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인수전 막강 경쟁자 등장에 난감한 신세계

휴젤 인수전 막강 경쟁자 등장에 난감한 신세계

등록 2021.06.30 11:06

수정 2021.06.30 14:10

김민지

  기자

‘보톡스 1위’ 휴젤 인수 포스트코로나 사업 계획 핵심 역할 뷰티 사업 영역 확대 중국 시장 진출 바이오 시장 진입

휴젤 인수전 막강 경쟁자 등장에 난감한 신세계 기사의 사진

휴젤 인수전에 막강한 경쟁자 GS그룹이 참전하면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포스트 코로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순식간에 주저앉은 면세 사업을 지켜보던 그는 뷰티사업을 중심으로 포스트코로나 계획을 새로 그렸다. 휴젤 인수는 그 계획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휴젤을 통해 뷰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중국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 나아가 바이오 사업에도 손을 뻗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휴젤 최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로부터 휴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44.4%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정 총괄사장은 GS그룹보다 먼저 베인캐피탈 측과 2조원대로 휴젤 지분 인수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왔다.

정 총괄사장은 휴젤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신세계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세울 계획이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백화점, 면세점 등 주력 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존 사업 부문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실적 부진은 뼈아팠다. 2019년 3조3056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1년 만에 1조903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1178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42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패션·뷰티 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도 6.8% 줄었고 영업이익도 60%가량 감소한 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정 총괄사장은 면세점 강남점을 3년 만에 철수시키고 화장품 제조사업에서도 손을 떼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새 먹거리로 미디어 콘텐츠 회사·벤처캐피탈을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도 시작했다. 휴젤 지분 인수도 기존 사업과 다른 영역에 투자해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휴젤 인수전에 막강한 경쟁자 GS그룹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GS그룹은 신세계보다 더 높은 가격을 내밀며 인수전에 참여했다.

GS그룹은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가 들어서며 보수적이었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분위기다. 조 단위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실탄도 넉넉하다. 이번 거래는 허서홍 전무가 직접 진두지휘하며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는 사업지원팀에서 추진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으로서는 막강한 자금력과 신성장동력 발굴 의지를 앞세운 GS의 등장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정 총괄사장 또한 휴젤을 통해 뷰티 사업을 바이오 사업까지 확장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할 경우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리프팅 제품 등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업계 추산 세계 보톡스 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하는데, 앞으로 매년 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보톡스 시장 규모는 1500억원대인데, 휴젤은 50%의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적과 재무지표도 탄탄하다. 휴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37%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액 638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해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분기 연결기준 총자산은 9729억원인데, 이 중 현금성자산은 61%에 달하는 5924억원이다.

휴젤은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을 위한 작업도 착실히 진행해왔다. 지난해 10월 중국 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보톡스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미국은 2018년 자회사를 세우고 내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연내 보톡스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피부 전문 화장품 부문에서도 신세계와 휴젤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휴젤은 브랜드 ‘웰라쥬’(wellage) 고기능 맞춤 케어 화장품 사업도 펼치고 있는데, 신세계 유통망을 활용하면 시장을 더욱 넓힐 가능성이 크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고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미용관광으로 연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계면세점, JW메리어트서울, 오노마와 함께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휴젤 지분 전체가 아닌 일부 지분(44.4%)을 2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할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2조원에 44% 지분을 인수한다면 기업가치를 4조5000억원으로 산정한다는 것인데, 투자 금액을 회수하는 기간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비싸단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휴젤의 경우 자체적으로 균주도 보유하고 있고 수출도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으나 2조원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신세계가 휴젤 지분을 인수해서 얻을 수 있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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