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8일 수요일

  • 서울 9℃

  • 인천 10℃

  • 백령 11℃

  • 춘천 7℃

  • 강릉 8℃

  • 청주 10℃

  • 수원 9℃

  • 안동 9℃

  • 울릉도 11℃

  • 독도 11℃

  • 대전 10℃

  • 전주 12℃

  • 광주 12℃

  • 목포 12℃

  • 여수 12℃

  • 대구 11℃

  • 울산 11℃

  • 창원 12℃

  • 부산 11℃

  • 제주 13℃

미래먹거리 해양플랜트에 발목 잡히다

[포커스]미래먹거리 해양플랜트에 발목 잡히다

등록 2014.11.24 09:16

강길홍

  기자

수주 실적 경쟁 나서며 해양플랜트 앞 다퉈 진출···충분한 기술 없이 진출했다가 오히려 손해만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1년 셸로부터 약 3조원에 수주한 프릴루드 FLNG이 지난해 11월 거제조선소에서 진수될 당시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제공삼성중공업은 지난 2011년 셸로부터 약 3조원에 수주한 프릴루드 FLNG이 지난해 11월 거제조선소에서 진수될 당시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한국 조선업의 몰락은 중국의 저가 수주와 일본의 엔저 공세를 비롯해 근시안적인 해양플랜트 분야로의 진출이 자충수가 됐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있는 석유 및 가스를 찾아내서 개발·생산하는 시설이다. 일반 상선보다 수익성이 높아 국내 조선업계가 앞 다퉈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상선 발주량이 급감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 꼽혔던 해양플랜트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보니 무리하게 적자 수주에 나서게 됐고 이후 적자 늪에 빠지게 됐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2010년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해양설비 골리앗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생산 비용을 계약 당시 12억달러(약 1조2300억원)로 계산했다. 하지만 이후 비용 추정치가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불어났다.

삼성중공업도 조선업 경기 하락으로 상선 발주가 급감하자 해양플랜트에 발을 들여 놓았다. 2010년 이후 삼성은 해양플랜트에 집중하면서 드릴십, 생산저장 하역설비 등 연이은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악몽이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된 결과다. 2012년 수주한 호주의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와 2013년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2건의 해양플랜트 공사에서 5000억원가량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발생했다.

역시나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호주의 익시스 CPF는 삼성중공업이 처음 건조해 보는 프로젝트였다. 초기 설계절차부터 사업이 지연됐고 후속공정에서 사양 변경으로 작업 물량과 비용이 증가했다. 에지나 FPSO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프라 시설이 거의 없는 현지에서 기자재 생산 거점을 만들면서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지 않고 있지만 불안감은 감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로부터 수주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익시스 FPSO, 송가오프셔 반잠수식 시추선 등에 대한 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익시스 FPSO는 삼성중공업이 같은 발주처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해 막대한 손해를 본 전례가 있어 불안감이 가중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사장은 내년 연임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공사손실충당금을 연임이 확정된 이후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국내 조선업계가 상선 발주 급감에 대처하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무리하게 발주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원인이 됐다. ‘세계 최초’ ‘세계 최대’ 등의 각종 수식어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된 꼴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시행착오를 옆에서 지켜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중국의 신규 수주 실적은 245억달러로 한국(188억달러)을 앞서 나갔다. 올 1분기 수주 실적에서도 중국(56억달러)이 한국(14억달러)의 4배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의 대형화된 조선소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조선사들이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해양플랜트 분야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