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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무비게이션]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등록 2014.06.03 17:52

김재범

  기자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기사의 사진

정확하게 말해보자. 비슷한 현상이 다시 반복됐다. ‘역린’이 개봉할 시기에 ‘표적’이 맞불 작전을 놓으면서 두 영화를 비교하는 평단의 글이 쏟아졌다. 우선 기본적인 스코어 승리는 ‘역린’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승자는 ‘표적’이 압도적이었다. ‘역린’에 대한 무자비한 혹평에 ‘표적’이 반사이익을 얻었단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표적’ 자체가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우는 남자’ 역시 비슷한 굴레에 빠졌다. 하루 차이로 같은 장르의 ‘하이힐’과 맞붙게 됐다. 평가 역시 비슷하다. 우선 ‘우는 남자’의 경우 ‘아저씨’로 한국 액션(느와르)영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했단 평가 받고 있는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동건이란 걸출한 톱스타가 킬러로 출연한다. 연기 포텐이 터진 김민희의 감성이 듬뿍 담겼다. 하지만 평가는 냉혹하다. 대부분 이 감독의 전작 ‘아저씨’와의 비교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우는 남자’는 ‘아저씨’와는 다른 형태의 쾌감이 차고 넘친다. 우선 한국영화에선 불가능, 혹은 현실과 맞지 않는 총기액션이 등장한다. 단언컨대 한국 영화사상 총기 액션 연출 면에선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기사의 사진

영화는 ‘킬러’란 소재에서 출발했기에 불가분하게 총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곤’의 총기 액션 장면은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의 그것에 비견될 정도로 잘 맞춰진 합을 자랑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장동건의 어색하지 않은 ‘몸 연기’다. 국내 영화계 데뷔 십 수 년차의 관록을 자랑하더라도 또 크랭크인 전 수개월의 준비를 했다고 해도, 총기 소지 자체가 불법인 국내 현실상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이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동건은 슬라이드 혹은 피스톨 방식의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손 연기로 이 같은 어색함을 지웠다. 국내 배우가 권총에 소음기를 돌리며 장전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감독이나 배우 자체가 캐릭터의 전사(前史)부터 해석력을 극대화한 디테일의 묘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는 총기액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장미 아파트 액션 시퀀스’에서의 역동성은 더욱 ‘우는 남자’ 속 총기 액션의 맛을 살리는 묘미에 집중한다. 사실 총기 액션의 포인트는 배우들의 미묘한 디테일 연기에도 있지만 극장 안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의 사실성에 기인한다. ‘우는 남자’ 속 총기 액션을 보고 있으면 수많은 종류의 총기가 등장한다. 그 종류별로 완벽한 차이를 보이는 총기 음향에 관객들은 국내 배우가 출연하고 국내 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총격 장면에서 어색함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기사의 사진

‘우는 남자’가 돋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이정범 감독의 과감한 결단력이라고 하겠다. 전작 ‘아저씨’에서 선보인 스타일리시한 부분을 버렸다. 배우가 장동건이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화보가 되는 장동건에게서 스타일을 배제시켰다. 이 감독은 장동건이 연기한 ‘곤’이란 인물이 킬러임에도 ‘멋’보다는 ‘생존’이란 처절함에 카메라 포커싱을 맞춘다. 결과적으로 ‘곤’이 자신의 타깃이던 모경(김민희)을 자신의 동료들로부터 목숨을 걸고 지키는 과정 자체에 대한 설득력이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곤이 모경을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까지 관객들에게 던진다. 스타일을 버림으로서 영화 전체에서 건질 수 있는 여러 이유를 발견한 것이다.

김민희가 연기한 모경이란 인물의 등장도 ‘우는 남자’의 전체를 이해하는 데 ‘신의 한수’ 격이 됐다. 김민희는 ‘연애의 온도’ ‘화차’ 이전까지는 모델 출신의 튀는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란 틀 안에서 벗어나기 힘든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우는 남자’ 속 김민희는 자신이 갇고 있는 그 틀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쉽게 말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약점을 스스로 발견한 셈이다. 목소리의 톤 조절부터 각 신에서 등장하는 장면 속 동선의 느낌까지 모경은 완벽하게 계산이 된 듯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죽은 딸의 영상을 보는 모경의 시선과 마지막 결말부에 등장하는 모경의 시선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이정범 감독이 김민희를 ‘우는 남자’에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기사의 사진

사실 ‘우는 남자’ 자체가 ‘이정범’ 그리고 ‘아저씨’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저씨’란 전무후무한 도발적인 제목과 그 안에 담겨 있는 한국 영화사상 최강의 비주얼 액션 스타일. 여기에 원빈이란 배우의 재발견이 더해져 지금까지 이정범 감독을 옥죄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의 이정범으로만 불려야 했다.

하지만 ‘우는 남자’가 ‘아저씨’를 통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다른 점을 종합해 집약한 재미라고 한다면 이제 이정범 감독 앞에 붙는 타이틀은 분명히 바뀌었다.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1번은 ‘우는 남자’가 됐다 기사의 사진

이제 이정범 감독에게 ‘아저씨’는 없다. ‘우는 남자’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확신한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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