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5일 일요일

  • 서울 16℃

  • 인천 16℃

  • 백령 13℃

  • 춘천 18℃

  • 강릉 21℃

  • 청주 18℃

  • 수원 17℃

  • 안동 16℃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18℃

  • 전주 19℃

  • 광주 19℃

  • 목포 18℃

  • 여수 20℃

  • 대구 17℃

  • 울산 17℃

  • 창원 18℃

  • 부산 16℃

  • 제주 18℃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지배력·효율성 일거양득 이뤘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지배력·효율성 일거양득 이뤘다

등록 2015.05.26 15:20

정백현

  기자

李 부회장 실질 지배력 더 커져···‘이재용 시대’ 힘 싣기?건설업 계열사 재편으로 사업 간 시너지 효과 창출 기대미래 성장 동력 강화 발판 마련에도 내부구조 재편 숙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오는 9월 1일 합병해 통합법인 '삼성물산'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서울 삼성물산 서초사옥 앞에 게양된 삼성물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오는 9월 1일 합병해 통합법인 '삼성물산'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서울 삼성물산 서초사옥 앞에 게양된 삼성물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오늘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선언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사업구조 재편을 넘어 경영 시너지 효과 창출은 물론 향후 ‘삼성 3.0 시대’의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 사는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기업 간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주체는 제일모직이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피합병된다. 합병비율은 1:0.35다.

두 회사의 합병은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추인되며 9월 1일 통합법인이 출범한다. 통합 법인명은 삼성 모태기업의 전통을 승계한다는 뜻에서 ‘삼성물산’으로 결정됐다. 삼성물산은 1938년 고 호암 이병철 창업주가 대구에서 세운 삼성상회의 후신이다.

◇오너 지분 줄었지만 지배력 여전히 강해 = 이번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소폭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배력은 강해졌고 지배구조도 단순해지게 됐다.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이 1.4%의 지분만 보유했을 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3세 자녀들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었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개인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42.2%에 이르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였다.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은 23.2%에서 16.5%로 줄어들게 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지분도 나란히 7.8%에서 5.5%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과 자녀 3명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여전히 30%를 넘는다.

여기에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화재 등 기존 관계사들의 지분을 합칠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0%에 육박하게 된다. 회사 지배력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

특히 이번 합병 과정에서는 이 부회장의 영향력 강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삼성물산 보유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지분을 각각 4.1%와 17.1%씩 보유해왔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이 더 늘어날 경우 추후 이 부회장이 지분 유동화 시 얻을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기존 지분율 0.6%)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룹 지배구조의 단순화도 눈여겨 볼 점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핵심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형태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키우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합병이 이른바 ‘이재용 시대’ 출범을 앞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힘 실어주기의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종 간 연계 효과 커졌지만 ‘四頭龍’ 문제 해결해야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취지는 중첩된 사업을 합병·재편하겠다는 뜻이 가장 강하다. 이번 합병을 통해 4개였던 삼성의 건설업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 등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은 ‘래미안’ 등 국내 주택 사업과 해외 건설 사업은 물론 제일모직 건설부문이 해왔던 국내외 빌딩 시공과 운영 부문을 안게 되면서 건설업 분야에 대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맡는 식음료 사업과 이서현 사장이 전담하고 있는 패션 사업은 삼성물산의 검증된 해외 사업 능력을 등에 업으면서 글로벌 진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바이오 사업도 강화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51%를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를 제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육성에 있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한 회사에 지나치게 다양한 사업이 분포돼 있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통합 삼성물산에는 기존 건설업과 상사업 외에도 제일모직이 운영해 온 패션업과 리조트 운영업(용인 에버랜드·3개 골프장)이 한꺼번에 모이게 된다. 마치 몸은 하나지만 머리는 4개인 용을 연상케 한다.

기반 자체부터 워낙 다른 업종들이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사업부가 지나치게 많이 갈라질 경우 삼성이 기대하는 산업 간 시너지 효과 창출 문제에서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삼성물산이 한 지붕 아래서 다양해진 산업군을 어떻게 재편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제일모직에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상사부문 고문을 맡아왔지만 최근에는 인연이 뜸해진 상태다.

현재로서는 두 사람의 거취에 큰 변화 조짐은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의 경영 능력에 문제가 없는데다 단기적인 사업부문 재편 가능성 역시 적기 때문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