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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무비게이션] ‘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등록 2015.01.15 14:08

김재범

  기자

 ‘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기사의 사진

영화 ‘허삼관’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도 두드러진다. 먼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중국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전 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옮겼다는 점만으로도 ‘허삼관’은 주목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길을 만들어 냈단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커지게 된다. 특히 원작 속 배경인 ‘문화혁명’ 뒤 중국 사회의 민생 경제 회복 과정이 국내로 넘어오면서 어떻게 각색되고 또 그려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이건 호기심이다. 가장 중국적인 코드가 가장 한국적인 냄새로 변모되는 과정은 오롯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하정우의 힘일 것이다. 반면 약점도 너무 눈에 띈다. ‘허삼관’은 우화적이고 해학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원작을 기반으로 한다. 이점은 자칫 포인트를 잘못 잡을 경우 의미 없는 농담과 가벼움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제 겨우 ‘롤러코스터’ 한 편으로 연출의 판을 경험한 하정우가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허삼관’의 가장 뇌관은 초호화 캐스팅이다. 이 점은 ‘평범한 소시민 허삼관’의 얘기를 풀어내는 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의 옷을 입은 배우가 주목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과 단점은 모두 배제하고서라도 ‘허삼관’의 미덕을 꼽자면 단연코 감독 하정우의 연출력이다. 앞서 언급한 호기심의 첫 번째인 시대적 배경의 각색과 스토리의 흐름을 연출의 유려함으로 커버했다. 완벽하게 중국적 색채를 띤 원작을 1950년대 대한민국 충남 공주로 끌어온 점은 경탄스러울 정도다. 배경의 전환은 사실 스토리 전체의 틀에 손상을 주는 요소이기에 꽤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허삼관’은 원작의 아우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한다.

 ‘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기사의 사진

영화 스토리 변곡점은 크게 세 가지다. ‘허삼관’과 ‘허옥란’의 러브 스토리가 첫 번째 스토리다. 삼관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최고의 미녀 옥란에게 첫 눈에 반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삼관은 옥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동네 최고 정보통 방씨의 소개로 ‘매혈’을 소개 받는다.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한다는 다소 생경한 모습은 지금 시대의 눈으로는 너무도 영화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당시 ‘매혈’은 존재했다. ‘매혈’이 사랑을 얻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허삼관’이 갖고 있는 우화적인 주제를 표현한 장치와도 같다. 피를 통해 가족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후에 세 아들을 둔 ‘허삼관’의 가족 얘기로 확장을 시도한다.

두 번째는 피를 통한 허삼관의 분노다. 옥란과 함께 가정을 꾸린 삼관은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을 두게 된다. 하지만 후에 삼형제 가운데 한 명인 ‘장남’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알게 된다. 피 검사를 통해 삼관은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아내 옥란이 결혼 전 교제했던 하소용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피를 통해 얻은 사랑과 가족이 피를 통해 붕괴되는 지점이다.

 ‘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기사의 사진

세 번째는 붕괴된 가족이 피를 통해 다시 재결합하는 모습이다. 일락은 자신의 친부 하소용과 같은 병을 앓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일락을 살리기 위해 삼관은 또 다시 ‘매혈’을 통한 치료비를 마련한다. 연이은 매혈은 삼관을 죽음으로 이끌어 간다. 하지만 삼관은 피를 통해 어긋났던 부정을 피로 인해 회복하려 노력한다.

‘허삼관’은 원작 제목에서 사라진 ‘매혈기’를 표면적으로 지워냈지만 ‘매혈’ 속에 담긴 숨은 얘기에 집중한다.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하는 단순한 행동에서 이 영화는 기묘하게도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가족의 구성,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 부성에 대한 심리를 끄집어낸다. 이 지점은 오롯이 원작의 힘을 죽이지 않고 가져온 각색과 함께 연출을 맡은 배우 하정우의 힘이다. 이미 ‘롤러코스터’를 통해 연출의 센스를 발휘한 그는 배우의 입장에서 배우가 가장 편한 연기의 포인트를 스스로 꺼낼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제작 당시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세밀한 리허설을 통해 오점을 잡아낸 꼼꼼함은 ‘하정우표 드라마’의 힘을 살리는 노력이다.

 ‘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기사의 사진

적재적소에 배치된 조연들의 힘도 ‘허삼관’의 진득한 힘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허삼관’은 기본적으로 주인공 허삼관과 그의 아들 일락이 만들어 가는 얘기다. 부성이 주된 흐름이다. 아내 허옥란을 연기한 하지원은 세 아들의 실제 엄마나 다름없을 정도의 모성을 보인다. 세 아들 가운데 ‘아픈 손가락’ 일락을 바라보는 하지원의 눈빛은 ‘허옥란’ 그 자체였다. 장르 스토리에 특화된 하지원의 연기 스타일이 내추럴한 캐릭터의 삶으로 녹아든 지점은 하지원의 배우적 힘과 하정우의 감독스러운 디렉션이 더해진 시너지다.

물론 너무 많은 배역과 그들 모두를 끌어안으려 든 점은 ‘허삼관’이 안고 가야 할 약점이다. 눈에 띄는 화려한 조연들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극에 녹아 들었다기 보단 배우로서 ‘허삼관’에서 숨을 쉰다.

 ‘허삼관’, 각색의 묘미가 살려낸 가족 러브스토리 기사의 사진

그럼에도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 주연 감독의 1인 2역을 소화한 능력, 너무도 중국스러운 원작을 가장 한국적으로 각색해 살려낸 ‘허삼관’ 자체의 힘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떠안기 보단 집중을 통해 새로운 맛을 살려낸 ‘허삼관’의 매력은 그래서 부성애가 트렌드로 자리한 극장가에 강한 인상을 찍는다. 개봉은 14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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