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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 해 충무로, 기록과 역사의 시간

[2014 영화계-①] 올해 한 해 충무로, 기록과 역사의 시간

등록 2014.12.05 09:00

김재범

  기자

2014년 영화계는 기록의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1년이었다. 한국영화계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쓴 ‘명량’이 탄생했고, ‘신의 내린다’고 하는 1000만 영화가 3편이나 극장가에 걸렸다. 시장은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커져갔다. 아시아의 ‘잠룡’에서 아시아의 ‘거룡’으로 승천한 한국 영화 시장은 그렇게 팽창했다. 할리우드의 거대 블록버스터가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며 국내 영화 시장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올 한해 충무로를 뒤흔든 흥행 사건을 정리한다.

 올해 한 해 충무로, 기록과 역사의 시간 기사의 사진

◆ ‘1000만’, 더 이상 꿈의 숫자 아니다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한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 삶을 극화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흥행에 예고됐던 영화다. 물론 논란도 많았다. 지금까지도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때문에 일부 보수 언론에선 ‘색깔론’을 들고 흠집내기에 나섰다. ‘색깔론’은 애교에 불과했다. 한 언론은 고 노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송강호에게 ‘급전이 필요했나’란 노골적인 비난을 담은 기사를 내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변호인’을 두고 완벽하게 판일 갈리는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극중 송강호의 국가론을 담은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변호인’에 대한 뜨거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개봉 한 달여가 지난 지난 1월 누적 관객 수 1000만이 넘어섰다. 송강호(혹은 고 노 전 대통령이 외치는) ‘국가론’이 담은 상식의 단추는 자물쇠로 채워진 듯 단단하게 흥행관문을 걸어 잠그고 온갖 방해를 막아냈다. 최종 누적 관객 수는 1137만을 기록했다. 국내 개봉 역대 흥행 10위를 기록했다.

‘변호인’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완전하게 다른 색깔의 영화 한 편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만화는 어린이의 전유물’이란 고정 관념을 깨고 드림웍스의 애니매이션 ‘겨울왕국’이 세대를 초월한 흥행 기록을 써내려갔다. 개봉 두 달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특히 ‘겨울왕국’은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트렌드였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장에선 이례적인 자매의 얘기를 그렸단 점에서 특이한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각종 스토리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 정치권 상황과 연계한 해괴망측한 기사도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의 진짜 흥행 포인트는 주제곡의 인기였다. ‘렛잇고’는 ‘겨울왕국’의 OST 광풍과 함께 국내 음반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각종 커버곡 버전이 분 단위로 온라인에 공개됐다. ‘엘사’ ‘안나’ ‘울라프’ ‘스벤’ 등 각종 캐릭터는 ‘뽀로로’ ‘뿡뿡이’ ‘또봇’ 등 철옹성 같던 국산 캐릭터들을 시장에서 밀어냈다.

주제곡 ‘렛잇고’의 열풍에 힘입어 싱어롱(Sing-Along, 영화 상영 중 노래가 나오는 부분을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상영방식) 버전까지 재상영되기도 했다. 영화 상영 도중 관객들의 떼창이 울려 퍼지는 사상 초유의 관람 풍경이 ‘겨울왕국’ 상영 기간 동안 매일 벌어졌다.

 올해 한 해 충무로, 기록과 역사의 시간 기사의 사진

◆ 1000만? 이젠 2000만···‘명량’이 만든 기록의 시간

지난 7월 30일 개봉한 영화 ‘명량’은 한국 영화 역사에서 최고 정점을 장식한 희대의 역작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최종병기 활’을 통해 사극과 액션 그리고 ‘활’이란 소재의 기묘한 조화를 이뤄낸 김한민 감독과 ‘연기 신’ 최민식의 만남이란 사실 만으로도 ‘명량’의 충분히 대작의 느낌을 안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이 만들 인물이 한반도 역사 이례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이순신 장군이란 점에선 더욱 그러했다.

영화 ‘명량’의 직접적인 배경인 ‘명량해전’은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 함선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귀신같은 전략이 담긴 해전을 그린다.

