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부터 사진 편집까지···'AI 시대' 앞당길 갤럭시 S24의 '신무기'

13개 언어 번역해 실시간 통화·채팅 지원하고

'생성형 AI'가 맞춤형 사진 편집 기능도 제시

삼성전자의 공격 행보, 시장 흐름 바꿀지 주목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S24 시리즈 그래픽=홍연택 기자

"인공지능(AI)으로 소비자의 일상을 혁신한다."

삼성전자가 실시간 통역과 맞춤형 사진 편집 등 이색 기능을 담은 '갤럭시 S24'로 세상과의 소통을 다시 정의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개척하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소비자층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SAP센터에서 언팩 행사를 열고 신제품 '갤럭시 S24' 마케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미 해외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갤럭시 S24'는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연산·추론하는 첫 번째 '온디바이스 AI' 제품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삼성전자는 AI를 앞세워 제약을 넘은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하고 창의성과 가능성을 확장시키겠다는 메시지를 제품에 담았다.

비록 갤럭시 S24의 경우 클라우드 방식을 함께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스마트폰 제조사 중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13개 언어 실시간 통역하는 AI···허물어진 소통의 장벽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를 통해 시도하는 첫 번째 변화는 바로 '실시간 통역'이다.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중국어·태국어까지 13개국 언어를 습득한 AI가 외국인과의 전화·메시지 전송 시 신속하게 의미를 파악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해석해 전달한다. 같은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는 장벽을 허물어버린 셈이다.

별도의 앱을 다운받을 필요는 없다. 사용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깔린 '전화' 앱에서 통역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그 내용이 외부로 노출되지는 않는다.

덧붙여 한 사람만 갤럭시 S24를 들고 있으면 상대방의 단말기나 통신사와 무관하게 기능이 작동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사용 가능하다는 것도 삼성전자가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기본 장착된 '문자' 앱은 물론 카카오톡과 라인, 구글 메시지 등 국내외 주요 모바일 메신저에서도 '실시간 번역'을 제공한다. 이른바 '챗 어시스트' 기능이다. 가령 중국어로 문자를 받았다면 버튼을 눌러 이를 한국어로 전환할 수 있다. 회신할 때도 일단 한국어로 내용을 입력하면 중국어로 바뀌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소통의 맥락을 반영해 문구의 톤을 조율하는 기능도 제품에 담았다. 공손한 느낌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하거나 소셜 미디어에 댓글을 다는 경우 등 대화 상대나 상황에 따라 적절한 표현을 제시하고, 문법의 오류도 짚어준다.

물론 100%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모든 번역 엔진이 그렇듯 복잡한 언어의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의 연구를 거쳐 정확도를 상당히 끌어올렸고 앞으로도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삼성전자 측은 언급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그리면 정보가 술술···'서클 투 서치' 눈길

갤럭시 S24는 새 검색 경험도 제공한다. 구글과의 협업을 거쳐 탄생한 '서클 투 서치' 기능을 통해서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웹 서핑이나 SNS, 유튜브 등을 사용하다가 궁금한 부분이 생겼을 때 홈 버튼을 길게 누른 뒤 손가락으로 화면 상 이미지나 단어 등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된다. '생성형 AI'가 쉽고 빠른 검색 결과를 내놓는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소셜 미디어에서 궁금한 랜드마크를 발견해 이미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하단의 창에 명칭·장소·역사 등 개요가 바로 화면에 나타난다. 이후 대화하듯 검색창에서 후속 질문을 이어가며 '해당 도시에 방문하기 좋은 시기' 등 부가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 기능을 통해 여러 엔진을 오가야 했던 복잡한 정보 검색 프로세스를 간소화했다.

촬영·편집 기능 고도화···원하는 사진·영상 구현

아울러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를 준비하면서 촬영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사진과 관련된 기능도 대폭 끌어올렸다.

먼저 '프로비주얼 엔진'을 탑재해 줌 기능부터 '나이토그래피'까지 한층 안정된 화질을 구현할 기반을 다졌다.

특히 울트라 모델의 경우 '쿼드 텔레 시스템'을 바탕으로 2·3·5·10배 줌을 모두 광학 수준의 고화질로 제공하며, 5배 줌을 지원하는 5000만 화소 적응형 픽셀 센서와 AI 기술이 어떤 거리에서 촬영하더라도 훌륭한 사진과 영상을 얻도록 한다. 전작 대비 약 60% 커진 1.4 마이크로미터(μm) 사이즈의 픽셀이 어두운 환경에서도 더 많은 빛을 받도록 하며, OIS를 통해 손 떨림을 방지한다.

편집 기술도 한층 고도화했다. 사진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편집 도구를 제안하는 게 대표적이다. 생성형 AI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면 사진에 담긴 그림자 또는 빛 반사를 제거하고 기울어졌거나 잘려나간 배경 화면을 교정할 수도 있다. 피사체의 크기를 키우고 옮기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일종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AI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든 이미지와 메타데이터(속성정보)에 워터마크를 표기함으로써 누구나 그 사진이 편집됐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AI 시장 뛰어든 삼성전자···시스템 고도화 필수

이처럼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를 앞세워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은 생성형 AI의 등장과 맞물려 사회 전반에서 변화가 예고된 만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매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효과가 연간 2조6000억~4조달러(한국은 연 520억~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 기업은 AI 도입률이 22%에 불과할 정도로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봐도 마찬가지다. AI가 전기나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일상을 바꿀 것이란 전망에도 갤럭시 S24 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은 사실상 전무하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을 끌어안기 위함이기도 하다. 미국 10대 소비자의 87%가 아이폰을 이용한다는 파이퍼샌들러의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사실 MZ세대는 유독 갤럭시 브랜드에 거리감을 두는 모양새다. 그 여파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하량 2억2660만대와 점유율 19.4%를 기록하는 데 그치며 13년 만에 라이벌 애플(2억3460만대, 20.1%)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행보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디바이스 AI'의 필요성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와 관련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S24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새로운 모바일 AI폰의 시대를 열 것"이라며 "갤럭시 AI는 사용자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고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