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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제1권 9행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바가바드기타>] ⑦ 제1권 9행

등록 2021.02.25 14:25

“당신은 이기적입니까?”

인생은 전쟁이고 하루는 전투다. 나를 과거로 유인하여 동물처럼 살라고 부추기는 매력적인 유혹과 미래를 상상하고 인간답게, 신적인 마음을 품고 살라는 격려와의 외로운 훈련과의 싸움이다. 그저 그렇게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방식이 선하고 현명한 방식이라고 모두가 말한다. 자신의 심연에 귀를 기울여, 그 미세한 양심의 소리를 경청하는 수련중인 사람에겐, 그런 삶이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사실을 안다.

여기 한없이 펼쳐진 멋진 평원에서 이 두 개의 마음이 전투를 벌일 작정이다. 이기심과 분노의 상징인 카우바라의 용사들은 쿠루왕국의 장님 왕, 드리타라슈트라의 100명 아들들이다. 이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물질적인 부와 명성, 그리고 이것들을 손아귀에 넣는 마음가짐을 상징한다. 이들은 이 평원에서 아르주나의 오형제 용사들과 그들이 이끄는 군사들의 상징인 영적인 깨달음과 그런 깨달음이 인도하는 진선미眞善美의 삶을 상징한다.

카우바라 아들들과 이들이 이끄는 용사들은 인간의 제어되지 않는 본능인 ‘이기심’의 상징이다. 이기심은 자립(自立)이나 자기신뢰(自己信賴)와는 다르다. 이기심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여,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파괴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기심은 자신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존한다. 타인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종속된 동물이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한다. 주위환경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손안에 든 핸드폰에서 자신하고는 상관없는 복잡한 변수를 통해 매순간 출렁이는 주가의 등락에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자신은 누구의 훼방도 받지 않는 유일한 자신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발견한다. 그 사람은 자신이 캐낸 자기-자신이라는 보화를 소중히 여긴다. 그 보화는 자연스럽게 빛을 발해, 주위사람들도 자신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신뢰는 자비의 기반이다.

카우바라 용사들이 자랑스럽게 평원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전투를 준비한다. 그들 스스로는 고귀한 일을 위해 헌신하는 용사들 같지만, 사실은 허망한 목적을 위해 돌진하는 장님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아무리 화려하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아도, 그 결과는 비참하다. 그들의 이기심이 더 부풀려져 걷잡을 수 없는 괴물이 될 것이다. 이들의 충성은 맹목적이다. <바가바드기타> 1.9는 다음과 같이 이들의 진지한 전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अन्ये च बहव: शूरा मदर्थे त्यक्तजीविता: |
नानाशस्त्रप्रहरणा: सर्वे युद्धविशारदा:

anye cha bahavaḥ śūrā madarthe tyaktajīvitāḥ
nānā-śastra-praharaṇāḥ sarve yuddha-viśhāradāḥ

“그리고 수많은 다른 용사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전투를 위해 훌륭하게 훈련되었다.
그들은 온갖 무기들로 무장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을 태세로 여기 정렬하였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당당하고 의연한 것 같아도, 이들의 내면은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다. 자기중심이라는 이기심은 다음 여섯 가지 상처를 자신들의 표정, 말, 그리고 행동을 통해 주위사람들에게 드러낸다. 이 상처들은, 육욕, 분노, 탐욕, 망상, 자만심, 그리고 시기다. 타인들은 이들의 언행을 통해 나타나는 상처를, 얼굴에 난 상처처럼 금방 감지하는데, 정작 자신은 장님이 되어, 그 상처를 볼 수 없다.

첫째, 육욕肉慾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고 숭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의 삶을 수련하지 않으며, 이기심은 그(녀)를 현재상태의 오감을 통해 만족시켜주는 다양한 물건에 탐닉하도록 끊임없이 유혹한다. 자신의 정신을 확장하여 타인의 편에 서보는 연습을 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일깨워 숭고한 일을 추구함으로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거룩한 일에 매진하지 않으면, 그는 외부의 자극에 금방 반응하는 육체의 만족을 위해 애쓰고 결국 중독된다.