‘명량’은 사실 여러 리스크(위험 요소)가 많았다. 우선 개봉 시기에 맞물린 경쟁작이 첫 번째였다. 국내 4대 배급사의 대표작인 ‘군도’(쇼박스), ‘해적’(롯데엔터), ‘해무’(NEW)가 같은 시기에 몰렸다. 일주일 간격으로 시장에 풀렸다. 영화계는 공멸의 위험성까지 예고했다. 그 가운데 ‘명량’이 가장 위험했다. 이순신 장군이란 다소 고리타분한 소재가 여름 극성수기 젊은 관객층을 포섭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두 번째였다. 세 번째는 이순신 장군의 분신과도 같은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 단 점이었다. ‘명량해전’은 역사적으로도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 전쟁이었다. 결국 관객들을 끌어 들일 요소가 크게 부족해 보였다.

(좌) 김한민 감독 (우) 최민식 (뉴스웨이 DB)(좌) 김한민 감독 (우) 최민식 (뉴스웨이 DB)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영화 관계자들의 예상은 완벽하게 빚나갔다. 사회 전반에 걸친 리더십 부재 열풍이 이순신 장군의 극중 카리스마와 연계돼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켰다. 문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명량’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명량’이 세운 기록은 다음과 같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최단 1100만 돌파(13일), 최단 1200만 돌파(15일), 최단 1300만 돌파(17일), 최초 1400만 돌파(19일), 최초 1500만 돌파(21일), 최초 1600만 돌파(26일), 최초 1700만 돌파(36일) 등 매일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009년 ‘아바타’가 세운 역대 최다 관객인 1362만을 훌쩍 넘어 1761만을 동원하며 최다 관객 동원작으로 이름을 남겼다.

물론 ‘명량’이 영화사적으로 좋은 자취만 남긴 것은 아니다. 극중 배설 장군에 대한 해석 문제가 거론되며 실제 배설 장군 후손들과의 잡음이 일어나고 제작사인 빅스톤픽처스와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다. 하지만 ‘명량’이 이뤄낸 기록의 시간은 2014년의 충무로에 분명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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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스텔라’ 광풍 11월 ‘빙하기’ 단비일까

7월부터 9월까지는 이른바 ‘한국영화 빅4’가 흥행 시장을 주도하며 하루 평균 수백만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 8월 10일 박스오피스 순위의 경우 ‘명량’이 1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10위까지의 관객 동원을 합하면 무려 일일 누적 관객 수가 400만을 넘어선다.

하지만 11월 초 극장가의 ‘TOP 10’ 누적 관객 수는 무려 3개월 만에 40분의 1로 감소했다. ‘명량’의 기록적인 흥행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이상 현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극장가의 체감 온도는 비수기가 아닌 빙하기 그 이상이었다.

9월 말부터 시작된 극장가 비수기는 10월에 절정을 이뤘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정도의 비수기는 사실 시장 전체로 볼 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명량’처럼 한 작품이 시장 전체를 이끌 정도의 파괴력을 선보이는 게 오히려 전체적인 균형을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개봉을 앞둔 ‘인터스텔라’의 선전을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사진 = 워너브라더스 제공사진 = 워너브라더스 제공

그리고 개봉된 ‘인터스텔라’는 이 관계자의 바람대로 광풍을 일으켰다. 이례적으로 개봉 2주전부터 예매 사이트가 오픈된 ‘인터스텔라’는 한때 90%에 육박하는 예매율을 보이기도 했다. 11월의 비수기를 감안하면 기록적인 수치다. 3일 기준 850만이 넘는 누적 관객 수를 보이고 있다. 개봉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평일 평균 10만 명 수준의 관객을 동원중이다. 12월 둘 째 주에 1000만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사실상 이달 말 개봉 예정인 180억 대작 ‘국제시장’ 외에는 대항마가 없는 상태다. 수많은 관객을 극장가로 끌어 들인 ‘인터스텔라’의 파워에는 영화계 관계자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작 영화들이 휩쓰는 단 기간에 집중된 ‘와이드 릴리즈’ 상영 방식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 같은 기간 개봉한 중소 규모의 영화들이 멀티플렉스에서 상영관을 잡지 못해 교차상영 혹은 단관 상영에 머물며 곧바로 부가판권 시장으로 사장되는 시장의 굴레는 영화계의 영원한 숙제로 남으며 올해를 또 마감하게 됐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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