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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정책 ‘갈팡질팡’ 민낯 드러낸 정치권

담배정책 ‘갈팡질팡’ 민낯 드러낸 정치권

등록 2015.03.03 16:20

이창희

  기자

2000원 인상 단계부터 시작된 정책적 혼선싸구려 담배 내놨다 국민 반발에 ‘화들짝’흡연 경고그림 의무화 결국 법사위서 제동

정부의 주도속에 정치권의 화답으로 담뱃값이 인상됐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 1000만명의 기호식품인 담배를 놓고 세수입을 늘리려는 정부와 차기 총선의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서 성숙된 개선방안 보다는 즉흥적인 방안으로 두마리토끼를 잡으려는 즉흥적인 방안만 난무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2000원 인상···논란의 시작= 한동안 2500~2700원에 묶여있던 담뱃값을 인상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기민하게 움직였다. 결국 여야는 12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과 함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2015년 새해부터 4500원의 담뱃값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흡연자들을 중심으로 한 여론의 반발은 컸다. 나라 곳간이 바닥난 정부가 세수입을 늘리기 위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턴 것이란 원색적인 비난부터 앞으로 주류 등으로 세금 인상이 확대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이를 처리한 여야 정치권도 여론의 빗발치는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며 여론을 달랬다.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하락에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했다. 실제로 담뱃값이 인상된 지난 2005년과 그 이듬해 2006년에 흡연율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500원의 담뱃값이 흡연율과 세수입의 ‘골든크로스’ 지점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통계 예상치가 나오면서 정부의 설명은 힘을 잃었다. 2000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를 늘릴 최적의 금액인 동시에 흡연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면서도 담배를 끊기에는 애매한 액수라는 주장이다.

또한 올해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예산으로 책정된 1475억원은 국민건강증진기금 2조7357억원 중 5%에 불과하다는 점도 정부의 ‘국민건강’ 이유를 무색케 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난 국민건강증진기금의 30%를 금연정책과 관련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저가담배 ‘간’보다 ‘된서리’ 맞은 정치권
잠잠해지는 듯 했던 담배 논란은 설 연휴를 맞아 정치권이 내놓은 ‘저가 담배’ 제안으로 인해 다시금 폭발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설 연휴 직전 당 정책위원회에 저가담배 판매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지시했다. 이는 유 원내대표가 경로당 등 민생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내놓은 아이디어로, 상대적으로 여권 성향이 강한 노인층 등이 담뱃값 인상에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질세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같은 날 저가의 봉초담배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는 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과세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봉초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면 저소득층도 저렴하게 담배를 살 수 있게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여론의 반응은 비판 일색으로 뒤덮였다. 저가 담배 추진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 이유로 들었던 국민건강 증진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탄과 함께 세수 확대를 위한 꼼수였음을 시인하는 것이란 질타의 목소리가 일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각기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여야가 저가담배 공세를 펴는 것은 정책당국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건강을 명분으로 담뱃값 인상을 한 뒤 저가 담배를 얘기하면 꼼수증세라는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국민 건강을 해치면서 여론을 좋은 쪽으로 돌리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며 “저가 담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론에 놀란 유 원내대표는 결국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당분간은 보완책을 검토한다 해도 내부적으로 할 일이지 당장 추진할 일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야당에서도 전 최고위원의 봉초담배 제안을 지도부의 공식 입장과 분리했다.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오락가락’ 담배정책,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 결국 담배와 관련한 정부와 정치권의 이 같은 ‘갈팡질팡’ 행보는 국민적 신뢰와도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증세와 복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법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담배정책의 실패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금연 정책을 시행하는 데 상당히 인색한 반면 추가적인 세원 마련에는 혈안인 모습이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 이후 정부는 면세 담배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다 여론의 반발 속에 명분을 확보하지 못해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과거 보건복지부의 중요 업무를 담당했던 한 전직 인사는 “담뱃값을 올려 얻은 세수입보다 잃은 여론의 신뢰가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상 이후 정부의 행태를 보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잇속’을 챙기기 위한 움직임은 여전하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저가 담배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오도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당장은 환심을 살지 모르지만 정치권이 추진하는 중장기적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초 보건복지위는 18개월 유예기간과 함께 이를 의결해 법사위로 보냈으나 결국 4월 임시국회로 다시금 넘어가게 됐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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