‘육욕’을 산스크리트어로 ‘카마’kama라고 부른다. 카마는 오감을 자극하는 외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점점 더 센 자극을 요구한다. 이 강압적인 물질에 대한 욕망은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왜곡시키는 주범이다. 자신이 지닌 신적인 자아를 망각하게 만드는 다른 심리적인 요소들과 연합한다. 육욕의 상징이 바로 드리타라슈트라의 아들인 두르요다나다. 그는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평원인 쿠루평원의 단 한 평도 사촌 아르주나와 그의 형제들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그의 육욕이다. 육욕이 다른 카우라바 군대들과 합세하여 인간의 감각기관을 마비시켜, 인간의 가장 비열한 모습을 들춰내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그 예들이다. 힌두경전들은, 카마의 노예가 되면, 정상적인 인간들도 당나귀, 원숭이, 염소 그리고 돼지처럼 행동한다고 말한다.

육욕은 그 쾌락을 극대화하고 탐닉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다른 감각들을 남용한다. 눈은 점점 더 자극적인 이미지를 원하고, 귀는 점점 달콤한 아첨과 그의 청각을 자극하는 목소리와 음악에 경도된다. 코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타인이 인정하는 향기에 도취되어, 자신을 짙은 향수로 도배한다. 더 자극적인 음식과 음료는 혀를 무한하게 자극한다. TV나 유튜브를 켜면 나오는 먹방은 잡다한 음식을 소개하여 미각을 교란시킨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촉각을 추구하여 결국 자신의 몸을 상하게 만든다. 육욕은 이기심이 낳은 자식이다. 만족할 수 없는 육욕은 자신의 건강, 행복, 지력, 분별력, 판단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둘째, 분노憤怒다. 분노는 육욕을 만족시키는데 실패했을 때, 등장하는 괴물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크로다’krodha라고 부른다. 장님 왕 드리타라수트라의 첫 번째 아들, 두르요다나는 육욕와 욕망의 상징이며, 두 번째 아들 두흐샤사나Duhushasana는 분노를 상징한다. ‘두흐샤사사’는 산스크리트어로 ‘제어하기 힘든 자’란 뜻이다. ‘두흐’duḥ는 ‘어려운; 잘못 끼워진’이란 뜻이며 ‘샤스’śās는 ‘제어하다; 조절하다’라는 뜻이다. 그는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화를 참지 못하는 비열한 존재로 등장한다.

크리슈나는 <바가바드기타> 2.63에서 아르주나에게 분노를 이렇게 설명한다.

krodhād bhavati sammohaḥ sammohāt smṛiti-vibhramaḥ
smṛiti-bhranśhād buddhi-nāśho buddhi-nāśhāt praṇaśhyati

“분노는 판단력을 흐리고, 그 결과 기억력을 혼동시킨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지력은 파괴된다. 지력이 파괴되면, 그는 끝장이다.”


분노는 평화를 파괴하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해악으로, 조급, 폭력, 자해, 짜증, 분 삼키기, 질투 등으로 다양하게 드러난다. 인간이 이기심에 사로잡히면, 자신도 모르게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화를 내기 마련이다.

셋째, 탐욕貪慾이다. 이기심은 인간을 변덕의 노예로 만든다. 변덕은 그의 판단력을 흐려 결국 사람과 사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머리에 각인시킨다. 탐욕은 임무나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감정이 명령하는 대로 마음대로 방종한다. 그에게 스승은 자신의 마음속에 기생하다 주인으로 자리를 잡은 훈련되지 않는 변덕이다. 우리 대부분은, 탐욕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운 적도 없고 수련한 적도 없다. 사회는 그런 탐욕을 극대화하여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숭배한다. 학생들은 그런 직업을 획득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공부에 매진한다.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대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탐욕을 위해 매진하여,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 명예 혹은 권력을 획득한 동물들이다. 변덕에 노예가 된 상태는 바로 ‘로바lobha’다. 로바는 삶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필요’와 굳이 필요가 없는 ‘필요’를 혼동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형태의 탐욕은 음식에 대한 식탐이다. 자신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음식을 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배가 요구하는 대로, 음식을 흡입하는 행태다, 탐욕은 배부를 줄 모르는 식탐이다. 음식을 과도하게 탐하는 사람은, 자신의 배가 더 이상의 음식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도 찼는데,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행위다. 식탐은 극복하기엔 힘든 상대로, 대부분 자신의 건강에 이상 신화가 등장하면 식습관을 고치기 시작한다, 탐욕이 과도하면, 타인의 안녕을 파괴하는 사기, 절도, 강도에 이른다. 만일 인간이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의 삶과 영혼은 파괴되고 인생 고통의 날들을 보낼 것이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지옥에 이르는 세 문을 <바가바드기타> 16.21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신을 파괴하는 지옥에 이르는 세 문이 있다. 욕심, 분노, 그리고 탐욕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이 세 가지를 버려야만 한다.”

