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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팔아도 안 팔아도 불명예"···HMM 매각 고민 깊어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금융 금융일반

"팔아도 안 팔아도 불명예"···HMM 매각 고민 깊어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록 2023.12.14 07:31

차재서

  기자

하림이 동원보다 인수금액 '2000억' 더 써냈지만'영구채 전환 3년 유예 요구' 논란에 고민하는 듯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HMM 매각 본입찰이 끝난지 3주가 지나도록 강석훈 회장과 산업은행 측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미뤄달라는 하림 측 요구로 구설에 오르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으로서는 높은 가격을 부른 하림에게 HMM을 맡기거나 '유찰'시키는 시나리오가 모두 거론되나, 어떤 쪽을 택하더라도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만큼 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매각 본입찰에서 동원산업과 하림이 제출한 서류를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르면 이번주 결론을 내릴 것이란 앞선 기대와 달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단 시장에선 하림이 동원 측보다 많은 숫자를 써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희망 매각 가격으로 하림은 6조4000억원, 동원은 6조2000억원을 적었다는 전언이다. 이 지표만 놓고 따졌을 땐 하림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비친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판단을 미루는 것은 말 그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다. 계획에 없던 하림 측의 계약 변경 요구가 변수로 떠오른 탓이다.

하림은 산업은행에 영구채 주식전환을 3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2조6800억원 규모 HMM 영구채 중 1조원어치를 주식으로 바꾸면서 나머지도 똑같이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는데, 그 시점을 일정 기간 미뤄달라는 제안이다. 또 하림은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대해 5년간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한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도 함께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산업은행 측은 난처해하는 눈치다. 거래 도중 '룰'을 바꿨다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21년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트스먼트를 통해 대우건설을 매각하면서도 돌연 인수를 포기하려던 중흥건설에 가격을 고치도록 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게다가 영구채 전환을 유예하는 것은 하림 측에 유리한 조건이다. 57.9%의 지분율을 유지함으로써 더 많은 배당을 챙길 수 있어서다. 3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하림이 추가로 가져갈 배당금은 총 28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매각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발생한다. 실제로는 하림이 동원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한 셈이다.

동원 측은 이미 반발하고 나섰다. 이 조건을 사전에 알았다면 인수금액을 3000억원 가량 높였을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논란을 의식한 듯 산업은행도 "영구채 유예방안에 대한 긍정적 검토는 사실무근"이라며 황급히 선을 그었다.

이에 일각에선 HMM 매각이 끝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안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간에 산업은행으로서는 하림을 택함으로써 짊어질 부담이 상당해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물론 산업은행으로서는 HMM 매각을 차질 없이 완수해야 한다. KDB생명 매각이 불발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도 3년째 지연되는 와중에 연이은 구조조정 실패로 인해 국책은행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의 상징성을 감안해 산업은행도 막판까지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 매각과 관련해선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으며, 입찰자의 제안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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