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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애정이 과하면 독이다···홍원식, '뉴 남양' 날개 달아주길

오피니언 기자수첩

애정이 과하면 독이다···홍원식, '뉴 남양' 날개 달아주길

등록 2024.03.06 12:29

수정 2024.03.07 15:14

김제영

  기자

reporter
'남양 홍' 씨 오너가(家)가 빠진 남양유업이 새출발한다. 고(故) 홍두영 창업주에 탄생한 남양유업은 2대째인 홍원식 회장 손에서 막을 내렸다. 새 주인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홍 회장은 여전히 회사에 출근한다고 한다.

법적 분쟁 끝에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현재 한앤코는 지난 3년여 간의 경영권 분쟁만큼이나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홍 회장과의 막바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홍원식 회장의 마지막 '아집'은 정기 주주총회다. 올해 남양유업의 주주총회는 오는 3월 열릴 예정인데, 이번 주총은 지난해 연말 주주명부 기준으로 설정돼 최대 의결권자가 홍 회장이다. 올해 주총까지는 한앤코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주총회는 매년 주식회사의 경영 주체인 주주가 모여 기업의 중요 사안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회의다. 지난해 실적을 확인하고 임원 선임 및 해임 등 올해 회사의 경영 방향을 정한다. 한앤코가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선 주총 결의를 거쳐야 한다. 하루빨리 남양유업의 지휘봉을 넘겨받으려면 홍 회장의 협조가 절실한 셈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홍 회장은 협조에 대한 조건으로 본인의 고문 선임 등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한앤코는 난감하다. 남양유업에선 홍 회장이 곧 '오너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홍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연임할 경우 한앤코는 임시 주총을 열고 해임 작업에 주주의 찬성표부터 모아야 한다. 즉 번거로운 과정이 더해진다.

한앤코는 그의 아집을 꺾는 최후의 수단으로 또다시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가 떨어진다 해도, 이를 결정하는 심문이 열리는 데만 3월이 다 가버린다. 새출발 준비만도 숨 가쁜데,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힘을 빼는 격이다.

홍 회장이 마주한 현실을 감히 이해할 순 없다. 그는 대학 시절 일찍이 남양유업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했다. 분유만 만들던 남양유업의 우유·발효유 등 제품 다각화를 이뤄낸 장본인이다. '제품력이 생명'이라는 자부심으로 키운 남양유업에는 그가 겪은 산전수전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터다. 이런 그가 회사에 강한 애착을 가진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아집은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매출 1조원의 국내 3대 유기업 남양유업의 영예는 가려진 지 오래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붙은 불매운동에 '남양유업'이란 이름은 제품 뒤로 숨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매출이 꺾인 건 물론이고,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 행보다. 홍 회장 손에서 흥한 남양유업이 홍 회장 때문에 망하는 모양새다.

남양유업은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소위 '군대식' 문화로 조직이 경직됐지만, 그만큼 충심이 깊다는 의미다. 그런데 홍 회장을 모시던 충신들조차 그의 용퇴를 바라는 상황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26일까지다. 남양유업과 작별만 남겨둔 홍 회장이 '뉴 남양'에 새 날개를 달아주길 기대하는 건 지나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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