넷째, 망상妄想이다. 이기심은 시간이 가져다주는 정상적인 경험을 오는 지혜를 억누른다, 에고와 이기심은 망상이 만들어낸 가짜 영혼이자 의식이다. 망상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모하’moha다. 모하는 이기심을 통해 등장한 망상이며. 그 망상은 마음의 시야를 어둡게 만들어 선과 악, 옳음과 그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마하바라타>에서 모하는 장님 왕 드리타라슈트라의 첫 번째 아내의인 간다리Gandhari의 동셍 샤쿠니Shakuni다. 샤쿠니는 전쟁에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려 정복하는 특별한 기술의 소유자다. 샤쿠니는 드루요다나를 현혹시켜 판다바 오형제와 주사위 내기를 하라고 종용한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자가, 상대방의 왕국을 차지한다. 샤쿠니는 주사위를 던져 속임수를 사용하여 드루요다나를 위해, 판다바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다섯째, 자만심自慢心이다. 자만심은 인간의 마음을 조급하고 협소하게 만든다. 자만심은 무한하고 포용적인 영혼의 목을 조여 질식시킨다. 자만심이란 자신의 조그만 이익을 늘이기 위해, 언제나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은 자아도취다. ‘마다’mada은 자만심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 단어인데 건방, 오만, 도도한 태도를 취하며 자신의 욕망, 권리, 지위, 인종, 종교, 감정이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추종해야할 성배하고 착각한다. 자만심은 한마디로 자기도취이며 정신이상이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이 취하여,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마하바라타>에서 자만심의 상징은 ‘살야’Shalya다. 샬야는 판다바의 막내들인 사하데바Sahadeva와 나쿨라Nakula의 외삼촌이다. 그는 카우바라 군대들과 싸우기 위해 출정했지만, 두르요다나의 뇌물과 아첨에 넘어가, 아르주나와 판다바를 배신하고 카우라바 편에서 싸운다. ‘샬야’라는 단어의 의미는 ‘흠; 결점이란 의미로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을 혼동시켜 세상을 좁은 시야에서 보고 행동하는 태도다. 그것이 바로 자만심이다. 자만심은 자신을 남들보다 중요하게 크게 우월하게 보이기 위해, 자신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깍아 내라는데 혈안이 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항상 분노, 복수로 가득 차 있고 자기 고통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주위사람들에서 찾고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도 자만심의 덫에 걸려 넘어질 수가 있다.

여섯째, 시기猜忌다. 시기는 이 단어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마트사르야’matsarya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단어는 ‘부러움; 질시, 적대; 중독’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시기는, 어떤 사람이 세상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소유해도,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이 지닌 소유를 탐내는 불안이다.

카우바라 용사들 중 ‘크리타바르마’Kritavarma가 시기를 상징한다. 그는 쿠루크세트라 전쟁에서 두르요다나를 지원하는 유일한 야다바Yadava 즉 크리슈나 부족 출신이다. 크리타바르마가 한 여인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녀는 대신 크리슈나 왕국의 여인이 되었다. 시기는 그 사람의 의무를 망각하게 만들고 타인의 직위를 갈망한다.

위에서 언급한 여섯 가지 감정들, 욕심, 분노, 탐욕, 망상, 자만심, 그리고 시기는 이기심의 발로다. 이기심은, 헛된 자신을 끊임없이 창조하여, 그 허상을 자신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솟아날 때, 수련자는 그런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평온을 수련해야한다. 이런 감정에 휩싸이는 내가 나인가? 아니면 그런 감정을 순식간에 인식하고, 이런 해악들이 분출되지 않도록 고삐를 채우는 자가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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