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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형제 분쟁 속 재조명 되는 ‘의 좋은 오너 형제’

롯데家 형제 분쟁 속 재조명 되는 ‘의 좋은 오너 형제’

등록 2015.08.05 07:41

정백현

  기자

삼성家 재용-부진-서현 3남매, 향후도 큰 분쟁 없이 지낼 가능성 높아‘유교 집안’ LG家, 장자 우선 원칙 고수···재계 최대 모범 사례로 꼽혀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에 몰입하고 있는 가운데 형제 또는 남매 사이의 우애를 기반으로 공정 경쟁을 이어가는 재계 내 다른 기업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분쟁은 당초 부자 간 분쟁으로 비춰졌으나 신동빈 회장의 귀국 이후 싸움의 초점은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 분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동생인 신 회장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신동빈 회장 측은 “회사 경영원칙에 따라 퇴진한 신 전 부회장보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를 이끌어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형제 간 분쟁이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사회 안팎에서는 대기업 오너 형제들의 연이은 싸움에 피로감과 환멸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큰 싸움 없이 형제가 공평히 경쟁하는 일부 대기업 가문의 모습은 롯데 신씨 가문과 대조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가와 LG가다. 삼성가는 현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세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더불어 LG가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겸 KBO 총재,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4형제가 경영 일선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가는 3세 아들이 이재용 부회장 딱 한 명이기 때문에 눈에 보일만한 분쟁거리가 없다. 동생들도 모두 여성들이기 때문에 딱히 분쟁에 휘말리기도 애매한 환경이다. 남매끼리도 큰 불화 없이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분쟁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핵심은 향후에도 남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전망에 있다. 여기에는 남매가 직접 눈으로 본 형제 간 싸움의 학습효과가 있다.

삼성가 3세 3남매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지난 2012년 초부터 1년여간 상속 유산의 소유 주체를 두고 법정싸움을 벌였다.

싸움은 이건희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분쟁 도중부터 끝나기에 이르기까지 대중은 삼성가를 크게 비난했다.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가기도 했다. 삼성가 3남매는 이 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모두 지켜봤다.

아버지 세대인 2세대에 이어 3세대에서도 형제 간 싸움이 발생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대한 분쟁거리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향후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LG가는 유교적 가풍이 10대 그룹 중에서 가장 센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 증거가 ‘장남의 권위’다.

LG가에서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는 우선권은 장남에게 있다. 동생들은 맏형의 권위를 세워주고 맏형은 동생들과 싸우지 않으며 잘 어울리면서 지낸다. 이 문화가 LG가 가풍의 기반이다. 여기서 탄생한 LG의 기업 문화가 바로 ‘인화(人和)’다.

구본무 회장은 만 50세가 되던 지난 1995년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고민할 것 없이 당시 구본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이유는 간단했다. 구본무 부회장이 장남이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LG의 경영권을 굳건히 쥐고 있다. 장자 상속 전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조카였던 구광모 상무(구본능 회장 장남)를 양자로 들이기까지 했다. 다른 가문이었다면 동생들의 반란이 있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LG가에서 만큼은 반란이 없었다.

형과 함께 LG 내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를 키우는 본인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 방계기업인 희성그룹을 이끄는 구본능 회장-구본식 부회장 형제도 자신의 영역 내에서만 활발히 활동할 뿐 형의 그림자를 밟는 일은 보기 어렵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형제 간 골육상쟁이 잦은 상황에서 이들 가문의 형제 간 상생은 흔치 않은 모범 사례”라며 “사익에 골몰하기 보다는 공익을 먼저 앞세우고 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 간의 우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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