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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무비게이션]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등록 2015.09.30 14:28

김재범

  기자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기사의 사진

범죄 스릴러 장르의 미덕은 딱 두 가지다. 주인공의 반대편에선 악역이 얼마나 ‘쳐죽을 놈’이냐는 것이 첫 번째다. 악역 지수를 놓고 본다면 그 수치가 높을수록 관객들의 몰입감과 공감도는 상승된다. 지금까지 흥행했던 영화의 악역 캐릭터를 되짚어 보면 답은 손쉽게 나온다. 최근 1300만 돌파에 성공한 ‘베테랑’ 성공의 반이 유아인의 ‘극악 캐릭터’ 연기란 점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악역의 존재감은 곧 범죄 스릴러 장르 성공의 키포인트다. 두 번째는 전체 스토리의 사건이 해결됐을 때 관객이 느끼는 쾌감의 지수다. ‘권선징악’이란 고리타분한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범죄 스릴러는 선이 악을 단죄하는 전통의 과정이다.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영화는 판타지다. 판타지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상향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서 영화만이라도 관객들에게 단죄의 결말을 전달하면서 악이 응징당하는 쾌감을 전달한다.

이 두 가지 조건에서 보자면 ‘성난변호사’는 근래 공개된 한국영화 가운데 꼭지점으로 소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범죄 스릴러란 장르로 보기에는 사실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 주인공이 우선 변호사다. 법정 장면이 추가된 일종의 변종 장르다. 물론 법정신은 약간의 MSG역할만 한다. 주인공 변호성(이선균)이 제대로 성질 한 번 내는 일종의 성장 영화로보면 쉽다.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기사의 사진

영화는 대형 로펌의 잘 나가는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법정 장면이 등장한다. 대형 제약 회사의 신약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고, 이에 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해자의 변호사는 한 때 검찰의 고위직에 있던 전관 변호사다. 반면 제약회사 변호사는 한 눈에 봐도 날라리다. 제약회사 임원들조차 탐탁치 않아 한다. 지루한 듯 재판에는 심드렁한 표정뿐이다. 재판은 피해자쪽으로 이미 기울었다. 그때다. 변호성은 피해자측을 꼼짝 못하는 자료를 제시하며 재판을 뒤집는다. 대법원 로비에 있는 ‘정의의 여신’ 동상이 이들을 내려다본다. 정의가 무엇일까. 분명 제약회사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의의 여신이 이들을 내려다본다. 변호성은 여신을 올려다보며 소리친다. “정의? 이기는 게 정의다.”

전직 검사 출신으로 돈의 맛에 취해 진짜 정의를 외면하고 이기는 정의를 택한 변호성이다. 제약회사의 골치 아픈 사건을 해결한 히어로에게 어느 날 살인사건이 배당된다. 변호성에겐 돈이 되지 않는 시덥지 않은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이 바로 제약회사 회장의 운전기사다. 회장의 특별한 부탁으로 변호성은 사건을 맡는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검찰측 담당 검사가 자신의 직속 후배이자 미묘한 감정을 품고 있던 진선민(김고은)이다. 변호성은 치기 어린 혹은 장난기로만 가득한 풋내 감정으로 드러내며 사건 조사에 나선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다. 재판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던 범인이 재판장에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을 한다.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기사의 사진

변호성에게 재판은 곧 자신의 주연이어야 하는 한 편의 드라마이고 영화다. 피의자의 자백 하나가 모든 상황을 뒤틀어 버렸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변호성은 더욱 사건에 매달리게 된다. 공명심? 진실 규명? 그런 것은 없다. 자신의 자존심 회복이 가장 먼저다. 하지만 사건에 접근할수록 어떤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스스로가 함정에 빠지게 된다. 변호성은 대법원 ‘정의의 여신’ 동상 앞에 다시 선다. “제대로 딜 한 번 해보겠다. 법대로 하자”라며 자신이 빠진 함정에서 탈출할 계획을 하나 둘씩 세워나간다.

완벽한 선악 구도의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야간의 배신을 선사한다. 우선 주인공 변호성은 충분히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도 충분히 공감 가능한 타락의 수준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실천한다. 돈이 우선이고 돈이 최고 권력인 세상에서 그는 돈으로 정의를 사려는 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사실 스스로가 권력을 동경하고 힘을 갖고 싶었기에 공권력에 속해 있었으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점을 보고 있자면 일종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공권력을 넘어서는 권력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고 그 힘이 바로 돈이란 사실이 ‘성난변호사’의 숨은 메시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기사의 사진

영화 중반 이후 변호성이 함정 빠지면서 사건의 전개가 뒤바뀌는 시점에선 약간의 혼란스러움도 있을 것이다. 아니 반전이나 변주의 시점에서도 변호성은 일관된 지점만을 노려보기 때문이다. 그에게 힘은 곧 잡을 수 없지만 잡힐 수 있는 판타지 같은 것이다. 그것을 갖기 위해 영화 속 진짜 악과 그는 거래를 한다. “이미 내 약점 잡고 있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이 모든 전개가 후반부에 이르러 완벽한 반전의 복선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쾌감은 앞선 순간의 배신과 약간의 정형화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법의 교묘한 빈틈을 헤집고 들어간 변호성과 그 빈틈을 노리고 자신만의 힘을 축적해 나아가는 악의 대결은 기묘하게도 선악구도로 보여지기 보단 일종의 감정싸움이자 자존심 혈투로 보일 정도다.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기사의 사진

특히 시궁창 냄새 가득한 상황의 연속이 벌어지면서도 마지막 순간 변호성이 마음을 고쳐 먹고 ‘정의의 여신’ 앞에서 다짐한 속내의 진실이 꽤 개연성 깊게 그려지면서 ‘성난변호사’는 해결의 쾌감 지수에 정점을 찍는다.

영화 중반 이후 악의 실체가 드러나고 반전의 복선이 그려지지만 영화는 이 모든 걸 시치미를 땐 채 끌고 간다. 이 순간이 사실은 ‘성난변호사’의 진짜 흥미로운 지점이다. 관객들은 예상 밖의 전개를 예측할 수도, 예상대로의 반전을 그려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던 ‘성난변호사’가 꽤 흥미롭고 쾌감과 악역 지수의 정점을 찍는 것은 오롯이 주인공 이선균의 능력치다.

 ‘성난변호사’, 해결 쾌감 지수 ‘200%’ 수직 상승 기사의 사진

완벽한 선도 그렇다고 온전한 타락도 아니다. ‘성난 변호사’는 장르영화로서 가장 현실성 높은 캐릭터 탄생이기에 해결의 쾌감이 그 어느 영화보다 높다. 물론 그 이면에는 변호성(이선균)을 돋보이게 한 악역의 존재감도 한 몫을 했다. 개봉은 오는 10월 8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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