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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영화 ‘스물’ 통해 ‘힐링’ 그의 잃어버린 스무 살 기억

[인터뷰] 이준호, 영화 ‘스물’ 통해 ‘힐링’ 그의 잃어버린 스무 살 기억

등록 2015.03.28 08:30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아이돌 그룹 2PM 멤버로 데뷔했지만 이제 이준호는 배우란 타이틀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위치가 됐다. 영화는 ‘감시자들’에 이어 이번 ‘스물’까지 겨우 두 편에 불과하지만 그 두 편으로 이준호는 가능성을 넘어 ‘흥행 보증수표’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물론 전작 ‘감시자들’이 걸출한 베테랑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면 ‘스물’은 ‘동갑내기’ 김우빈 강하늘과 함께 하나 둘 쌓아올린 야트막한 아름드리 담장처럼 ‘아기자기’란 면모를 만들었다. 원조 ‘짐승돌’에게 ‘아기자기’함을 얘기하자니. 하지만 인터뷰 전 매니저가 사들고 온 빨대가 꽂힌 바나나 우유를 맛나게 빨아 먹는 이준호의 모습은 참 이채로웠다. 수줍게 웃으며 “젤 좋아하는 게 이 바나나 우유다”라고 말한 뒤 반달눈으로 인사를 건내오는 모습은 ‘스물’의 청년 가장 ‘동우’를 떠올리기에 좀 낯설었다.

사실 ‘스물’을 보면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이준호가 온라인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스무살에 데뷔해 이뤄낼 수 있는 성공의 꼭대기에 우뚝 선 그를 영화 ‘스물’ 속 꿈을 위해 잠시 자신의 현실을 뒤로 하고 알바로 생계를 꾸리는 ‘동우’로 그려냈단 점은 일반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캐스팅 순서는 김우빈 저 그리고 강하늘 순서였어요. 지금도 그런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요. 치호(김우빈)나 경재(강하늘)를 맡았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전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그럴 것이고. 동우가 좋아요. ‘감시자들’ 그리고 개봉을 앞둔 ‘협녀’에서도 그렇고 좀 힘을 준 역할을 경험했었죠. 더욱이 치호나 경재는 좀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느꼈죠. 스무살의 청년이 가장 고민하는 순간이 동우에게서 보였죠. 공감대가 또래들에게 많을 것 같아서 오히려 애착이 커요.”

영화 ‘스물’의 촬영장은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놀이터’ 수준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친화력과 또래 친구 세 명이 주인공으로 나선 현장, 여기에 영화 자체가 주는 코미디의 기운은 일반적인 현장과는 분명 달랐다. 이준호는 “그냥 놀러가는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우선 저희 셋이 동갑이에요. 현장에서 우빈이는 치호, 하늘이는 그냥 경재였어요. 전 동우처럼 가난한 청년? 하하하. 재미있었냐구요? 진짜 즐거웠어요. 그게 더 정확한 표현 같아요. 뭐 특별한 재미를 위해 뭘 한 게 아니라. 별 얘기 안해요. 진짜 쓸데없는 얘기? 옷 뭐가 좋고, 요즘 게임은 뭐가 재미있고, 맛집 어디가 좋고 등등. 그런데도 즐거웠고 웃긴건 참 신기했어요. 너무 웃어서 30분 이상 촬영을 못한 적도 많아요. 나중에는 웃는 사람이 벌금 10만원 내기까지 했으니.”

영화 속 소소반점 액션 시퀀스는 ‘스물’의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병맛’ 코드와 함께 기상천외한 설정과 콘셉트가 관객들의 혼을 빼놓을 웃음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진중하고 현실성과 맞닿아 있는 ‘동우’조차 이 ‘소소반점’ 액션 시퀀스에선 완벽하게 녹아들 수 밖에 없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진짜 그 장면은 한국영화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박이에요. 진짜 대박이죠. 하하하. 나중에는 우빈이나 하늘이와 함께 ‘이렇게 해도 되는거냐’라고 물어볼 정도로 오버한 것도 많아요. 그 장면만 꼬박 4일을 찍었는데도 너무 웃어서 힘든 줄 모르고 다들 작업을 했어요. 전작 ‘협녀’에선 진짜 팔 하나 발 딛는 것조차 철저하게 계산을 했는데, 이번 ‘스물’의 ‘소소반점’ 촬영신은 무술 감독님이 ‘막 싸워요’라고 하시더라구요. 하하하. 연기하고 감독님 컷 소리가 나면 그냥 다들 바닥에 앉아서 웃다가 쉬고 다시 촬영하고. 진짜 대박이었죠.”

