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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예상 뒤엎은 판결'...'보톡스 균주전쟁' 메디톡스 "완승", 대웅 "항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예상 뒤엎은 판결'...'보톡스 균주전쟁' 메디톡스 "완승", 대웅 "항소"

등록 2023.02.10 16:42

유수인

  기자

민사 1심서 메디톡스 승···"분위기 역전" 대웅제약 "집행정지 및 즉각 항소할 것"7년간 소송전으로 양사 출혈 우려 높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판결 결과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메디톡스도 (소송에서 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전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민사소송 법원 1심 판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권오석)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의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하고, 보툴리눔 균주도 넘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일부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대웅제약) 측은 균주를 분리했다고 주장하지만 계통분석 결과와 간접 증거 등에 비춰볼 때 원고(메디톡스)의 균주와 피고 대웅제약의 균주가 서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웅제약이 원고인 메디톡스 영업 비밀정보를 사용해 개발 기간을 3개월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7년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이번 소송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대한민국에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 및 세계 4번째로 A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상업화에 성공하며 독과점적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고속성장해왔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국내 톡신 매출 1위 기업을 유지했다.

그러나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의 법적 공방으로 회사의 매출은 고꾸라졌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이 나보타주 발매와 미국 시장 진출 등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대웅제약이 균주와 기술을 훔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메디톡스에 근무하던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고, 대웅제약이 이를 기반으로 '나보타'를 개발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고, 같은 해 10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2019년 미국에서도 소송전을 벌였다. 당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균주와 제조공정 등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면서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다만 수입금지 조치는 양사와 나보타의 미국 판권을 보유한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합의에 나서면서 미국 내 소송이 취하되고 수출도 재개됐다.

반면 국내 형사소송의 경우 검찰이 지난해 2월 대웅제약의 혐의가 없다며 증거불충분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는 ITC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에 조치한 21개월간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 소송 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ITC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에 조치한 21개월간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 명령이 그대로 국내 소송에 반영된 것"이라며 "국내 법원에서는 ITC에 제출된 주요 증거와 전문가 증언, 감정 결과 등이 제출된 이후 심도 있는 심리가 장기간 진행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의 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해 60여개국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고,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나보타' 효과에 힘입은 대웅제약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분기 사상 최초로 3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게다가 보툭리눔 톡신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대웅제약은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 균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이다. 주름의 원인에 해당하는 근육에 주입하면 미세한 마비가 일어나며 주름이 펴진다.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19년 기준 5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연 평균 13%의 성장률로 지속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약 14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해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이라며 "대웅제약은 즉각 모든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이어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이기 때문에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끝나지 않는 싸움을 지속할 경우 양사의 출혈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긴 싸움 끝에 1심 결과가 나왔지만 종지부를 찍진 못할 것"이라며 "대웅제약이 항소를 하며 소송을 계속 끌고 갈 것 같다. 하지만 싸움이 지속되면 막대한 소송비 발생으로 두 기업에게 데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사의 소송전으로 메디톡스를 제치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1위에 올라선 휴젤도 이번 소송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로 ITC에 수입금지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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