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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 명량’+‘800만 해적’+‘250만 타짜-신의 손’= “바로 이 배우”

[NW 기획] ‘1700 명량’+‘800만 해적’+‘250만 타짜-신의 손’= “바로 이 배우”

등록 2014.09.12 12:06

수정 2014.09.12 12:07

김재범

  기자

영화가 흥행하면 당연히 주인공을 맡은 배우와 감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게 마련이다. 최근 1700만을 넘어 1800만 관객을 바라보는 ‘명량’의 경우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과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의 신들린 연기력에 대한민국이 들썩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아니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를 조금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숨 쉬는 작은 인물들의 세밀한 결이 전체의 맛을 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대중과 언론은 그들을 ‘명품 조연’ 혹은 ‘막강 존재감’이라고 부른다.

(좌) 준사역의 오타니 료헤이 (우) 서 있는 사람이 배설 장군 역의 김원해(좌) 준사역의 오타니 료헤이 (우) 서 있는 사람이 배설 장군 역의 김원해

◆ ‘명량’ 최민식, 그들이 있었기에 더욱 빛났다

‘대체 불가’ 최민식의 이순신 연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의 연기력에 반해 세계적인 액션 거장 뤽 베송이 직접 국내로 찾아왔으니 더 이상의 대답은 필요 없을 것이다.

‘명량’에는 최민식 외에도 ‘구루지마’역의 류승룡, ‘와키자카’역의 조진웅, ‘도도’역의 김명곤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하지만 영화가 흥행 뒤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방송과 영화계를 넘나드는 숨은 고수 김원해와 일본인 배우 오타니 로헤이가 주인공이다.

김원해가 연기한 배설 장군은 극중 이순신 장군을 곤경에 빠트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는 해석이지만, 김원해는 특유의 연기력으로 이를 커버하며 관객들의 공분을 사는 미운털을 고스란히 받았다. 최근 배설 장군의 실제 후손들이 이를 문제 삼은 것도 어떻게 보면 김원해의 사실적인 캐릭터 해석력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그는 ‘명량’의 경쟁작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도 산적패의 ‘넘버2’ 춘섭을 연기해 제대로 된 코믹 본능을 발휘했다. 인기 케이블프로그램 SNL코리아 크루 출신으로서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극중 유해진의 애드리브 연기 아이템이 사실은 그의 아이디어였단 점은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 중 하나다. 영화 속 ‘음파음파’ 장면이 그의 머릿 속에서 나온 명장면이다.

일본인 배우 오타니 료헤이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극중 일본군 ‘준사’로 출연한 그는 이순신 장군에게 협력하는 일본인으로 출연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배우들 가운데 혼혈 또는 국적이 타국인 연예인들은 많다. 하지만 오타니 료헤이처럼 완벽하게 순수 일본인이었던 배우, 그리고 이 정도로 인지도를 쌓아 올렸던 연예인은 사실 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일본인으로서 역사적으로 일본의 패전을 그린 임진왜란을 그린 영화, 또한 그 속에서 조선인들에게 협력하는 일본인 역할을 맡는 것에 사실 큰 부담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망설여 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사람으로서 영광이었따”면서 “아버지께서 역사에 대해 잘 아시는데 내게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전작 ‘최종병기 활’에서도 청나라 부대원으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위) '철봉'역의 유해진 (아래) 김남길 좌측이 '춘섭'역의 김원해(위) '철봉'역의 유해진 (아래) 김남길 좌측이 '춘섭'역의 김원해

◆ 막강 뒷심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끈 2인방

‘해적’은 올 여름 시즌 개봉한 한국영화 ‘빅4’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현재 누적 관객 수 800만을 넘어서면서 박스오피스를 역주행, 상위권을 점령 중이다. 손예진-김남길 콤비의 액션과 코미디 연기의 조화, 여기에 이석훈 감독의 독특한 코미디 연출력이 더해져 ‘가장 완벽한 상업영화’란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 ‘해적’에겐 조금 달갑지 않은 호평도 붙고 있다. 바로 주인공인 손예진-김남길 콤비를 제치고 유해진-김원해, 이경영-김태우의 남남 콤비가 선보이는 존재감을 더욱 높게 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유해진은 배멀미를 하는 해적이란 희대의 코믹 캐릭터로 출연한다. 배멀미로 인해 산적사으로 돌아선 그는 ‘산적’과 ‘해적’을 잇는 가교 역할을 담당, 극 전체의 재미와 무게 추를 교묘하게 조종한다. 사극 톤에 어울리지 않는 능청스런 대사톤은 관객들의 배꼽을 해제시키는 강력한 무기다.

김원해는 경쟁작 ‘명량’에 이어서 ‘해적’에선 완벽한 웃음기로 무장해 자신의 전매특허를 유감없이 자랑했다. 김남길은 “김원해의 디테일에 배꼽을 빠지는 줄 알았다”고 평했고, 이석훈 감독은 “소금 같은 배우다”며 그를 극찬했다. ‘해적’ 속에서 김원해의 모습만을 주목하는 관람하는 것 자체가 진짜 묘미를 알 수 있다는 관람 평도 나올 정도다. 유해진 박철민 신정근 조희봉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애드리브 1인자들도 김원해의 순간 애드리브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하니 그의 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재 관람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사진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김준호, 이동휘, 이준혁, 김원해(사진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김준호, 이동휘, 이준혁, 김원해

◆ ‘타짜-신의 손’ 명품 조연 ‘종합선물세트’

이제 영화계에서 흥행을 위해 ‘멀티 캐스팅’은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타짜-신의 손’의 멀티 캐스팅 역시 ‘필요에 의한 완벽한 충분조건’의 공식을 갖추고 출발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코 ‘유령’역의 김준호다. 수십 편의 상업영화에서 조단역을 맡았고, 그 보다 더 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온 그는 이번 ‘타짜-신의 손’에선 ‘절대 악인’ 아귀의 조카 ‘유령’을 연기했다. 삼촌 ‘아귀’의 도박 실력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배신’과 ‘비열함’에 있어선 삼촌을 능가하는 ‘타짜-신의 손’ 속 최고 악인으로 손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인 ‘아귀 하우스 도박판’을 결성시키게 하는 결정적인 키포인트를 전달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김준호가 비열함의 극치라면 극중 이동휘는 찌질함의 극치를 담당한다. 주인공 대길(최승현)의 고향 선배로 강남 하우스에서 일하는 ‘짜리’역을 맡았다. 도박에 대한 콤플렉스로 똘똘뭉친 자기 비하적인 인물로, 여러 사건의 또 다른 변곡점을 담당한 인물이다. 이동휘 특유의 어리바리하고 코믹하면서도 음흉한 연기가 ‘짜리’와 만나 찌질함을 담당한다.

‘명랑’ ‘해적’에 이어 ‘타짜-신의 손’에도 출연한 김원해는 사람들을 엮고 판을 만드는 데 귀재인 만능 해결사 조화백으로 출연해 대길의 복수 계획에 조력하는 인물로 출연한다. 이쯤되는 김원해는 ‘흥행의 필요충분조건’이란 찬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 여름에만 그가 출연한 3편이 무려 2700만을 동원했다. 그것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밖에 조화백과 콤비를 이루는 ‘뺀지’역의 이준혁도 존재감 면에서 ‘1000만 배우’ 부럽지 않은 위치를 자랑한다. 그는 배우들의 몸 연기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충무로의 숨은 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올 여름 한국영화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이들 세 편의 영화 속 숨은 고수들의 활약, 이들의 존재감이 한국영화의 진짜 힘이 아닐까.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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