까지 평균 1년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렉라자가 먼저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을 받는다면 국내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 시장에 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거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앞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쓸 수 있는 3세대 폐암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렉라자 뿐이다. 타그리소는 지난 2018년 12월 1차 치료제료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시장은 1차 치료제로 먼저 허가 받은 타그리소 위주로 형성돼 있다. 지난해 이 약의 국내 매출은 1065억원, 글로벌 매출은 54억4400만달러(약 7조원)이다.

다만 타그리소와 렉라자 모두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질적인 접근성은 떨어진다.

암환자가 급여 등재된 1차 항암제를 사용할 땐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되지만, 비급여로 처방받을 땐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폐암 환자가 비급여로 타그리소를 처방받는 경우 매월 700만원에 가까운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렉라자도 1년 약값이 7000만원이 넘는다.

타그리소는 2016년 국내 첫 허가 후 2018년 1차 치료 적응증을 추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19년부터 급여 1차 관문인 암질심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약효 분석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5번의 도전 끝에 지난 3월 첫 문턱을 넘어섰고, 지난달 약평위를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함께 약가협상을 거쳐 동시에 급여 등재 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타그리소의 경쟁약물이 생겼기 때문에 약가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환자의 치료 옵션을 위해 급여화는 필요하지만 타그리소는 글로벌 시장에 론칭해 있는 약물이라 약가 협상시 제한이 있다"며 "반면 렉라자는 국산 신약이기에 상대적으로 탄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두 약제를 비교해서 재정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렉라자는 약물치료 전력이 없는 암환자에게 먼저 쓸 수 있게 된 첫 국산 항암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AP는 전문의약품이 시판 허가된 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동정적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유수인 기자EAP는 전문의약품이 시판 허가된 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동정적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유수인 기자

이에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받을 수 있는 환자에게 치료제를 전액 무료 지원하는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시행하고 있다. '모두에 좋은 약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고 그 수익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고(故) 유일한 박사의 창업 정신을 계승해 보험 급여 처방 가능 시점까지 환자들이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렉라자를 공급받은 환자는 200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다. EAP를 통해 이미 렉라자가 처방되고 있고, 공급 받는 환자수도 늘고 있는 만큼 급여 등재 후 시장 안착과 처방 확대는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제약사도 하지 못하는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유한양행이 시행한다는 점은 국내 제약업계에선 의미가 있는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EAP를 시행하긴 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한다. 렉라자는 경쟁 약물과 견줄만한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무상으로, 제한 없이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는 국산 신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7조원 규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렉라자를 기술이전 받은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현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이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임상3상에서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얀센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렉라자'와 자사의 표적 항체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1차 치료요법으로 연구하는 글로벌 임상 3상시험(마리포사‧MARIPOSA) 탑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렉라자+아미반타맙은 1차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전체 생존 기간(OS) 역시 실험군(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대조군 대비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PFS는 종양 성장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을, OS는 치료 시작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항암제 효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마리포사와 관련한 자세한 데이터는 오는 20~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공개된다. 렉라자 관련 임상들을 이끌어 온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오는 23일 관련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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