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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와 함께 한 배우 강하늘의 순도 100% ‘순수함’

[인터뷰] ‘순수의 시대’와 함께 한 배우 강하늘의 순도 100% ‘순수함’

등록 2015.03.13 14:26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바쁘다’는 기준으로만 보자. 지금의 완벽한 대세는 배우 강하늘이다.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반듯한 이미지의 ‘효신 선배’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 ‘소녀괴담’으로 영화의 맛을 봤다. 곧이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로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후 최고의 화제작이자 기대작이던 ‘쎄시봉’을 타고 1960대의 감성을 기가 막히게 살려냈다. 이후 연극 ‘헤롤드&모드’로 신인급으론 쉽지 않은 무대극의 생동감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영화 ‘스물’을 통해선 김우빈-이준호와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포복절도의 코미디도 내제돼 있음을 선보인다. 하지만 진짜 압권은 ‘순수의 시대’ 속 타락의 아이콘 ‘김진’이었다. 콤플렉스 투성이의 인간이면서 야비하고 야망에 가득찬 비열함 자체가 김진이란 인물이었다. 강하늘은 우리에겐 어쩌면 익숙하고 편안함의 대명사로 자리해 왔던 것 같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그래왔듯이. 불과 2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순수의 시대’를 통해 선보인 강하늘은 기본 베이스 자체가 틀린 강하늘이었다.

정말 짧은 시간에 진짜 많은 작품을 소화해 냈다. 농담처럼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말을 던졌지만 절대 아니란다. 그저 운이 좋았고, 좋은 작품을 만나 자신이 더 즐거울 뿐이란다. 기본적으로 강하늘은 겸손하다. 누구나 그럴 법한 기본 매너다. 하지만 강하늘은 정말 겸손하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은 배우이기에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가식이 없다.

“전 지금도 너무나 운이 좋은 배우를 지망하는 준비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뭐라고 지금부터 배우라는 말을 붙이겠어요. 감히(웃음). 정말 좋은 시기에 딱딱 맞아 떨어지게 좋은 작품을 만났고, 제가 선택을 당한 거죠. 사실 어떤 분들은 ‘미생’이 잘되고 제가 떴다고도 하는 데 글쎄요. 절 좋고 봐주시는 여러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해야죠. 그리고 제가 고민하던 시기에 ‘순수의 시대’를 만났으니 또 한 제 복이죠. 하하하.”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강하늘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순수의 시대’가 가야할 길의 바닥은 사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분명 걸어가기에 불편했을 것이다. 강하늘 역시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인물이 아닌 극 전체를 보는 그의 선택적 기준은 이번에도 똑같았다. 놓칠 수 없는 극 자체의 흐름이 갖는 매력이 강하늘을 설레게 했다.

“제가 연기한 ‘진’이란 인물이 악역이란 점에서 끌렸다는 얘기도 맞아요. 하지만 함께 하는 신하균-장혁 선배와 한나 누나(대학 같은 과 선후배)가 함께 한다고 하니 의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봤죠(웃음).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얘기가 너무 뚜렷했어요. 사실 연기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죠. 너무도 색깔이 명확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은 정말 오래가지 않아서 완전히 깨져버렸죠. 전 아직도 배우 될라면 멀었나 봐요. 하하하.”

대본 리딩때도 강하늘은 너무도 편했단다. 사실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장감이 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촬영 당일 첫 장면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물레방아간 겁탈 장면이었다. 인간적으로 극심한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고. 배우 데뷔 후 첫 19금 장면이라 사실 아주 조금의 기대도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막상 몸과 감정으로 느낀 19금의 위력은 너무도 달랐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당시 그 장면에서 함께 한 여배우분이 정말 능숙한 분이라 많이 리드를 해주셨어요. 하지만 제가 정신적으로 충격이 정말 컸죠. 남자로서 배우로서 진짜 너무 못할 짓을 한 것 같았어요. 상대 여배우 분께서 괜찮다고 말씀해 주시는 데도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어휴. 베드신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그제서야 알았다니까요.”

특히 강한나와의 베드신은 곤욕 그 자체였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1년 선후배로 학창시절부터 너무도 친한 사이였다고. 함께 학교 작품도 여러 편 했단다. 너무 친한 누나 동생 사이였지만 ‘순수의 시대’에선 폭력의 주종 관계로 맺어진 사이가 됐다. 그것도 몸을 섞어야 하는 성의 관계를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로 연결이 됐다.

“하하하. 사실 좀 민망했죠. 처음에도 누나와 함께 해야 하는 생각에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고민도 했어요. 현장에서도 몇 번 마주치는 장면이 없어서 함께 한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만나게 되면 ‘어! 누나!’라며 반갑게 인사도 했죠. 그런데 베드신 장면이 있는 날에는 일부러 얼굴도 안 마주쳤어요. 고민을 하면서 그래도 정색을 하고 나갔죠. 그런데 누나가 얼굴이 변해 있는거에요. 그냥 ‘가희’가 있더라구요. 나중에 누나한테도 물어보니 저와 비슷했다고 하던데 촬영장에 오니 강하늘이 아니라 ‘진’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참 고마웠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순수의 시대’가 가장 놀라웠던 점은 따로 있었다. 배우 장혁이 연기한 색다른 이방원도 아니었다. ‘하균神’으로 통하는 배우 신하균의 ‘화난 근육질’도 주목을 끌기엔 부족했다. 바로 강하늘이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 ‘진’이다. 강하늘의 비열하게 야비한 눈빛은 포스터에서도 단연 압권이었다.

“전 절대 캐릭터에 매료돼 작품을 보지는 않는데, 이번은 좀 인물에 눈길이 가기는 했어요. 왕의 부마(사위)란 위치가 어떨까. 모든 출세의 길이 막힌 채 재야에 묻혀서 살아야 하는 그 답답함을 김진이란 인물은 어떻게 표현할까. 자신을 부마로 내몰아 세운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어떨까.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죠. 제가 내린 정의는 그래요. 몸은 어른이지만 머리는 아이에서 멈춰버린 인물. 치기 어린 아이들 순수함이랄까(웃음)”

강하늘은 영화 속에서 아버지 김민재(신하균)에게 혼쭐이 난 뒤 울면서 투정을 부리고 도망가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고 웃었다. 관객들도 언론시사회 당시 기자들도 이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했다. 강하늘의 분석이 성공했단 결정적 한 장면이다. 이 말에 강하늘이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참 순수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다. 강하늘은 순수란 단어를 두 가지로 나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영화 제목에서도 순수란 단어가 있지만 전 ‘순진하다’와 ‘순수하다’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고 생각해요. 순진은 자기중심이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습이 떠올라요. 하지만 순수는 확실하게 자신의 주장이 서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순수가 착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순수악(惡)’이란 말도 있잖아요. 순수한 사람이 되더라도 순진한 사람은 되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이번 영화가 제 생각과 정말 잘 맞아 떨어져서 선택하고 저도 선택당한 것 아닐까요.”
마지막에 강하늘에게 뜬금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강하늘이 생각하는 배우란 의미’는 무엇일까.

“연기를 하는 사람을 단순하게 배우라고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음, 아직 제가 배우가 뭔지를 정의하기엔 너무도 모자른 위치고. 내가 당당하게 배우가 뭔지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기 위해 달려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은 멀었죠.”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강하늘은 분명히 그 의미를 알아낼 것 같았다. ‘순수의 시대’와 함께 한 배우 강하늘이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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