영화 제목 자체가 스무 살의 청춘을 그리고 있기에 이준호의 스무 살이 궁금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그의 스무 살은 소속사에서 보낸 연습생 생활과 그리고 데뷔가 전부였다. 사실 그에게 스무 살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또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스물’의 시간을 보냈다. 나름의 힐링이었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평범한 스무 살을 보내지 못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많이 아쉽죠. 하지만 꿈을 이뤄낸 지금이기에 아쉽다고 하면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있고요.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면서 겪어보지 못 한 스무 살을 느꼈으니 우선은 대리만족을 한 느낌이었죠. 만약 내가 지금의 배우 혹은 2PM의 이준호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동우처럼 내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며 고민하고 있었을까. 재미도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지금의 현실이 너무도 고맙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촬영 시간이었어요.”

물론 이준호라고 지금의 달콤한 성공을 이뤄낸 스무 살의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힘들기도 했고, 좌절감도 맛봤다. 서럽고 짜증나고 울기도 했던 스무 살의 기억이 이준호에게도 있었다. 그런 기억을 안고 ‘스물’의 동우를 만들어 갔다. 성공의 꼭대기에 선 이준호가 아닌 그의 안에도 분명 현실과 타협하고 좌절한 동우도 있었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17세에 JYP연습생으로 시작했고 3년 동안 고생 후 20세에 데뷔했어요. 그 전까지는 진짜 열등감으로만 똘똘 뭉친 이준호였죠. 물론 데뷔만 하면 완전 내 세상이 될 줄 알았어요. 데뷔 후엔 주목을 받고 1등을 해야 하는 압박감이 정말 컸어요. 지켜야 하고. 나중에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기에 머리를 비우는 작업을 했어요. 데뷔 전에도 그랬고 데뷔 후에도 그랬고 저도 눈칫밥이 몇 년인데요. 하하하. 감독님도 저의 그런 모습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좀 조숙한 느낌의 스무 살. 그게 동우 같아요.”

이젠 아이돌 그룹 2PM 멤버보단 배우 이준호가 더 잘 어울리는 그다. 하지만 이준호에게 2PM은 ‘가족’이고 동료며 형제다. 진짜 가족보다 또 친구보다 더 많이 지내고 가까운 그들이다. 영화 ‘스물’ 속 치호나 경재처럼 이준호에게 현실 속 ‘스물’은 2PM으로 시작했고, 2PM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에 얘기를 빼놓기는 어려웠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멤버들에게 ‘스물’ 감상평 꼭 써서 보내라고 명령 내릴 거에요. 하하하. 당연히 저한테는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요즘에는 각자의 스케줄이 많아서 함께 얼굴 보기도 힘들고 편한 술자리도 못해요. 우선 제가 술을 못 먹으니(웃음). 2PM으로선 2017년까지 스케줄이 꽉차 있어요. 멤버들끼리 만나면 앨범에 대한 얘기만 하고 회의에 회의만 거듭하니 하하하. 글쎄요. 친한 친구를 넘어서 가족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아주 중요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그런 존재들? 그게 저한텐 2PM이죠.”
2PM 멤버들을 영화 ‘스물’의 치호 그리고 경재에 비유한다면 누구를 꼽을까. 이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손에는 인터뷰 시작 전 매니저가 건낸 바나나 우유가 들려 있었다. 몇 모금 빨대로 우유를 들이킨 그는 무릎을 치며 눈을 번뜩였다.

“우선 민준이 형(준 케이)이 치호와 젤 닮았어요. 치호의 천진난만함? 인맥적으로나 주변과 동화되는 느낌은 딱 민준이 형이 치호에요. 그리고 경재는 택연? 연애를 글로 배운 경재와 택연이. 2PM 멤버들은 다들 동의할 걸요? 하하하.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2PM 멤버 모두 치호의 끼로 똘똘 뭉쳐있죠. 하하하.”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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