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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기업’의 좌초···권오갑이 살려낼까?

[포커스] ‘세계 1위 기업’의 좌초···권오갑이 살려낼까?

등록 2014.11.24 09:17

강길홍

  기자

현대중공업, 2분기 연속 조단위 적자···경험부족 플랜트 사업으로 대규모 손실경영진 전면 교체로 수익성 극대화 나서···권오갑 사장 대대적 개혁작업 진행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오른쪽)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지난 4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한 사내 임직원 기증품 판매전에 나란히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제공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오른쪽)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지난 4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한 사내 임직원 기증품 판매전에 나란히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제공


세계 조선 1위의 영광에 취해있던 현대중공업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과 해양플랜트 손실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그룹 컨트롤 타워를 전면 교체하면서 본격적인 혁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임원진이 일괄사표를 제출한지 사흘 만에 임원 3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3사 영업본부를 통합하는 개혁을 단행하면서 효율을 꾀했다.

지난 10일에는 성과 위주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 개혁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봉제 도입에 따라 최대 70%까지 급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임원 및 과장급 이상 직원에 대해 우선 실시하고 내년에는 전 직원으로 확대한다. 또한 이번 연봉제는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함께 도입되며 향후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7개 사업본부가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업본부별 업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사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를 계산해 왔다. 조선 분야에서는 경쟁사인 삼성·대우와 비교하면 연봉이 약간 낮지만 중공업 분야에서는 경쟁사보다 연봉이 크게 높은 이유다. 이에 따라 특정 사업본부가 적자가 나도 그해 다른 사업본부에서 흑자를 내면 똑같이 성과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 이후 제도개선팀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 왔는데 많은 직원들이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등 성과지급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며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아래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기획·인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수주·매출·안전 등을 지표로 하는 사업본부별 평가기준을 새롭게 마련했다. 각 사업본부에서 단기성과에만 급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3~5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장기성과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원 구조조정, 사업본부 통합, 연봉제 도입까지 현대중공업의 혁신 작업은 한달 사이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같은 혁신 작업은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권오갑 사장이 진두지휘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개혁 작업에 전권을 위임 받았다.

권 사장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의 새 대표로 영입됐다. 앞서 8월 초 이재성 전 회장이 물러나고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이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회장으로 영입된 지 한달여 만이다. 현대중공업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권 사장으로서는 현대오일뱅크를 4년간 이끌다 친정인 현대중공업으로 금의환향한 셈이지만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만큼 현대중공업이 위기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이 취임사에서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자”며 “원칙과 기본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한 데에서도 위기의식이 묻어났다.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권 사장은 예상대로 대대적인 혁신을 주도하며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도 새로운 경영진을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향후 예상되는 손실을 3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3분기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사상 최악의 실절을 냈지만 4분기부터는 흑자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권 사장으로서는 이전의 손실에 대한 부담을 모두 털어낸 만큼 향후 실적에 대해서는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새로운 경영진에게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내실을 추구하며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4분기에는 5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현대오일뱅크 사장(CEO)을 맡아 경영 능력을 입증한 권 사장이기에 기대감도 크다. 현대오일뱅크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경쟁사에 비해 후발 주자로 정유업계 만년 꼴찌였지만 권 사장은 취임한 이후 2011년부터 3년 연속 정유업계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권 사장이 사상 최대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에서 무사히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노조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아직까지 체결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19년간 이어온 무분규 기록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맏형인 현대중공업이 임단협 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아우인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은 가까스로 타협안을 찾았지만 노조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재협상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권 사장으로서는 하루빨리 임단협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나며 파업실행이 일촉즉발의 상황이어서 권 사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조선 세계 1위’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타성에 젖어 있는 현대중공업을 권 사장이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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