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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신 中國··· ‘산업의 쌀’ 철강 강국 눈 앞으로

[파워차이나, 쇼크코리아⑤]대변신 中國··· ‘산업의 쌀’ 철강 강국 눈 앞으로

등록 2014.09.17 07:30

정백현

  기자

글로벌 조강생산량 절반 차지···연 평균 두 자릿수 증가세‘中 산업 발전의 주역’ 찬사보다 ‘공급 과잉 주범’ 비난 커조악한 강재 잇달아 韓 시장 침투···철강업계 설 자리 좁혀

중국 장쑤성에 있는 한 제철소에서 제강공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중국 장쑤성에 있는 한 제철소에서 제강공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 산업에서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급성장한 중국의 철강 산업은 중국 전체 산업이 고속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는 세계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대기오염의 주범이 됐다는 비판도 덩달아 받고 있다.

◇급속한 물량 팽창, 공급 과잉 재앙 불렀다 = 중국의 철강 생산 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세계철강협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조강생산량은 8억2144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했다. 세계 조강생산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륙은 아시아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물량 팽창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상반기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난 5억5550만톤이다. 이중에서 중국은 세계 조강생산량의 절반이자 아시아 조강생산량의 대다수에 해당하는 4억1200만톤의 철을 생산했다.

특히 1996년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철강 생산 증가율은 연 평균 12.8%로서 같은 기간 세계 철강 생산 연 평균 증가율인 1.3%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중국 철강 시장의 외형적 성장이 매우 빠르고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허베이철강과 바오스틸, 우한스틸 등 중국의 대형 철강 기업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철강 산업의 급성장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외형적인 고속 성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장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 면에 있어서는 한참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국 철강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증산이다. 중국 철강 기업의 대량 증산은 수요량을 훨씬 초과하는 공급 과잉 현상으로 이어졌다.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 생산 현상은 특히 대형 국영 제철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중국 각지에 지역 기반을 둔 국영 제철소들이 지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많은 철을 생산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공급 과잉 현상은 철강재의 가격 폭락으로 귀결돼 여러 철강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실제로 중국 철강 기업 10곳 중 4~5곳은 영업수지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회사도 다수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한 투자 확대는 중국 철강업계 전반의 부채 급등도 야기했다. 중국의 대형 국영 제철소의 평균 부채비율은 70%에 이르고 민간 철강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83%에 달한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중국 철강기업의 구조조정은 상당히 미진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철강 기업들이나 지방 정부들은 지역 경제에서 철강 산업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내세우면서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강 산업 구조조정 계획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싸구려 불량 강재 대거 수입, 국내 시장도 망쳐 = 중국 철강 산업의 양적 팽창은 아시아 철강 산업의 맹주를 자처하던 우리나라 철강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거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철강 기업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시장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재는 655만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31% 정도 늘었다. 이는 전체 철강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중국산 철강재는 국산 철강재보다 약 10~40% 안팎으로 저렴한 가격에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가 국산품보다 싼 것은 철광석과 고철(철스크랩)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강재의 품질은 상당히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주로 수입된 강재는 H형강이다. H형강은 건물의 골조를 올릴 때 쓰이는 강재로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H형강의 강성이 불량할 경우 건물이 하중을 못 버티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H형강의 대부분은 기준 두께나 무게에 미달하는 제품이 많고 철강재의 핵심이 돼야 할 강성 측면에서도 모자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원인도 중국산 불량 H형강을 건물의 뼈대로 활용했기 때문으로 지적된 바 있다.

H형강 외에도 중국산 불량 철근이 국산으로 둔갑해 시장에 버젓이 유통되는 등 중국산 강재의 시장 침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는 정품 철강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큐리얼’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적인 품질 자정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중국산 불량 강재 퇴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불량품을 그대로 들여와 유통하는 시스템 만큼은 반드시 고쳐야 할 대상”이라며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국내 철강 사업의 기반 보호와 국민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 해답은 R&D·고부가 강재=국내 철강업계가 저가 중국 철강재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이 싸고 품질이 나쁜 중국산 강재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철강업계의 무기는 좋은 품질의 강재 생산을 위한 R&D 투자와 고부가가치 강재 개발에 있다.

올해 주요 철강 기업이 투자 계획에 설정한 R&D 관련 투자액은 총 59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 늘어났다. 총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0.8%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공급 과잉의 영향으로 철강업계의 설비 투자액이 지난해 보다 더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철강업계의 경영 기조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는 쪽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철강업계가 양적 성장이 아닌 R&D 투자를 통한 질적 성장을 더 강조하는 것은 세를 넓혀가고 있는 중국 철강 산업과의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뜻으로 분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중국이 할 수 없고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해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산 철강재의 품질은 상당히 조악하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품질이 갖춰진 제품을 찾는 것은 국내에서 매우 힘든 일이다. 대부분 기본적인 무게와 두께에 미달하고 강성마저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품질에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생산 기술에 고부가 철강에 대한 집중도를 더해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 철강 산업에 대응하고 자체적인 수익성 강화에도 신경을 쓰는 쪽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국내 양대 철강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나란히 고부가 강재 개발에 적극 나선 덕분에 쏠쏠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포스코는 석유와 가스 개발·생산·수송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강재를 고부가 강재로 중점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의 수요가 오는 2020년에 5100만톤 규모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장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포스코가 이 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충분히 갖췄고 수익성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현대제철은 내진용 H형강과 대구경·나사형 철근을 고부가 강재로 적극 키우고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제품은 중국산 H형강과 비교할 때 무게와 두께, 강성 측면에서 월등히 나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덕분에 현대제철의 올 2분기 고부가 강재 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42%로 늘어났고 수익성에 있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철강 수출액도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주요 철강 기업의 수출 총액은 31억98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출액 증가에 대해 지난해 워낙 시장이 안 좋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저효과로 분석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고부가 고수익 철강재의 수출을 통해 이룬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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