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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거위 배 갈라선 안돼" 금감원, 농협 지배구조 검사에 쏠린 눈

금융 금융일반 NW리포트

"거위 배 갈라선 안돼" 금감원, 농협 지배구조 검사에 쏠린 눈

등록 2024.04.08 07:00

이지숙

  기자

농협중앙회 입김 속 금융지주 지배구조 잡음 지속금감원, 중앙회의 금융지주 인사 개입에 제동내년 임기만료 CEO 수두룩···갈등 반복 가능성

농협중앙회의 산하 신경분리가 진행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농협중앙회와 계열사간 지배구조 문제는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은 모양새다.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은행·보험·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후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가 계열사 CEO 선임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자 금융당국은 농협 지배구조를 점검하기 위해 3주간 현장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내년 초 CEO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계열사가 상당한 만큼 올해 금감원 검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의 농협금융 현장검사와 지배구조 로드맵 등을 종합해 검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회 입김 피했지만···신임 회장 취임 때마다 논란 반복


농협 내부는 4년 마다 진행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태풍이 몰아치는 모습이다.

새 중앙회장 취임에 맞춰 계열사 CEO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새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회 내부 임원들 외에도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금융지주의 변화에 이목이 쏠렸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사업을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으로 분리해 산하에 농협경제 계열사 16개, 농협금융 계열사 12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거위 배 갈라선 안돼" 금감원, 농협 지배구조 검사에 쏠린 눈 기사의 사진


하지만 신경분리 후에도 중앙회의 간섭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2020년 1월 당시 농협중앙회장으로 이성희 전 회장이 당선되자 농협금융지주 산하 농협은행장, 농협생명·손해보험 대표 등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시선이 농협으로 쏠리며 임기가 남은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은 자리를 지켰으나 CEO 교체시기가 맞물린 NH투자증권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간 기싸움이 벌어졌다.

지난달 진행된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후보에는 농협중앙회가 지지하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올라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강 회장은 계열사 시너지 등을 이유로 유 전 부회장을 지지했으나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NH투자증권은 증권 경험이 없는 유 전 부회장 대신 윤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택하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례로 남았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손자회사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농협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 관련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 측은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는 농협금융지주가 금융업을 영위해 농업발전과 농업인을 지원하는 역할과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기존에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관행에 따라 금융지주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면서 "금융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들이 배치될 경우 성장동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구태의연한 운영방식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적정성을 보고 있다"면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조금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원칙과 내부통제, 규율통제 같은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챙겨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지배구조 모범 관행···낙하산 인사 맥 끊길까


업계에서는 금감원 농협금융 수시 검사와 농협금융이 지난달 말 제출한 지배구조 로드맵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인사 관행이 변화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빠르게 농협금융 조사에 나서며 계열사 CEO들의 줄사퇴를 막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새 중앙회장 취임 때마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으나 올해의 경우 대부분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단 내년 말 신임 CEO 선임을 두고도 농협금융과 중앙회 양 측의 신경전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농협은행, 농협생명, NH캐피탈의 CEO의 경우 내년 1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은 내년 말 임기가 끝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신경분리가 된지 이제 막 10년이 넘은 만큼 현재 CEO 후보군들은 중앙회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에 양 측간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거 이력을 보면 각 분야에 연관성이 아예 없는 사람들이 추천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감원은 농협의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가 농협은행 배임사고, 홍콩 ELS, NH선물 외환송금 사고, 홍콩 ELS, NH투자증권의 파두사태 등의 내부통제 부실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최대주주 권리는 인정하나 금산분리 정신과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며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방식은 합리적이고 투명하지 않다. 비전문가들이 현재처럼 거칠게 나온다면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이어 "특히나 농협의 경우 홍콩 ELS, 파두, 배임 등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만큼 다른 지주사에 비해 전문성이나 지배구조를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농협 수시 검사 결과는 지배구조 로드맵 등과도 연관이 있어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두 세달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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