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 서울 7℃

  • 인천 10℃

  • 백령 8℃

  • 춘천 7℃

  • 강릉 12℃

  • 청주 12℃

  • 수원 9℃

  • 안동 16℃

  • 울릉도 13℃

  • 독도 13℃

  • 대전 12℃

  • 전주 14℃

  • 광주 15℃

  • 목포 15℃

  • 여수 15℃

  • 대구 20℃

  • 울산 19℃

  • 창원 17℃

  • 부산 16℃

  • 제주 14℃

위대한 동반자 ① 동반자(同伴者)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위대한 동반자 ① 동반자(同伴者)

등록 2020.06.11 15:02

수정 2020.06.12 07:27

위대한 동반자 ① 동반자(同伴者) 기사의 사진

작년부터 나의 일과이자 임무는 독서와 글쓰기다. 일 년 반전에 학교를 그만 둔 후, 글쓰기를 삶의 목표로 삼았다. 글쓰기에 온전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몰입하기 위해서 나는 가장 간결한 스케줄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종교적으로 지킨다. 글쓰기가 내 삶의 고유한 임무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두고 볼일이다. 일주일에 한번, 매주 목요일에 서울에서 진행하는 공부모임 이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 설악면에서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면 1층에 마련된 명상방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방 가운에 있는 하얀 방석 위로 올라앉는다. 나는 그 방석을 엘리야가 타고 승천했다는 마차 ‘마르카바’Marqaba, 무함마드가 소위 ‘권능의 날’에 예루살렘과 하늘로 타고 올라갔다는 말 ‘부룩’Buruq과 진배없다. 방석에게 정성을 보이면 방석은 나를 생경하고 신비한 장소로 나를 데리고 간다.

나는 마당에 한가운데 심어 놓은 벚나무를 가만히 응시한다. 저 나무는 돌보는 이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자족하며 언제나 서있는 것인가! 저 나무를 늠름하게 만드는 것은 지구의 내핵을 향해 뻗은 뿌리다. 나도 그 뿌리와 같은 심연心淵 깊은 곳에 정성을 내려 본다, 그것으로부터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얻는다. 눈을 감으면, 고요한 마음의 호수가 등장한다. 그 호수에 반영된 내 자신에게. 오늘도 조용히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

내 아침 명상의 변함없는 동지同志들이 있다. 8년 전, 내 삶에 운명적으로 들어와 나를 변모시킨 ‘구루’guru들이다. 진돗개 샤갈과 벨라다. 이들이 왜 훌륭한 구루인지는 앞으로 천천히 설명하겠다. 나는 이들을 유대인 화가 마크 샤갈Marc Chagall과 그의 첫 번째 아내인 벨라Bella 이름에서 가져왔다. ‘샤갈’은 히브리어로 ‘성전’이란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 ‘헤이칼’을 아시케나지식으로 발음한 이름이다. 그의 부인인 벨라Bella는 라틴어로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이다. 샤갈은 진돗개치고는 몸이 커 몸무게가 37kg다. 벨라는 전형적인 진돗개로 18kg이다. 샤갈과 벨라도 내 곁에서 매일 명상을 수행한다. 이들도 마당을 응시하면서 가끔 한 숨을 쉰다. 그 숨은 내 명상이 길어지거나 마음이 흩어져 졸면 나를 깨우는 죽비다.

내가 눈을 뜨면, 이들은 이내 꼬리를 치면서 나에게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치워야하는 의례儀禮가 있다고 알려준다. 아침 산책이다. 나는 이들과 8년 동안 매일 아침, 다른 급한 용무와 겹치지 않는다면, 산책을 수행修行했다. 아니 이들이 나에게 아침산책이라는 의례의 습관을 선물로 주었다. 내가 귀찮아 눈을 감고 명상을 오래 끌거나 책상에 앉아 다른 일을 시작하면, 나를 방해한다.

샤갈이 오른쪽 앞발로 나의 팔을 툭툭치고 내가 모른 채 하면, 그는 이내 포기하고 다시 기다린다. 그러나 벨라는 다르다. 벨라는 시간이 되면 일어나 꼬리를 살살치면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녀의 간절하고 강력한 눈길은 아침 산책의 시작하는 총소리다. 아침산책은 나의 몸과 정신을 일깨운다. 산책코스에 있는 변화무쌍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꽃, 나무, 물고기, 새, 온갖 동물들은 나의 시선을 확장하고 섬세하게 만든다. 내가 샤갈과 벨라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나를 키우고 변모시켜왔다. 인간은 언제부터 반려견들과 운명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는가?

