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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산업의 쌀' 체질 개선과 전환의 해

산업 에너지·화학 기업에 힘을!-화학

'산업의 쌀' 체질 개선과 전환의 해

등록 2024.01.11 08:26

김다정

  기자

고유가·수요부진·공급과잉 '직격탄'···작년 수출액 14.9% '하락'구조적 한계로 회복↓···친환경·고부가가치 기술력으로 차별화올해부터 투자 성과 '가시화'될듯···가중되는 재무 부담은 숙제

'산업의 쌀' 체질 개선과 전환의 해 기사의 사진

'산업의 쌀' 석유화학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고유가와 수요부진, 중국발(發) 공급확대에 직격탄은 맞은 석유화학업계는 올해도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올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최고경영자(CEO)들이 공통적으로 꺼낸 경영 키워드는 '위기극복'과 '체질개선'이다. 한때 반도체·정유와 함께 '수출 3대 효자'로 불렸던 석유화학은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급과잉' 구조적 한계 봉착···자급률 끌어올리는 중국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보릿고개'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전히 부진한 전방수요와 중국내 누적된 증설 부담을 감안하면 회복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462억 달러로 지난해(543억 달러)보다 14.9%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핵심 제품인 에틸렌의 경우 지난해 수출액(1~11월)은 8억424만 달러로 전년 동기(15억 2130만 달러)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년 고성장 하던 석유화학 산업은 현재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수요처였던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자급률을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특히 범용 제품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지난해 석유화학 톤당 단가 추정치는 1253달러로 전년(1473달러)과 비교해 14.9% 하락했다.

올해 수출액 전망은 지난해 대비 5.6% 증가한 499억 달러다. 역대 최대 수준의 증설 물량이 쏟아진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황은 조금 나아졌을 뿐 장기간 수요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홍지상 연구위원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제고와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글로벌 수급 불균형 지속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시황 악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설 자리 잃은 韓···친환경·고부가가치로 '위기돌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나가자 설 자리를 잃은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새로운 성장 공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오는 2025년이면 대부분의 기초 화학제품과 중간원료에 대한 중국의 자급률은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무기로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며 벌써부터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예견된 시장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 속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쓴 석유화학업계가 전방산업이 요구하는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할 경우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산업의 쌀' 체질 개선과 전환의 해 기사의 사진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석유화학산업이 발전하는 한 국내 화학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신사업 확장과 정밀화학·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라며 "앞으로는 진입장벽이 높은 신사업 확장을 이뤄냈거나,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본격적인 체질개선의 해···투자 성과 '가시화'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넘어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벗어나 저마다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경쟁력이 약화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확보한 자원을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전략 방향성을 새로 수립했다. 올해부터는 과감한 실행력이 동반돼 본격적인 '전환의 해'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를 '실행의 해'로 선포한 LG화학은 △친환경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말 북미 배터리 시장을 타깃으로 테네시주에 미국 최대 양극재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떴다. 오는 2026년부터 연간 최대 6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을 시작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60만대분에 탑재되는 배터리 양극재 생산 능력이다.

지난해 초 동박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마무리한 롯데케미칼 역시 이차전지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사업다각화에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케미칼은 수장 교체를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올해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로 부임한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고부가 스페셜티, 그린소재 등 신사업 비중을 높이고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사업의 시의적절한 투자와 실행력 강화, 추가적인 미래사업 발굴"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모듈뿐만 아니라 잉곳, 웨이퍼, 셀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가 올해 말 완공되면 북미 시장 공략에 탄력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수혜로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을 떨치고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도 성공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판매량은 미국 내 공장 신·증설에 따라 전년 대비 19% 증가할 전망"이라며 "올해 2분기엔 모듈 공장, 3분기엔 웨이퍼·셀 공장을 가동하면서 연간 AMPC 예상 금액이 올해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 악화 속 투자 러시···채무상환 능력 '저하'
다만 본격적인 체질개선의 해를 맞아 늘어나는 재무 부담은 숙제로 남았다. 본업인 석유화학 분야의 부진으로 투자에 쓸 자금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2024년 중 계획된 석유화학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연간 11조원 수준이다. 최근 몇 년 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지만 당장 가중될 재무 부담보다 신사업 투자를 통한 체질개선의 가치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크다는 판단이다.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순차입금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3~2025년 중 계획된 석유화학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연간 약 13조원 수준으로 직전 호황기인 2020~2021년 평균 약 7조원 대비 매우 큰 수준"이라며 "저하된 이익창출력과 과중한 투자계획을 봤을 때 앞으로 석유화학 업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해 신용위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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