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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좋은 친구들’ 진지한 내 모습? 사실은 더 진지”

[인터뷰] 이광수 “‘좋은 친구들’ 진지한 내 모습? 사실은 더 진지”

등록 2014.07.03 11:46

수정 2014.07.03 11:48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감독의 의도가 가장 궁금했다. 느와르적인 외피의 ‘범죄드라마’ 장르에서 배우 이광수가 어떤 쓰임새를 가질 수 있을지. 영화 ‘좋은 친구들’은 우발적인 사건으로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남자의 파국을 그린다. 배우 지성 주지훈과 이광수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광수는 특유의 코믹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하지만 ‘좋은 친구들’은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강하다. 결론은 두 가지다. 무리한 캐스팅으로 작품 전체의 톤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겠다. 나머지 하나는 이른 바 ‘신의 한 수’다. 지난 달 25일 언론시사회 후 평단의 관심은 단 하나였다. “이광수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광수를 만났다. 왼발에 두툼한 반 기브스를 하고 들어섰다. 전날 집에서 문에 발을 부딪쳤단다. “너무 죄송하다”며 그 커다란 키를 앞으로 90도 가량 구부리고 인사를 했다. 너무도 미안해하는 그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에 대한 일관된 평가는 이렇다. “착해도 너무 착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은 이광수가 선택했던 선택을 당했던 그의 ‘좋은 친구들’ 출연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예상 가능한 코믹한 이미지부터 감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파국의 모습까지 엄청난 진폭의 감정 연기를 소화해 냈다. 연출을 맡은 이도윤 감독은 그를 “천재”라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사실 ‘좋은 친구들’을 보면서 좀 과장되게 표현해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이광수의 너무도 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웃음) 사실 제가 그래요. 누구에게나 허당스러운 면도 있고, 아주 진지한 모습도 있잖아요. 그 두 가지 감정이 각각의 끝에 있다면 그 사이의 간격이 얼만 큼인지가 중요한데, 전 아주 멀게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진지하다가도 또 아주 풀어질 때도 있고. 그래서 주변에서 좀 낯설어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성격도 많이 내성적이고. 뭐 어쩔 수 없죠.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웃음)”

그래서일까. 그는 사실 ‘좋은 친구들’의 ‘민수’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런닝맨’의 능글스러움과 코믹한 모습도 있고, 평소의 이광수가 가진 진지함, 여기에 ‘좋은 친구들’의 민수가 가진 순수함 모두가 다 그의 안에는 있는 것 같았다. 이광수 역시 “그래서 현태나 인철이보다도 그냥 민수란 인물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첫 출연 역시 민수란 인물에 대한 일종의 동정심에서 출발했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정말 우연히 시나리오를 읽게 됐어요. 그냥 이런 저런 이유 필요 없이 너무 하고 싶더라구요. 저도 주변에 친구들이 있는데, 우리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좀 똑똑한 친구, 좀 나대는 친구, 좀 바보 같은 친구. 전 당연히 마지막 이었는데(웃음). 제가 친하게 어울리는 분들이 저보다 다 형이에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 민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그냥 측은지심이랄까. 좀 마음이 갔어요. 출연 결정이 나기 전부터 시나리오를 보면서 연습도 좀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정말 민수 같을까.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영화 속 민수는 항상 피해만 보고 항상 두 친구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부하’같은 존재다. 그래서 동정과 연민이 더 가는 인물이다. 현태가 큰 형 같은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라면 인철은 세상에 물들은 ‘썩음’과 적당히 타협도 하는 캐릭터다. 민수는 자신보단 항상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다. 실제의 이광수는 어떤 인물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런닝맨’의 ‘기린왕자’ 아니면 실제 ‘좋은 친구들’의 민수.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친구들에게 의지하고 헌신하는 면의 민수 같은 면도 있고, 적당한 허세가 섞인 인철이 같은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어떤 분야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좋은 친구들’은 현재 촬영이 다 끝나고 2번 봤어요. 전 볼 때마다 제 친구들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냥 ‘오늘은 친구들과 소주 한 잔해야지’란 생각만 들었어요. 글쎄요. 현실에서의 이광수는 어떤 무리에 있을 때는 인철, 또 다른 무리에 있을 때는 민수가 되요.”

실제로는 술을 잘못했던 이광수는 연예계 데뷔 후 술이 엄청나게 늘었단다. 190cm의 장신인 이광수는 “농구선수분들이 술을 잘 드신다고 하더라”면서 “나도 워낙 길어서 그런지 자꾸 먹으니깐 늘어나고 있다”고 웃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서도 유독 술을 먹는 장면이 많았다. 일부 장면에선 실제 소주를 들이켰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감독님이 크랭크인 전에 저와 지성 지훈이형에게 모두 편지를 한 장씩 주셨어요. 두 형은 모르겠는데 제 편지에는 ‘민수’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죠. 감독님은 ‘민수’가 알콜중독자가 아닐까라고 하셨어요. 글쎄요. 완전한 알콜중독은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의지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죠. 우선 민수를 만들어 낸 감독님의 의중에 제가 생각한 부분을 조금 더했어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인물로요. 사실 술을 너무 먹어서 몇몇 장면에선 물을 마시기도 했어요.(웃음)”

감정적으로 워낙 강하고 어두운 톤의 영화라 천진난만한 이광수로서도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세 인물 가운데 감정 변화가 가장 큰 민수역을 맡았으니 말이다. 문뜩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낸 이도윤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언론시사회 당시 키가 아주 작고 여성스럽게 생긴 외모가 눈길을 끌던 이 감독이었다. 이광수도 이 감독의 외모와 영화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어떤 분은 감독님보고 여자분 인줄로 착각도 하세요. 실제로 성격도 아주 조용하시고 나긋나긋하세요. 저나 지성 지훈형 모두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을 본 뒤 정말 놀랐어요. ‘이분이 이런 얘기를 쓴 감독님이라고’하면서.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겪은 감독님은 진짜 상남자고, 카리스마도 넘치세요. 좋고 싫음에 대한 구분도 아주 확실하세요.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현태-인철-민수를 전부 합치면 감독님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이광수의 재발견’이란 찬사를 들을 정도로 ‘좋은 친구들’은 시작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광수는 ‘런닝맨’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분신’이다. 그래서 정체성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된다. 배우와 예능인 사이의 갈등 정도.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배우로서 큰 약점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이제 ‘런닝맨’은 제게 몸의 일부분이에요. 말씀해 주신대로 분신이죠. 가족이고요. 마음에 안들고 내 미래를 생각한다고 그 가족을 버리고 제 몸 하나를 잘라 내버려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 평생 동안 배우를 할거고 평생 동안 ‘런닝맨’이 따라다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작품 못할까요. ‘좋은 친구들’ 만났잖아요. 분명 더 좋은 작품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당연히 ‘런닝맨’ 때문에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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