개는 인간에게 오래전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다. 언제, 그리고 어떻게 개와 인간을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최근 고고학적 발굴과 DNA 분석을 통해 우리의 우정은 3만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개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인간과 개는 상호이익과 존경을 기반으로 인연을 맺었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짐승이었다. 30만년 전 북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는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 정교한 장례의례를 치웠다. 호모 사피엔스가 당시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들과 같은 유인원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유적이 있다. 그것은 인류가 최초의 동굴벽화를 그린 쇼베동굴이다. 프랑스 아르데슈 Ardeche 강의 석회암 고원 지대에 위치한 쇼베동굴은 인류가 처음으로 그림을 통해 창작활동을 시작한 유적지다. 이곳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벽화는 탄소연대측정에 의하면 3만4천년 전이다. 이곳에 인간과 반려견과의 관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흔적이 남아있다.

동굴 안쪽에 어린 아이와 늑대가 함께 걸어가는 발자국이다. 2만 6000년으로 추정되는 이 발자국들은 아직 마르지 않는 진흙위에 찍혔고 45.72미터 길이에 빼곡히 남겨져 있다. 쇼베동굴이 1994년에 발견되면서, 이 신비한 동행의 발자국도 빛을 보게 되었다. 4천6000년이란 시간을 초월하여, 이 발자국들은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가?

인간 발자국은 8세에서 10세 아이의 맨발이며 진흙에 남긴 발의 압력을 계산해 보면, 키가 140cm 정도다. 발자국들은 아이가 뛰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처럼, 조용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고 있었다. 진흙이 굳지 않아, 아이가 미끄러진 흔적도 남아있다. 아이는 아마도 칠흑과 같은 동굴을 밝히기 위해 한 손으로는 횃불을 들었다. 발자국들 중간에 횃불에서 떨어진 목탄 흔적이 발견되었다.

구석기시대 한 어린아이가 미켈란젤로의 그림으로 가득한 로마 시스틴성당과 같았던 쇼베동굴 벽화와 동굴 맨 끝에 마련된 곰 두개골을 감상하러 들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한 손에 횃불을 들고 입구에서 200m정도 들어왔다. 아이의 부모가 벽화들과 곰 두개골이 놓여있는 의례장소를 보라고 말했을 것이다. 아이는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괴물이 나올 것만 같은 미궁의 동굴을 자신의 베스트프렌드와 동행했다. 바로 그(녀)는 바로 자신과 같이 지내는 늑대-개였다. 늑대-개의 발자국도 신기하게 어린아이 발자국 옆에 나란히 찍혀있다. 그 크기로 보아 어린아이보다 훨씬 큰 회색 늑대-개였을 것이다.

우리는 최근까지 인간은 기원전 9000년경 농업을 발견하고 잉여 농산물이 생기면서 개를 사육하기 시작했다고 믿어왔다. 개는 빙하기가 끝나고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면서 등장한다. 회색 늑대가 농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인간이 남긴 농산물, 축산물 혹은 쓰레기를 훔쳐 먹었다, 늑대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다른 동물들, 특히 인간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인간의 남긴 음식 먹을 얻기 위해 유순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늑대들의 이 생존방식이 지속되면서, 늑대들은 더욱 유순해지고 인간은 늑대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개량시켰다. 이 설명은 최근 고고학적 발굴과 DNA분석이 등장하면서 허물어졌다.

새로운 이론은 이것이다. 인류와 개는 함께 진화하였다. 우리가 늑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였고 동시에 늑대로 인간을 선택하였다.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되었다. 이 둘의 관계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지닌 개성을 부각시키는 상호존경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인간과 개가 공존하여 2만6000년전부터 흥미진진한 역사를 함께 기록하였다. 이 두 집단은 긴밀한 협력으로 짐승상태의 ‘호모 사피엔스’를 신적인간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회색 늑대의 일부가 인간의 마음을 한순간에 알아버리는 신적인동물인 ‘개’로 변모하였다. 개는 인간을 짐승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변화시킨 운명의 동반자同伴者다.

어린아이와 늑대-개 발자국. 2만6000년전 프랑스 쇼베동굴어린아이와 늑대-개 발자국. 2만6000년전 프랑스 쇼베동굴


미술감식가들: 예술가와 두 개들. 영국 화가 에드윈 헨리 랜시어(1802–1873). 유화,1865, 92.4 cm x 72.1 cm. 영국 왕실 미술수집미술감식가들: 예술가와 두 개들. 영국 화가 에드윈 헨리 랜시어(1802–1873). 유화,1865, 92.4 cm x 72.1 cm. 영국 왕실 미술수집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