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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고금리 드립니다” 은행 적금의 ‘꼼수’

[포커스] “5%대 고금리 드립니다” 은행 적금의 ‘꼼수’

등록 2014.09.15 08:30

수정 2014.09.15 08:31

손예술

  기자

하나銀 ‘난 할 수 있어 적금’ 소액 저축 가능 사실 쏙 빼우리銀 ‘행복나눔 적금’ 무리한 신용카드 실적 요구

은행 예·적금 금리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표면금리는 2%대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시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예·적금에 돈이 끊임없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금융소비자들은 0.5%포인트라도 높은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강제’ 가입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나·우리銀, 5%이상 상품 ‘불티’
취약 계층이 아니더라도 높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 30일 나눔금융상품이라는 목적으로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월 10만원과 20만원 두 가지 상품으로 나왔으며 1년 2.7%(2014년 9월 현재)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은행 측이 제시한 신용카드 추가 이용액수를 충족하면 3.0%의 우대금리를 줘 연 최대 5.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나눔금융상품으로 '우리함께 행복나눔 통장, 적금'을 내놨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나눔금융상품으로 '우리함께 행복나눔 통장, 적금'을 내놨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이 상품은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7만9323좌(149억원)가 개설됐고 지난 1일 14만9152좌(1547억원), 5일 16만970좌(1712억원)를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기가 폭발적이다. 상품 출시 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5%대 고금리 드립니다” 은행 적금의 ‘꼼수’ 기사의 사진


하나은행이 7월 15일 내놓은 ‘난 할 수 있어 적금’에도 돈이 올리고 있다. 이 적금은 월 10만원씩 1년간 저축할 수 있다. 3%(9월 현재)의 기본금리를 주며 나와의 약속 선택, 은행의 다른 상품 거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실적 유무에 따라 최대 2.5%의 우대금리를 준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최대 5.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

난 할 수 있어 적금은 상품 출시 두 달만에 10여만명이 가입했다. 지난 5일 하나은행 측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9만1000좌가 개설됐으며 117억원이 모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주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조금씩 가입자수가 늘어가고 있다. 실적이 나쁜 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작 3만원 더받자고 신용카드 사용 부추겨”
그러나 문제는 은행들이 제시하는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터무니없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우대금리 3.0%를 위해선 월 10만원 이상 적금 가입자의 경우 신용카드를 이전 실적액보다 250만원 이상 더 써야 한다. 2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500만원 이상을 써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월 10만원짜리 상품을 가입한 경우 우대금리를 포함해 받을 수 있는 이자액은 6만8400원가량이다. 이 중 3만6000원은 신용카드 실적으로 인한 추가금리 3.0%다. 그러나 250만원 이상을 1년 동안 쓴다고 하면 1개월에 카드로 써야 하는 금액은 20만8000원 가량이다. 3만2400원의 이자를 더 받기 위해 매달 2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재테크 카페의 회원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오히려 은행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나은행의 적금은 소액만을 저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고금리라는 점만 강조해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의 입간판이나 버스에 광고판을 부착해 이를 홍보하고 있는 데 어디에도 월 10만원이라는 납입한도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흑석동에 사는 직장인 강아름(33·여)씨는 “직장인에게 고금리를 준다. 고금리 적금이다는 문구만 보고 가입하려했으나 소액만 가능함을 알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하나은행이 내놓는 서비스를 일방향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이 내놓은 엔 월렛(N.Wallet)앱을 다운로드해야하며 3개월 내 무조건 실적을 내야 연 1.0%의 추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금리에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악용한 은행권들의 무리한 금융마케팅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수익을 내기 위해 은행들은 무리하게 소비자들을 현혹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모아야 한다. 무리한 판촉행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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