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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재계 인사 기조 ‘時點 파괴의 시대’

달라진 재계 인사 기조 ‘時點 파괴의 시대’

등록 2016.10.18 18:04

수정 2016.10.19 07:10

정백현

  기자

정기 임원 인사 시점 가을로 당긴 기업 증가조직 혁신·성과 극대화 위해 수시 인사 불사조기 인사 통해 효율적 경영 계획 수립 꾀해

재계의 인사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특정한 시점을 딱 고집어서 인사를 하던 과거의 모습을 벗고 필요한 인재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등용하고 있다. 정기 인사도 12월에 맞춰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10월 초부터 인사를 단행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각 그룹 계열사 인사를 정기 인사에서 수시 인사로 바꾸거나 정기 임원 인사 시점을 12월에서 4분기 초반인 10월로 앞당기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빨라진 인사 발표일이다. 보통 각 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 발표는 12월 첫 주를 시작으로 늦게는 다음해 2월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실제로 매년 12월 첫 화요일에 삼성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성탄절 전후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사 명단을 공개해왔다. 그리고 그 사이 많은 기업들이 각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대대로 해를 넘겨 다음해 2월 초에 인사 명단을 내놨다.

올해는 다르다. 3분기에 대한 경영 실적 확정치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계열사 수장을 바꾼 기업이 꽤 있다.

한화그룹의 인사 명단 발표 시점이 매년 연말에서 창립기념일 즈음인 10월 초로 크게 앞당겨졌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여기에 SK그룹도 빠르면 11월 중순께로 인사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기 인사 시점을 앞당기거나 아예 수시 인사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 중인 기업도 많다. 재계 투톱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최근 안팎으로 악재를 맞고 있는 두 기업은 위기 탈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조기 인사 단행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은 창사 이래 최대 악재가 된 ‘갤럭시노트7 리스크’ 해소를 위해 관계 임원들에 대한 문책과 조직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수년째 진통을 겪은 노사 문제와 영업 부진, 최근 논란이 불거진 품질 관련 문제에 대한 진화를 위해 파격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 14일 영업 부진의 책임을 물어 곽진 국내영업본부장 겸 부사장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이광국 워싱턴사무소장 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함과 동시에 국내영업본부장에 임명하는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 역시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된 직후부터 본격적인 정기 임원 인사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례를 따지지 않는 이 부회장의 실용 중시 경영 트렌드를 감안하자면 인사 시점이 당초 12월 첫 주에서 11월 중순으로 빨라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렇듯 여러 기업들이 관례처럼 굳어졌던 시점을 파괴하면서까지 인사에 파격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안팎의 위기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시 인사는 조직 안팎에 위기의식과 성과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시킬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높은 성과를 낸 임원을 파격 승진시킬 경우 조직 내에서 ‘나도 일만 잘하면 인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동기가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누군가가 별안간 사라지면 ‘못하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강조될 수 있다.

수시 인사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이 꼽힌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연말 정기 인사 외에도 그룹 계열사 임원에 대한 경질 인사나 발탁 인사를 수시로 단행했다.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수시 인사의 목적이었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조직의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수시 인사를 꼽으면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이를 적극 실천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연말로 한정하던 인사 시점을 10월과 11월로 앞당기는 것 역시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새해 계획을 세우는 시점에 새로운 수장을 앉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임 임원에 의해 그려진 경영 밑그림이 신임 임원의 구미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시대의 변화상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최근 실적이나 업계 환경과도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신임 임원 인사가 발령된 후 이전의 경영 계획을 엎고 다시 계획을 짠 기업도 더러 있다.

따라서 의욕적으로 새 자리에 앉은 신임 임원이 조직의 환경을 제대로 파악한 뒤 새해 계획을 효과적으로 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러 사례를 통해 과거형 혁신 모델에 안주하는 형태로 경영에 나설 경우 큰 과오를 되풀이하고 결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의식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형태의 인사 기조 파괴 트렌드는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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